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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노벨문학상 수상 앨리스 먼로의 최근작이자 마지막 작품 ‘디어 라이프’ 미리 봤더니…

올 노벨문학상 수상 앨리스 먼로의 최근작이자 마지막 작품 ‘디어 라이프’ 미리 봤더니…

입력 2013-10-30 00:00
업데이트 2013-10-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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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아닌 인생을 담다

‘디어 라이프’(문학동네)는 올해 은퇴를 선언한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앨리스 먼로(82)의 마지막 작품이다. “동시대 단편 소설의 대가”라는 노벨문학상 위원회의 찬사에 걸맞은 14편의 정교한 단편들이 담겨 있다. 12월 출간을 앞두고 예약판매에 들어간 ‘디어 라이프’를 미리 살펴봤다.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앨리스 먼로. 장편으로도 분류되는 연작 소설 ‘소녀와 여성의 삶’(1971)을 제외하면 ‘디어 라이프’는 그의 열 세번째 단편집에 해당한다. 지난해 북미 지역에서 먼저 출간돼 “작가로서의 능력이 최고조로 발휘된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AP 연합뉴스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앨리스 먼로. 장편으로도 분류되는 연작 소설 ‘소녀와 여성의 삶’(1971)을 제외하면 ‘디어 라이프’는 그의 열 세번째 단편집에 해당한다. 지난해 북미 지역에서 먼저 출간돼 “작가로서의 능력이 최고조로 발휘된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AP 연합뉴스
그동안의 작품이 그렇듯 ‘디어 라이프’의 단편들 역시 대부분 작가의 고향인 캐나다 온타리오주의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한다.

1940~1970년대를 중심으로 평범한 인물의 일상에서 삶의 숨겨진 의미를 포착하는 주제 의식도 반복된다. ‘떠남’을 번역한 김명주 충북대 영문과 교수가 “장면이 주는 ‘느낌’에서 작품을 시작하고, 독자도 같은 ‘느낌’을 공유하는 것이 먼로가 목표로 하는 감각적 소설의 미학”이라면서 “(먼로의 작품에서는) 아련히 가슴으로 스미는 여운, 결국 느낌만 남는다”고 평한 것은 ‘디어 라이프’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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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역에서 시작해 기차역에서 마무리되는 첫 번째 작품 ‘일본에 가 닿기를’은 인생이라는 긴 여로(旅路)를 단편에 응축하는 작가의 무르익은 실력을 잘 보여준다. 그레타는 직장 탓에 가족과 떨어져야 하는 남편을 잠시 떠나 어린 딸과 토론토로 출발하려는 참이다. 토론토로 직행하는 대신, 작가는 독자들을 과거로 우회시킨다. 집안일에 시달리지만 시를 쓰고 싶어하는 그레타는 문인 모임에 갔다가 칼럼니스트와 사랑에 빠진다. 그레타는 토론토 역에서 그가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기대하면서도 기차 안에서 또 다른 남자를 만나 급하게 몸을 섞는다. 시도, 칼럼니스트와의 연애도 불만족스러운 현실을 대체할 환상에 지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은 딸을 잃어버리고 난 뒤다. 딸은 무사히 발견되지만 그레타는 흔들리는 기차 위에서야 위태롭게 균형을 잃은 삶을 직시한다.

‘아문센’과 ‘안식처’, ‘코리’에서는 작가가 평생을 천착한 여성의 문제가 도드라진다. 1940년대가 배경인 ‘아문센’에서 시골 마을의 젊은 여성들은 “대부분 결혼했거나 약혼했거나 아니면 약혼하려고 노력 중”이다. ‘안식처’에서 화자가 관찰하는 돈 이모의 삶은 “남편을 중심으로” 돌아가며, 집안일 이외에 헌신하는 여성은 “우스꽝스럽게” 여겨진다. ‘코리’의 주인공 코리는 믿고 사랑했던 남자가 오랫동안 자신을 이용했을 뿐이라는 사실을 발견한다. 하지만 결론은 미묘하게 달라진다. 사랑에 빠졌던 남자에게 버림 받은 ‘아문센’의 화자는 작품의 말미에도 “여전히 멍하고 불신으로 가득 차” 있지만, 돈 이모는 처음으로 남편을 외면하고 자신의 삶을 들여다보기 시작한다.

상실에 대한 이미지는 작품을 관통한다. 부유했던 시절은 지나가고(‘자존심’), 사랑은 사라진다(‘아문센’ ‘코리’ ‘기차’). ‘자갈’의 화자와 ‘메이벌리를 떠나며’의 레이는 각각 언니와 아내를 잃는다. ‘자갈’의 화자는 사고인지 자살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어린 시절 언니의 죽음에 사로잡혀 살아가고, 레이는 4년간 간병하던 아내가 떠나자 그제서야 “오래전에 죽은 줄 알았던” 아내가 죽었다는 현실을 실감한다. ‘디어 라이프’에서 그 상실감은 마치 “영원히 계속될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지나온 궤적을 바라보며 한편으로는 상실감을 느끼면서도 작가는 삶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잃지 않는다. 이러한 시선은 표제작인 ‘소중한 삶’과 ‘눈’, ‘밤’, ‘목소리들’ 등 마지막에 실린 네 편의 회고록에 잘 드러난다. 작가는 “모든 부분이 사실은 아니지만 심정적으로는 자전적”이라고 밝힌 작품들을 통해 자신의 어린 시절을 담담한 어조로 돌아본다.

작가는 표제작에서 아버지가 자신을 심하게 때려 “비참함과 부끄러움에” 죽고 싶었던 일, 교사였던 어머니가 40대에 파킨슨병에 걸린 일, 집안일에 매여 부엌에서 소설을 읽으며 자란 일 등을 풀어놓으면서도 어머니의 입을 통해 그것이 “소중한 삶”이었다고 회고한다. 작가가 표제작 한편에 덧붙인 문장은 소설과 삶을 바라보는 작가의 애정 어린 시선을 드러낸다. “내가 쓰는 것은 (중략) 이야기가 아니라 그저 인생일 뿐이다.”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2013-10-3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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