[포토 다큐] 그리워질 그 동네 잊혀져갈 이 동네

[포토 다큐] 그리워질 그 동네 잊혀져갈 이 동네

입력 2015-03-16 00:12
업데이트 2015-03-16 0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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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동 재개발 지역을 가다

땅거미가 골목길 끝에 걸릴 무렵 된장찌개 끓이는 냄새가 구수하게 골목을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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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1년 준공되어 철거를 앞두고 있는 금화시범아파트가 자리한 북아현동 정상에서 바라본 풍경.
1971년 준공되어 철거를 앞두고 있는 금화시범아파트가 자리한 북아현동 정상에서 바라본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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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을 반대하는 집에서 내건 빨간 깃발이 바람에 세차게 나부끼고 있다.
재개발을 반대하는 집에서 내건 빨간 깃발이 바람에 세차게 나부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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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봉사자들이 금이 가고 지저분해진 담벼락을 가리기 위해 그려 놓은 그림에 써진 ‘우리집’이라는 글귀가 정겹게 느껴진다.
자원봉사자들이 금이 가고 지저분해진 담벼락을 가리기 위해 그려 놓은 그림에 써진 ‘우리집’이라는 글귀가 정겹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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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에 보건복지부로 개칭된 보건사회부가 담벼락에 붙인 성병치료 관련 알림판에서도 세월의 흔적을 느낄 수 있다.
1994년에 보건복지부로 개칭된 보건사회부가 담벼락에 붙인 성병치료 관련 알림판에서도 세월의 흔적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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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 공사가 시작된 지역의 한 폐가 창문 너머로 이미 지어진 고층 아파트들과 폐허가 된 북아현동의 모습이 보인다.
재개발 공사가 시작된 지역의 한 폐가 창문 너머로 이미 지어진 고층 아파트들과 폐허가 된 북아현동의 모습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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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주인이 지나가는 주민들을 위해 집 밖에 내건 시계에는 지금은 사라진 기업의 상표가 붙어 있다.
집주인이 지나가는 주민들을 위해 집 밖에 내건 시계에는 지금은 사라진 기업의 상표가 붙어 있다.
곳곳에 삐져나온 보일러 굴뚝에서는 폴폴 연기가 피어난다. 한때는 흔했지만 지금은 접하기 힘든 옛 동네 풍경을 간직하고 있는 북아현동의 모습이다. 이렇듯 정겨운 모습도 재개발로 곧 역사 속으로 사라질 예정이다.

강남이 재개발되기 전까지 도심업무 배후지로 인기가 높던 북아현동은 2008년 일명 북아현 뉴타운, 북아현재정비촉진구역 주택 재개발지역으로 지정돼 개발이 시작됐다. 4개 권역으로 나눠진 재개발은 현재 2개 지역이 진행 중이고 나머지 지역은 재개발이 예정돼 있다.

곧 잊힐 옛 서울 동네, 북아현동의 모습을 사진으로나마 보존해 본다.

재개발로 하나둘 들어선 아파트단지를 지나 북아현동 깊숙이 들어가자 저지대에 넓은 마당이 딸린 주택들이 눈에 들어온다. 이를 지나 고지대로 올라가니 전혀 다른 모습이 펼쳐진다. 한때는 아이들이 놀이터 삼아 가위바위보 내기를 하며 오르내렸을 급경사의 계단들이 곳곳에 보이고 그 끝에는 골목길들이 사방팔방으로 뻗어 나가 있다. 미로처럼 얽혀 있는 골목길을 무작정 따라가니 되돌아가라는 듯 낡은 기와집이 떡하니 길을 막아선다. 빛바랜 페인트마저 골동품 향기를 풍기는 이색적인 구조의 건물은 대문조차 찾기 힘들다. 골목 구석에는 떠난 사람들이 아쉬운 흔적을 남긴 듯 버려진 물건들이 나뒹군다.

아직 보상 협상이 끝나지 않아 재개발 관리처분이 내려지지 않은 일부 지역에는 집집마다 빨간 깃발이 걸려 있다. 재개발을 반대한다는 표시다.

필요성은 누구나 느끼고 있지만 개발만이 능사는 아니다. 신시가지와 구시가지를 나눠 ‘보존형 개발’을 추구하는 유럽처럼 500년 역사도시 서울도 역사와 추억이 담긴 옛 동네를 ‘보존’하고 이를 후세에 ‘보전’하는 일에 대해서 고민해 봐야 하지 않을까.

머지않아 북아현동 고개에는 지금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사는 아파트가 빼곡히 들어설 것이다. 낮은 고개 위에 높게 올라선 콘크리트 아파트일지라도 그 속에 행복한 아우성이 들끓고 예전처럼 사람 사는 냄새로 가득한 동네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것이 지금 사라지고 있는 모든 추억에 대한 보상일 것이다.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2015-03-16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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