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플수록 강건해진다 너와 나, 그리고 사랑

아플수록 강건해진다 너와 나, 그리고 사랑

입력 2013-10-05 00:00
업데이트 2013-10-05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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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티프래질]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 지음/안세민 옮김/와이즈베리/756쪽/2만 8000원

책 제목이 ‘안티프래질’이라니. 뭐 이렇게 어려운 말이 있는가? 세계 각국의 사전을 다 찾아도 없는 개념이란다. 저자가 직접 만들어낸 신조어다. 금융 위기를 예측한 전작 ‘블랙 스완’으로 전 세계 언론의 찬사와 혹평을 동시에 받은 철학 에세이스트인 그의 설명을 들어보니 좀 이해가 된다. 원제는 ‘Antifragile’이다. 프래질(fragile)은 충격을 가하면 부서진다는 뜻이다. 안티프래질은 그 반대의 의미로 충격이나 무작위적인 사건에서 부서지거나 손실을 입기보다는 이익을 더 크게 얻는 것이다.

그렇다면 ‘프래질’한 것이 뭔지 예를 들어보자. 정치적 변화가 일어나면 군사 독재 정권이 스위스의 민주 정권에 비해 더 프래질(취약)하다고 말할 수 있고, 지진이 발생하면 부실하게 지어진 현대적 빌딩이 파리의 사르트르 대성당보다 더 프래질(무너지기 쉬운)하다고 할 수 있다.

안티프래질은 공격이나 충격을 받으면 더 강해지는 것이다. 그리스 신화에는 레르나 호수에 사는 뱀처럼 생긴 생명체 히드라가 등장한다. 머리가 여럿인 히드라는 머리 하나가 잘릴 때마다 두 개가 더 생긴다. 안티프래질의 상징인 셈이다.

책과 사상은 안티프래질적인 특징을 갖고 있다. 그래서 공격을 받으면 자양분을 얻는다. 금서나 혹독한 비난을 받은 경우다. 유연한 필치로 남녀의 성생활을 적나라하게 그려낸 헨리 밀러의 소설은 미국 23개 주에서 금서로 지정됐지만 오히려 그 때문에 한 해 100만부씩이나 팔렸다. ‘보바리 부인’ ‘채털리 부인의 사랑’도 마찬가지이다. 유기체인 인간의 몸은 충격이나 스트레스가 일정 수준에 이를 때까지는 더 좋아지고 강건해진다. 실제 일시적으로 감당할 만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외려 골밀도가 높아진다.

안티프래질의 성격을 가장 강하게 가진 것 중 하나가 바로 불꽃처럼 타오르는 사랑이나 증오이다. 프루스트의 소설 ‘읽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신분 높고 지적인 유대인 예술애호가 수완은 고급 매춘부 오데트의 차가운 태도에 더욱 사랑을 느낀다. 예상치 못했던 방향으로 자연스럽게 사고의 지평을 넓혀준다는 점에서 더 흥미로운 책이다.

유상덕 선임기자 youni@seoul.co.kr

2013-10-05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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