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번방’ 웃음+눈물 힐링, 1천만 홀렸다

’7번방’ 웃음+눈물 힐링, 1천만 홀렸다

입력 2013-02-23 00:00
업데이트 2013-02-23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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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하고 슬픈 이야기에 남녀노소 열광..”웃고 울었다”

영화 ‘7번방의 선물’(이하 ‘7번방’)이 23-24일 중 누적관객 1천만을 돌파할 것이 확실시된다. 블록버스터도 아닌 이 소박한 영화는 어떻게 기적처럼 1천만 명을 유혹했을까.

착한 인물들이 모여 기적을 만들어내는 밝고 따뜻한 이야기, 가족 간의 진한 사랑과 이별을 그린 눈물의 드라마, 좋은 배우들의 연기 앙상블 등 영화가 지닌 힘과 함께 고된 현실 속에서 힐링(위안)을 찾는 대중의 요구, 시대 분위기가 맞물려 영화의 폭발력을 키웠다고 영화인들은 분석한다.

◇’웃음 + 눈물’ 공식 통했다 = 영화는 여섯 살 지능을 가진 아빠와 일곱 살의 똘똘한 딸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관객이 이들과 사랑에 빠지게 했다.

그간 주로 카리스마 넘치는 역할을 맡은 배우 류승룡은 여섯 살 지능의 정신지체 장애인 연기를 천연덕스럽게 해내 관객의 몰입을 이끌어냈다. 딸 ‘예승’ 역을 맡은 어린 배우 갈소원은 그 자체로 사랑스러운 얼굴과 목소리로 어른 관객들의 마음을 무장해제하며 ‘아빠 미소’ ‘엄마 미소’를 짓게 했다. 두 사람이 서로 끔찍이 아끼고 사랑하는 모습은 유난히 추웠던 올겨울 관객의 마음을 따뜻하게 데웠다.

또 이들이 교도소에 들어가 만나는 친구들(오달수.김정태.박원상.정만식.김기천)이 벌이는 천진난만한 소동극은 순도 100%의 유쾌한 웃음을 터뜨리게 했다.

영화 후반부에 펼쳐지는 안타까운 이별의 드라마는 수많은 관객을 울리며 영화관을 눈물바다로 만들었다. ‘신파’가 지나치다는 지적도 있지만, 어찌 됐든 이 영화는 대중의 감정선을 확실히 건드려 시원하게 울게 했고 감정이 정화되는 카타르시스를 맛보게 했다.

이렇게 따뜻하고 슬픈 이야기에 ‘감동’받은 관객들이 늘면서 이 영화의 흥행은 열풍처럼 번져나갔다. 10대부터 50-60대 관객까지 영화관으로 끌어들였고 두 번 세 번 복습하는 관객들을 양산했다.

국내 최대 포털사이트에서는 관객 평점 9.32라는 역대 최고점을 받았다.

◇살림살이 힘든 시대..영화도 ‘힐링’이 필요해 = 영화의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한 이환경 감독은 최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흥행 비결로 “국민이 많이들 힘들어한다. 이런 상황에서 뭔가 때려주든 웃겨주든, 사람들이 웃고 울고 싶은 욕구가 있었던 것 같은데, 우리가 적절한 타이밍에 그걸 해준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그의 말마따나 ‘7번방’이 이 정도의 신드롬을 일으킨 것은 사회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실패와 좌절의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고 이로 인해 몇 년 사이 문화계와 사회 전반에 ‘힐링(치유)’이란 키워드가 중요한 화두로 떠올랐다. ‘7번방’의 기적적인 흥행 역시 ‘힐링’이 각광받는 현상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관객들은 ‘7번방’에서 약자인 주인공들이 힘을 합쳐 장애물을 극복하고 서로 사랑을 확인하는 이야기를 보며 같이 웃고 울고 현실의 고통이 조금이나마 치유받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특히 현실에서와는 달리 동화처럼 예쁘게 꾸며진 교도소 7번방의 아늑한 분위기와 열기구를 타고 교도소 담장을 넘는 등의 판타지 장면들은 환상성을 극대화하며 차갑고 각박한 현실을 잠시나마 잊게 해줬다.

이런 힐링 영화의 강세는 지난해 말 뮤지컬 영화 ‘레미제라블’ 열풍에서부터 두드러졌다. 비참한 현실에 놓인 인물들이 역경을 극복하는 이야기, 힘든 상황에서도 무조건의 사랑을 주고받는 가족의 이야기가 관객의 큰 호응을 받았다. 연초 흥행한 ‘박수건달’ 역시 ‘7번방’과 색깔이 비슷한 휴먼 코미디 장르로 엄마와 딸의 안타까운 사랑과 이별을 담아 400만 가까운 관객몰이를 한 바 있다.

영화평론가 전찬일 씨는 “최근 2-3년 사이 한국사회가 ‘힐링’의 시대로 바뀌었다. 사람들은 영화에서도 위안을 필요로 한다. 예전엔 영화들이 ‘리얼리티’(현실성)라는 흐름 때문에 해피엔딩이 아니라 암울하게 끝난다든지 했는데, 지금은 반드시 긍정과 희망의 메시지를 남겨야 한다. 1천만 관객을 넘으려면 당분간은 반드시 웃음과 감동의 공식, 힐링이 될 수 있는 메시지를 넣어줘야 한다”고 분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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