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인내심이 필요하단 뜻이야”

“사랑에 인내심이 필요하단 뜻이야”

입력 2010-10-23 00:00
업데이트 2010-10-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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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텍쥐페리 유작 ‘성채’

부대원들 가운데 하나가 노란빛이 남아 있는 사막 여우 한 마리를 잡았다. 그는 손수 여우를 키웠다. 여우는 털이 점점 많아졌고, 여우가 장난을 치는 것이나 떼를 쓰는 것들이 그에게 점점 더 소중해졌다.

그는 여우에게 자신의 일부를 줘야 한다는 환상에 젖어 있었다. 마치 여우가 그의 사랑을 먹고 자라며, 자신의 사랑으로 이뤄져 있기라도 한 것처럼 말이다.

그러던 어느 날, 그가 사랑으로 키우던 사막 여우가 도망쳐 버렸다. 그의 가슴에 휑하니 구멍이 뚫렸다. 그는 마치 매복할 때 보호막을 구축하지 않아 죽은 사람처럼 보였다.

그가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 사람들은 여우가 달아난 상황에서 그가 한 얘기를 내게 전해주었다. 침울한 상태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던 그에게 사람들이 다른 여우 한 마리를 잡아주겠다고 했을 때였단다.

그러자 그 친구는 다음과 같은 알 수 없는 말을 했다고 한다. “인내심이 굉장히 필요한 일이라네. 여우를 잡는 데 인내심이 필요한 게 아니라 사랑을 하는 데 인내심이 필요하단 뜻이야.”(‘성채’ 중에서)

‘성채 1·2’(배영란 옮김, 이림니키 그림, 현대문화 펴냄)는 ‘어린 왕자’로 유명한 프랑스 작가 생텍쥐페리(1900~1944)의 유작이다.

생텍쥐페리는 1936년 ‘성채’ 집필을 시작했다.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자 군용기 조종사로 종군해 전쟁 말기에 정찰 비행 도중 실종되었다.

1948년에 생텍쥐페리가 타자기로 남긴 원본을 취합해서 처음으로 사후 출간되었고 2000년에는 기존 출간본의 80% 정도를 발췌한 축소판이 나왔다. 1948년에 출간된 책은 프랑스에서도 절판된 상태라 이번에 나온 ‘성채’는 2000년 프랑스에서 나온 작품을 번역한 것이다.

출판사 측은 “‘인간이 교감과 교류를 통해 일군 전체만이 의미 있는 것’이라는 생텍쥐페리의 통찰을 가슴 깊이 새긴 독자라면 형광펜을 들고 책을 읽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표시해 두고 싶어 접은 페이지가 너무 많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2010-10-2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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