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Great Landscape]남미가 당신에게 선사하는 풍경들 ①페루 Peru, 이구아수 Iguazu

[Great Landscape]남미가 당신에게 선사하는 풍경들 ①페루 Peru, 이구아수 Iguazu

입력 2012-03-19 00:00
업데이트 2012-03-19 14:24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이미지 확대
세상의 모든 소음을 압도하는 경천동지의 물, 이구아수폭포
세상의 모든 소음을 압도하는 경천동지의 물, 이구아수폭포
남미에서 ‘정신없는’ 나날들을 보냈습니다. 일정이 워낙 빠듯해서 정신이 없었고, 마주친 풍경들이 워낙 빼어나서 또 정신이 없었습니다. 누구라도 정신없게 만들 그 압도적인 풍경들을 글과 사진은 오롯이 담아낼 수 없습니다. 그저 남미로 떠나고자 하는 어느 누군가의 발걸음을 조금이라도 재촉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합니다.

에디터 트래비 글·사진 Travie writer 노중훈

취재협조 란항공 02-775-1500

아메리카 라인 투어 02-777-6858

”

”

커다란 원주민 사진이 인상적인 잉카 레일의 내부

”첫 번째 풍경

Peru

하늘로 열려진 신비의 성채


페루를 여행한다는 것은 안데스 지역의 페루를 중심으로 인디오가 세웠던 나라인 잉카제국의 흔적과 마주한다는 의미다. 거대한 제국이 축조했던 거대한 문명의 가장 눈부신 흔적이자 완강한 신비는 공중 도시 마추픽추Machu Picchu의 몫이다. 마추픽추를 만나려면 우선 잉카제국의 수도였던 쿠스코Cuzco를 거쳐야 한다.

제국의 수도에서 시작하다

페루의 수도인 리마Lima에서 하룻밤을 자고 이튿날 아침 국내선 항공편을 이용, 쿠스코로 날아들었다. 쿠스코 공항을 나서며 살짝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10년도 더 지난 일이지만 쿠스코를 처음 방문했을 때의 기억이 불현듯 떠올랐기 때문이다. 당시 나는 고산병 증세를 호소했다. 숨을 쉬기 어려웠고, 머리는 깨질 듯 아팠다. 해발 3,400m 지점에 위치한 쿠스코에는 확실히 공기가 희박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이번에는 별다른 증후가 나타나지 않았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많은 나라들이 그렇겠지만 특히 남미의 도시들에서 광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자못 크다. 관공서나 성당 같은 주요한 건물들이 모여 있을 뿐만 아니라 대개는 광장을 중심으로 상권이 발달해 있다. 도시 탐험도 광장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쿠스코 역시 마찬가지다. 쿠스코 여행의 거점인 아르마스 광장에 발을 들여놓았다. 광장은 잉카 시대의 비라코차 신전 자리에 세워진 대성당과 잉카 11대 황제의 궁전이었던 곳에 건립된 라 콤파니아 데 헤수스 교회, 그리고 레스토랑과 기념품점 등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관광객들은 원주민의 터에 들어선 정복자의 건물에 집중했고, 현지인들은 광장 곳곳에 놓인 벤치에서 한가로이 토요일 오후를 만끽하고 있었다.

해발 2,800m 지점의 우루밤바Urubamba에서 늦게 잠들고 일찍 일어났다. 쿠스코에서 옮겨온 시간이 원체 늦었던 데다 그 다음날 올라타야 하는 기차의 출발 예정 시각이 원체 일렀던 탓이다. 차량은 미명에 호텔을 출발했다. 곧게 뻗은 도로 주변으로 낮은 담장의 집들이 이어졌다. 원주민 몇몇이 드문드문 지나갔다. 아침을 서둘러 맞는 사람들이었다. 길을 도와 달린지 30분 만에 올란타이탐보Ollantaytambo 기차역에 닿았다. 파란 바탕에 노란 글씨가 쓰인 기차 ‘페루 레일’과 흰 바탕에 붉은 글씨가 쓰인 기차 ‘잉카 레일’이 철로 위에서 몸을 풀고 있었다.

