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라노 공예전 한국관 만드는데 ‘한국업체 끼지 마’

밀라노 공예전 한국관 만드는데 ‘한국업체 끼지 마’

입력 2015-04-07 05:10
업데이트 2015-04-07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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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3년째 국내 인력 완전 ‘무시’

정부 산하단체인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 한국 정신과 문화를 해외에 알리고자 이탈리아에서 개최하는 대형 공예전을 3년째 한국업체를 배제한 채 현지 업체에만 맡긴 것으로 드러났다.

공예 속에 깃든 한국 고유의 정신을 어떠한 방법으로 전달해야 하는지 세밀한 검토 과정도 없이 국내 디자이너와 관련 업체에는 기회조차 주지 않고 해외업체에 전시 공간 연출을 일임한 것이다.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은 이달 밀라노 ‘디자인 위크’ 기간에 트리엔날레 디자인 전시관에서 ‘한국공예의 법고창신(法古創新) 2015’ 전시를 14~19일 개최한다고 7일 밝혔다.

법고창신이란 옛것을 본받아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는 뜻이다.

전시는 작품 192점에 담긴 장인 정신은 물론이고 이를 통해 한국의 아름다움과 우수성을 보여주자는 취지로 기획됐지만, 진흥원은 이를 연출하는 역할을 한국 정신과 문화를 잘 알지 못하는 이탈리아 현지 업체에 모두 맡겨버렸다.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전시공간 연출을 담당하는 업체는 밀라노 디자인업체 ‘오리고니&슈타이너 스튜디오’다.

2013년 밀라노에서 처음 공예전을 시작했을 때는 또다른 현지 디자인업체가 연출을 책임졌다.

디자인 위크는 가구박람회장을 중심으로 밀라노 시내 전역에서 패션, 전자, 자동차, 통신 등과 관련된 세계적 기업과 각국 전시관이 운영되는 세계 최고의 디자인 경연장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자리에서 과거와 현재를 잇는 자국의 공예문화, 이를 가꾸는 원로와 젊은 작가의 작품을 선보이면서 정작 공간 배치를 포함해 어떻게 하면 한국의 정신을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은 하지 않고 현지 디자이너와 업체에 책임을 넘긴 것이다.

진흥원 측은 그러면서도 “전반적인 콘셉트는 제시를 해 줬다”며 “한국 전통주거공간에 대한 고찰을 통해 현대적이면서도 한국의 문화 요소가 살아있는 전시장을 연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에서 공예와 디자인 발전을 책임지는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 세계적인 무대에서 자국 디자이너와 디자인 업체의 참여 기회마저 박탈하는 것은 기관의 책임을 방기한 것과 마찬가지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디자인 전시 관련 인사는 “일반 기업도 아니고 정부 산하기관이 역량 있는 국내 디자이너와 업체를 검토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국내 인력을 드러내놓고 무시한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인사는 “전시 공간과 관련한 설계는 한국에서 하고 시공은 현지에서 제휴하는 방법도 시도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이러한 시도나 고민조차 없었다는 점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진흥원은 지난해와 올해 전시 공간 연출을 선정할 때도 이탈리아 현지 업체를 대상으로 사전 수요조사를 거쳤다지만 제안서를 받은 곳은 2014년 세 곳, 이번에는 네 곳에 불과했다.

처음 참가했던 2013년에는 현지 상황을 잘 몰라 현지 업체를 추천받았다고 하더라도 해가 거듭되는데도 국내 디자이너와 업체는 전혀 고려 대상에 포함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진흥원측의 무관심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진흥원 측은 이런 지적에 “문화 교류를 통한 홍보 효과 등을 감안하면 현지에서 인지도와 인프라가 풍부한 곳이 긍정적 측면이 있다”며 “조달청이 운영하는 ‘나라장터’에선 해외 업체와 국내업체를 동시에 대상으로 하는 시스템이 마련돼 있지 않아 방법상의 어려움이 있다”고 해명했다.

최정철 진흥원장은 자신도 “국내 업체에 모두 맡기면 좋다고 생각했다”면서도 “운송비 등을 포함하면 예산 문제가 걸린다”고 말했다.

최 원장은 “한국적 공간과 개념 등 전반적인 내용을 국내에서 준비하고 이탈리아 업체는 이러한 개념을 정리해 나가면서 살을 붙여나가는 협업 방식 등을 대안으로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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