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9년 그린 ‘기타가 있는 정물’
수년 전 개인이 10억원에 구입
운송회사서 전시장으로 옮기다
사라진 시점 확인에 수사 집중

카하 그라나다 재단 제공
피카소의 1919년 작 ‘기타가 있는 정물’.
카하 그라나다 재단 제공
카하 그라나다 재단 제공
도난 사고를 가장 많이 당한 화가로 유명한 ‘입체파의 창시자’ 파블로 피카소의 정물화가 모국 스페인에서 운송 도중 사라졌다.
스페인 일간지 엘 파이스는 지난 2일(현지시간) 수도 마드리드에서 출발해 그라나다로 향하던 피카소의 1919년 작 ‘기타가 있는 정물’의 행방을 경찰이 수사 중이라고 전했다.
사라진 그림은 개인 소장품으로 인물화 캔버스 규격인 1호(22.7×15.8㎝)보다도 작은 가로 9.8㎝, 세로 12.7㎝ 크기다. 피카소 작품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레도르 파인 아트’는 도난당한 그림이 몇 년 전 60만 유로(약 10억원)에 팔렸다고 밝혔다.
6만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되는 작품을 남긴 피카소의 1000점 이상 되는 유작이 도난, 분실, 소유권 분쟁을 겪고 있다. 이번 사고는 카하 그라나다 문화센터에서 지난 9일부터 시작해 내년 1월까지 열리는 ‘정물: 움직이지 않는 것의 영원함’ 전시회를 위해 작품을 옮기다 발생했다. 나머지 50여점 이상의 그림들은 무사히 그라나다에 도착해 현재 전시가 열리고 있다.
마드리드에서 그라나다는 자동차로 약 4시간 걸리는데, 사라진 ‘기타가 있는 정물’은 소장자의 집에서 운송회사로 먼저 옮겨졌다. 운송회사는 나머지 전시 작품이 모두 준비되자 2일 이동을 시작했고, 목적지 그라나다로부터 27㎞ 떨어진 곳에서 야간 정차가 한 번 있었다. 카하 그라나다 센터는 전시 작품을 실은 트럭이 도착하자 모든 작품을 한꺼번에 옮겼다. 6일 작품의 포장을 벗겨 목록과 비교 확인하던 직원들은 피카소의 작품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전시회 개막 후 10일이 지났지만 여전히 작품의 행방은 묘연하며 경찰은 그림이 사라진 시점을 확인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방대한 작품 규모와 높은 시장 가치, 다양한 크기 때문에 도둑들이 가장 군침을 흘리는 것이 피카소 작품이지만 작가 본인도 예술품 절도 사건에 휘말린 적이 있다. 1911년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에서 다빈치의 ‘모나리자’가 도난당하자 피카소도 조사를 받게 됐는데, 루브르 박물관에서 도난당한 조각상을 갖고 있다가 ‘모나리자’ 절도범으로 몰릴 뻔한 것이다. 실제 범인은 루브르 직원이었던 빈첸초 페루자였는데 그는 이탈리아로 작품을 되돌려놓아야 한다는 애국심 때문에 훔친 것이라고 주장했다.
2025-10-20 27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