잉카 레일 내부는 사람들로 가득 찼다. 빈 좌석을 찾기 어려웠다. 벽면에 붙은 원주민의 대형 얼굴 사진이 생동했다. 새벽 6시40분 기차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내 창밖으로 강과 밭과 산이 갈마들었다. 산발치에 낮게 엎드린 집들이 새끼손톱만 했다. 산과 구름이 때때로 교접했다. 구름의 일부는 산의 등줄기까지 흘러내렸다. 땅 위를 달리는 기차에 몸을 실은 사람의 입장에서 그것은 구름이었고, 산의 입장에서 따지자면 그것은 안개였다. 안개와 구름은 관점의 차이에 불과했다. 높이 솟은 산봉우리와 험준한 산마루가 기차에 바싹 다가섰다 물러나기를 반복했다. 나는 지금 마추픽추로 가는 중이다.

”

1 페루 여행의 백미로 손꼽히는 마추픽추.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하는 여행지’ 리스트의 단골손님이다. 이 ‘새로운 7대 불가사의’를 보기 위해 해마다 엄청난 수의 사람들이 몰려든다 2 마추픽추의 아랫마을인 아구아 칼리엔테로 향하는 기차가 출발하는 올란타이탐보역. 기차가 떠나기 전 관광객을 상대로 모자와 기념품 따위를 팔기 위해 원주민 행상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상상력을 자극하는 모호함

아침 8시, 기차는 마추픽추의 아랫마을 아구아 칼리엔테Agua Caliente에 멈춰 섰다. ‘뜨거운 물’이라는 뜻의 마을은 역을 중심으로 취락이 발달했다. 상점과 식당들도 선로를 따라 늘어서 있었다. 그 상점과 식당들은 외지인들, 정확히 말하자면 마추픽추를 보러 온 관광객들에게 생계를 전적으로 의탁했다. 관광객들에게 마추픽추가 감탄과 경외의 대상이라면 마을의 주민들에게 마추픽추는 생계의 방편이었다. ‘신新 7대 불가사의’를 두고 목적과 수단이 교차했다.

해발 2,400m의 마추픽추에 오르기 위해서는 이동 수단에 한번 더 의지해야 했다. 관광객을 태운 버스가 갈지자형의 길을 주저 없이 나아갔다. 버스는 열 번 이상 좌우로 크게 꺾였다. 그리고 경사진 길의 끝에서 버스는 사람들을 부려 놓았다. 마침내 마추픽추 입구에 도착하는 순간이었다. 남미의 강렬한 햇살과 그 햇살보다 더 강렬한 마추픽추의 풍경이 눈을 날카롭게 찔러 왔다. 마추픽추에는 이미 단체 관광객들이 가이드를 앞세우고 비탈면을 따라 건설된 옛 도시의 이모저모를 뜯어보고 있었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태양의 신전과 왕녀의 궁전, 계단식 밭과 수로, 해시계와 묘지, 주거지와 학교(로 추정되는 유적) 등이 나타났고 사람들은 고도로 발달했던 옛 문명 앞에서 끝없이 탄복했다.

마추픽추 탄생의 비밀과 흥망성쇠를 두고 여전히 다양한 설들이 옥신각신한다. 저마다 은둔의 요새 혹은 군사 도시 혹은 피난용 도시라고 주장하며 목에 핏대를 세운다. 하지만 사람의 생각으로 미루어 헤아릴 수 있는 존재였다면 굳이 마추픽추에 불가사의라는 이름표를 붙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마추픽추에서 가장 분명한 것은 모호함인데, 그 모호함은 치열한 상상력을 불러온다. 때로는 파헤쳐지지 않아 그 속내를 온전히 알 수 없을 때 더욱 빛이 나는 법이다.

지난 2000년 5월 마추픽추를 처음 대면했을 때도 가이드의 세세한 설명은 별로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마추픽추의 역사적 배경과 조성 원리, 그리고 낱낱의 유적에 관한 추측과 안내는 이미 수많은 매체를 통해 세상에 공개됐다. 그런데, 마추픽추의 감동은 활자와 사진과 영상을 통해 퍼트려진 친절한 정보가 길어다주는 것이 아니다. 객관적이거나 혹은 객관에 도달하고자 하는 지식은 마추픽추의 매력을 조금도 포획할 수가 없다. 마추픽추와 실제로, 최초로 눈이 마주쳤을 때 즉각적이자 즉물적으로 전해지는 전율일 따름이다.

