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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책들이 말한다, 나 아직 안죽었어!

옛 책들이 말한다, 나 아직 안죽었어!

입력 2013-10-19 00:00
업데이트 2013-10-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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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고서들의 반란/장유승 지음/글항아리/364쪽/1만 8000원

고서(古書)란 말 그대로 오래된 책이다. 예로부터 인쇄술이 발달한 우리나라에는 옛사람들의 손때가 묻은 고서가 많이 남아 있다. 진귀한 고서는 국보나 보물로 지정되기도 하고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록되기도 한다. 여러 차례 난리를 겪으면서 자취를 감춘 것도 많지만 여전히 적지 않은 고서들이 전해 온다.

하지만 요즘에는 어떨까. 몇십년 전만 해도 웬만한 집에서는 고서 한두 권쯤 갖고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경우가 드물다. 바쁜 현대인들은 이사를 가거나 짐을 옮길 때 미세 먼지가 풀풀 날리는 고서들을 쓰레기 취급하기 십상이다. ‘섭치’라는 순우리말이 있다. ‘여러 가지 물건 가운데 변변하지 아니하고 너절한 것’을 뜻한다. 흔하고 ‘싼티’ 나는 고서들이라는 뜻도 있다. 바꿔 말하면 희귀한 고서가 아닌 쓰레기 고서인 셈이다.

신간 ‘쓰레기 고서들의 반란’은 한 인문학자의 섭치 정탐기다. ‘반란’이라는 말이 흥미롭다. 진귀한 고서의 가치는 날이 갈수록 높아지는 반면, 쓰레기 고서는 지금도 찢기고 불타고 썩고 버려지고 있지만 조금은 나은 대접을 해달라는 뜻에서 책 제목을 정했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책은 총 15장으로 이루어졌고 각 장마다 책 한 권의 입수경로, 역사적 발화자로 바뀌어 가는 모습을 드라마틱하게 담고 있다. 고서더미에서 당시 사회를 잘 들여다볼 수 있는 ‘쓰레기 고서’들을 선정해 그들의 역사를 자술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준다. 예를 들어 ‘백미고사’(白眉故事)는 중국의 고사성어를 분류해 엮은 사전으로 조선선비들에게 전자사전과 같은 존재였다. 조선시대 선비들의 최대 관심사는 과거시험이었다. 제목이 주어지면 그에 걸맞은 글을 지어 내야 했다. 그런데 한문 글쓰기는 전고(典故·전례와 고사)를 많이 인용해야만 했다. ‘백미고사’는 바로 그러한 쓰임새를 충족시켜 주던 조선후기의 베스트셀러였다.

이 밖에 상황에 따라 다르게 써야 하는 편지 작성법을 모은 ‘척독요람’(尺牘要覽), 로맨스 소설 ‘숙영낭자전’, 가정용 의학백과사전 ‘의학입문’ 등 제각각 쓰임새가 다른, 포켓북에 가까운 대중용 고서들을 한데 모아 소개해 고전 지식을 다양하게 맛보게 한다.

김문 선임기자 km@seoul.co.kr

2013-10-1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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