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 키 작은 펭귄과 함께 걷기

[해외통신] 키 작은 펭귄과 함께 걷기

입력 2010-11-07 00:00
업데이트 2010-11-07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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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펭귄과 함께 걷기

호주 에코투어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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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빛이 유일한 백사장에서 숨죽인 채 바다를 응시한다. 벌써 30분을 기다렸지만 바다는 고요하기만 하다. 10분 남짓이 더 흘렀을까, 그제야 기다렸던 손님들이 바다에서 아장아장 걸어 나온다. 세계에서 키가 가장 작다는 페어리 펭귄(Fairy Penguin,약 30cm)! 종일 새끼를 위해 먹잇감을 사냥하고 돌아온 키 작은 펭귄 백여 마리가 뭍으로 줄지어 나오는 중이다. 이들은 매일 같은 시간에 같은 동선으로 이동한다는데, 신비로운 자연의 이치에 그저 감탄할 뿐이다.

여기는 호주 멜버른에서 135km 떨어져 있는 필립 아일랜드(Phillip Island). 멜버른 시티에서 한 시간 반이면 닿을 수 있는 섬인지라 멜버른 시민들의 휴양지로도 인기 있는 곳이다. 나 역시 이곳을 종종 찾는다. 클럽(동아리) 멤버 간 팀워크를 다지기 위해 이 섬에 있는 B&B(Bed&Breakfast, 민박)에 머물며 각종 활동을 하는데, 술로 밤을 지새는 한국형 엠티문화와는 다른 재미가 있다.

이곳은 특히 ‘야생동물의 지상낙원’으로 유명한데, 나 역시 이 섬을 여행하고서야 ‘호주는 동물애호국가’란 말을 진정 실감할 수 있었다. 동물을 보호하는 수준을 넘어, ‘인생의 동반자’로 생각하는 호주인들의 배려가 이 섬 곳곳에 묻어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펭귄들의 퍼레이드는 정말 장관이지만, 그 누구도 이곳에서 카메라 플래시를 터뜨리지 않는다. 시력이 약한 펭귄의 눈이 손상될 수 있기에 엄격히 사진 촬영이 금지된 까닭이다.

호주 빅토리아주 관광청에서는 매년 350만 명의 관광객이 남긴 수익금 또한 생태 보호에 고스란히 재투자하고 있다. 그 덕에 펭귄뿐 아니라 코알라, 바다표범, 물개 등 다양한 동물들이 자유로이 서식 중이다. 사람이 주인인 동물원과는 다른, 동물이 주인인 셈이다. ‘야생동물의 낙원’이 괜히 나온 말은 아닌 듯싶다.

에코투어리즘(Eco-tourism)를 구현하는 이곳에선 자연 생태계와 공존하는 법을 쉬이 터득하게 된다. 일단, 숲길을 거닐며 무료로 대여한 엠피쓰리 플레이어로 동물들의 서식지, 먹이, 번식 등에 관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이어폰을 귀에 꽂고 여유로이 걷다 보면, 유유자적 유칼립투스 따 먹기에 열중하는 귀여운 코알라도 만나게 되는데, 코앞에 있는 야생동물을 관찰하며 그들의 세계를 탐구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필립 아일랜드의 서쪽 끝에 자리한 노비스앞바다에선 약 1만 6천 마리의 야생 물개들과 마주할 수도 있다. 물개와 더불어 물개처럼 시원스레 서핑까지 즐기다 보면, 에코투어의 즐거움을 온전히 만끽하게 된다.

호주에서 ‘환경 친화적 가치’는 후대에까지 대물림되고 있다. 예컨대 호주의 어린 학생들은 줄곧 이 섬으로 단체 견학을 와서 환경의 소중함에 대한 교육을 받는다. 에코 아카데미, 펭귄 보호 프로그램 등 다양한 강의가 ‘어린이 맞춤용’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런 견학 프로그램 덕분에 호주 아이들은 일찍이 자연의 소중함에 눈뜨게 되는 것이다. 일단 사람들이 몰려온다 싶으면 주변에 떠들썩한 음식점과 기념품 가게만 난립하는 우리네 관광지와는 사뭇 다른 풍경에 부러운 마음도 크다.

호주엔 필립 아일랜드 외에도 다양한 에코투어 코스가 있다. 원주민들과 광활한 사막을 누빌 수 있는 카카두(Kakadu) 국립공원부터 고래상어와 함께 수영을 할 수 있는 닝갈루 리프(Ningaloo Reef)까지. 어쩌면 호주 대륙 전체가 에코투어리즘 그 자체를 상징하는 듯하다. 에코투어리즘을 전공하는 이들도 많고, 지역 환경을 배려하며 여행하려는 호주인들은 더 많다.

선대가 물려준 천혜의 자연환경을 현명하게 지켜가는 오늘날 호주인들의 모습은 정말 멋지다. 다른 어떤 경제적 순위보다 ‘환경친화적’이란 국가 브랜드에 자부심을 갖는 호주인들이 부럽다.

김세라_ 호주 멜버른대학교에서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을 전공하고 있는 발랄한 여대생입니다. 호주 대륙을 누비며 글 쓰고 취재하는 것을 즐겨 현지 교민잡지인 ‘멜번저널’ 기자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국내 여행정보사이트 겟어바웃(www.getabout.co.kr)에 24시간 멜버른 생생 뉴스도 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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