”

3 눈부신 문명을 축조했던 잉카제국의 옛 수도, 쿠스코는 해발 3,400m 지점에 위치한다. 보통 마추픽추 여행을 위한 베이스캠프로 인식되지만 그 자체로도 볼거리가 많은 도시다. 아르마스 광장 주변의 건물들과 태양의 신전이 대표적이다 4 마추픽추의 유적들을 둘러보는 여행객들. 마추픽추는 쿠스코보다 표고가 낮지만 햇살은 훨씬 강렬하다. 선글라스와 선크림을 챙겨야 한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두 번째 풍경

Iguazu

세상 어디에도 없는 물

이구아수에 간 이유는 명명백백했다. 이구아수폭포를 보기 위해서였다. 이구아수는 지역의 이름이자 폭포의 이름이었다. 지역 이구아수는 폭포 이구아수 하나로 충만했다. 지역이 폭포를 위해 존재했다. 거대하고 거대한 폭포는 하늘을 놀라게 하고 땅을 뒤흔들었다. 긴 설명이 필요 없는 경천동지의 물이었다.

가까이서, 그리고 멀리서

이구아수는 포르투갈어로는 ‘Iguacu’, 스페인어로는 ‘Iguazu’라고 쓴다. 방대한 이구아수폭포는 포르투갈어를 쓰는 브라질과 스페인어를 쓰는 아르헨티나 및 파라과이의 접경지대에 자리한다. 현지 가이드의 설명을 빌리자면 이구아수폭포의 약 80%는 아르헨티나에 속해 있다고 한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는 이구아수폭포 관광을 위한 거점 도시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브라질의 도시는 포즈 두 이구아수Foz do Iguacu, 아르헨티나의 도시는 푸에르토 이구아수Puerto Iguazu다. 다시 현지 가이드의 설명을 빌리자면 브라질 쪽의 도시는 이구아수폭포의 전체 모습을 조망하기 좋고, 아르헨티나 쪽의 도시는 이구아수폭포의 세밀한 모습을 들여다보기 좋다고 한다.

오후 1시30분 페루의 리마를 이륙한 비행기가 브라질의 포즈 두 이구아수에 착륙한 시각은 저녁 8시이었다. 비행시간은 3시간 30분에 불과했지만 두 도시 사이에는 3시간이라는 시차가 존재했다. 비행기가 멈춰 선 활주로에 땅거미가 내려앉아 있었다. 입국 수속을 마치고 수하물을 찾는 데까지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렸다. 공항을 나서니 이미 사위는 어둠에 포위된 상태였다. 천둥처럼 울린다는 이구아수폭포의 관문도시답지 않게 거리는 고요함으로 젖어 있었다. 흡사 태풍의 눈 속에 들어와 있는 것 같았다. 공항에서 차로 15분 거리에 위치한 호텔 방에 누워 세계에서 가장 큰 폭포의 굉음을 밤새 떠올렸다. 까무룩 잠이 들었고, 몇 번 정도 몸을 뒤척였던 것 같다.

이튿날 아르헨티나의 이구아수폭포부터 만나보기로 했다. 브라질에서 아르헨티나로의 국경 이동은 끼니때가 되어 밥을 찾는 것처럼 자연스러웠다. 아르헨티나 측 이구아수국립공원의 방문객 센터를 지나 기차역으로 이동했다. 이구아수폭포의 백미로 일컬어지는 ‘악마의 목구멍’을 보고자 하는 사람들과 함께 두 번째 역에서 내렸다. 정해진 탐방로를 따라 한 발짝 한 발짝씩 폭포에 다가섰다. 10분 정도 걸었을까. 앞쪽에서 묵직한 소리와 함께 물보라가 이는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드디어 ‘악마의 목구멍’이 위엄찬 자태를 드러냈다.

지척에서 살펴본 ‘악마의 목구멍’은 세상의 모든 폭포이자 미증유의 경험이었다. 미루어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엄청난 양의 물이 끊임없이 낙하했고, 섣불리 짐작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난 크기의 소리가 간단없이 발생했다. 무수하게 많은 잔물방울들이 사방으로 흩어졌으며, 공중에 떠 있는 세세한 물의 덩이들이 햇빛을 받아 요염한 무지개를 만들어냈다. 눈의 감각과 귀의 감각이 비현실적인 현실 앞에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 갇혀 있는 물이 마음을 고요하게 가라앉히는 반면, 쏟아져 내리는 물은 마음의 축을 송두리째 흔들어놓았다. ‘악마의 목구멍’이 이구아수폭포에 적을 두고 있는 275개의 폭포 중 하나라는 가이드의 설명이 도무지 믿기지가 않았다.

”

1 이구아수폭포 보트 투어. 세상에서 가장 큰 폭포의 위력을 가까이에서 실감할 수 있다

폭포 속으로 뛰어들다

아르헨티나에서 브라질로 되돌아왔다. 뷔페식 저녁 식사와 공연을 함께 즐길 수 있는 라파인Rafain을 찾았다. 낮에 물의 세례를 원 없이 맞았던 사람들은 꼬치에 끼워 불에 구운 바비큐 요리를 테이블 위로 연신 실어 날랐다. 남미 특유의 춤과 노래가 무대를 알록달록하게 수놓았다. 무희들의 복장은 화려했고 몸짓은 격렬했다. 남자와 여자의 춤사위는 절도가 있었다. 공연이 절정을 향해 치달을수록 객석의 반응도 덩달아 뜨거워졌다. 사람들이 손수건을 흔들어 환호했다. 흥분과 열기로 뒤끓는 밤이 쉽사리 잠들지 못했다.

또 다른 새로운 날, 브라질 측 이구아수국립공원을 찾아 1시간 정도 소요되는 ‘폭포 트레킹’에 나섰다. 엘리베이터가 있는 전망대까지 난 산책로를 따라 발맘발맘 걸었다. 길은 대부분 내리막이라 별다른 수고로움을 요하지 않았다. 걷는 내내 길의 오른편으로 이구아수폭포의 장대한 풍경이 펼쳐졌다. 사람들이 중간중간 설치된 전망대에서 물보라가 자욱한 폭포수를 연신 카메라에 담았다. 확실히 아르헨티나 쪽에서 바라보는 것보다 폭포의 전체 모습을 감상하기에 용이했다. 여행이 가르치고 세월이 일러준다. 자리를 뒤로 물려야 온전한 모습이 보인다고.

트레킹을 끝내고 마쿠코 사파리Macuco Safari에 도전했다. 전용 차량을 타고 짧게나마 정글 투어를 마친 다음, 보트를 이용해 폭포 바로 밑까지 돌진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선착장에서 우비를 입고 구명조끼를 착용한 채 배에 올랐다. 강을 가로지르는 보트의 움직임이 물총새처럼 날렵했다. 배는 폭포로부터 어느 정도 떨어진 지점에서 잠시 숨을 골랐다. 태풍 전야 같은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내 폭포의 물줄기 속으로 보트가 뛰어들었다. 일찍이 맞아 본 적 없는 강력한 물줄기가 순식간에 온몸을 파고들었다. 눈에 보이는 것도, 귀에 들리는 것도 온통 물이었다. 그야말로 물 천지였다. 사람들의 기분 좋은 비명이 물소리에 파묻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기진맥진한 보트가 폭포를 빠져나왔다. 사람들은 너나할 것 없이 ‘물 범벅’이 된 상태였다. 태어나서 처음 접해 보는 물벼락의 흥분과 감동은 보트에서 내린 이후에도 한참 동안이나 식을 줄을 몰랐다. 세상 어디에도 없는 물 구경이었다.

”

2 정글 투어와 보트 투어를 차례로 즐길 수 있는 마쿠코 사파리. 이구아수에서 가장 인기 있는 프로그램 중 하나다 3 브라질 포즈 두 이구아수의 라파인. 레스토랑과 공연장이 함께 어우러진 공간이다. 남미 여러 나라의 전통 춤과 음악이 무대를 화려하게 수놓는다. 어깨가 절로 들썩여진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위 기사는 기사콘텐츠 교류 제휴매체인 여행신문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에 관한 모든 법적인 권한과 책임은 여행신문에 있습니다.
많이 본 뉴스
‘민생회복지원금 25만원’ 당신의 생각은?
더불어민주당은 22대 국회에서 전 국민에게 1인당 25만원의 지역화폐를 지급해 내수 경기를 끌어올리는 ‘민생회복지원금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민주당은 빠른 경기 부양을 위해 특별법에 구체적 지원 방법을 담아 지원금을 즉각 집행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국민의힘과 정부는 행정부의 예산편성권을 침해하는 ‘위헌’이라고 맞서는 상황입니다. 또 지원금이 물가 상승과 재정 적자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지원금 지급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찬성
반대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