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헤드 첫 내한..3만5천 관객 열광

라디오헤드 첫 내한..3만5천 관객 열광

입력 2012-07-28 00:00
수정 2012-07-28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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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만나서 기쁘다”..두 시간여 동안 화려한 무대

한국 록 팬들에게 2012년 7월27일은 역사적인 날로 기록될 것 같다. 영국 출신의 세계적인 밴드 라디오헤드(RADIOHEAD)가 한국에서 처음으로 공연을 한 날이기 때문이다.

1990년대에 록 음악에 빠진 이들에게 라디오헤드는 사랑하다 못해 마치 종교처럼 추앙하는 대상이었다. 그의 라이브 음악을 듣고 싶어하는 한국 팬들의 간절한 바람에도 라디오헤드는 데뷔 이래 지난 20년간 한국과 인연을 맺지 않아 팬들을 애타게 했다.

그러다 지난 1월 이들이 지산 밸리 록 페스티벌 무대로 내한한다는 소식이 알려졌을 때 록 팬들은 환호했고 이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그리고 공연 당일 라디오헤드를 보기 위해 3만5천여 팬이 폭염을 뚫고 지산 밸리로 모여들었다.

이날 예정된 공연 시간인 저녁 9시30분에 맞춰 정확히 무대에 오른 이들은 최근작에 실린 곡 ‘로터스 플라워(Lotus Flower)’로 무대를 열었다.

무대는 세계 최고의 록 밴드답게 화려하면서도 세련되게 꾸몄다. 무대 뒤 스크린을 두 줄로 6개씩 총 12개를 걸어 노래마다 각기 다른 분위기로 영상을 연출했다. 무대 양쪽 앞에 길게 설치돼 점멸하는 조명은 무대를 더 돋보이게 했다.

멀리 있는 관객까지 잘 볼 수 있도록 무대 양옆에 설치한 대형 스크린은 공간을 6개로 분할해 각각 다른 카메라가 찍은 공연 모습을 보여줬다. 하나의 스크린에서는 대부분 보컬이 가운데에 있어 주목받게 되는데, 라디오헤드는 6명 멤버 각각의 공연 모습을 이런 식으로 균등하게 분할해 관객들이 연주자들을 동시에 볼 수 있도록 했다. 세심한 배려와 기술력이 돋보이는 구성이었다.

이날 선곡은 대부분 최근작인 정규 7-8집 앨범 수록곡이 주를 이뤘다. 강렬한 전자음악의 비트가 무대를 후끈하게 달궜다.

보컬 톰 요크를 비롯해 모든 멤버는 한 곡 한 곡에 혼신을 다하는 듯 보였다. 전자음악의 빠른 리듬을 소화하기 위해 드럼이 두 대나 무대에 올랐는데, 두 드럼 연주자의 손과 스틱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움직였다.

요크는 ‘로터스 플라워’의 뮤직비디오에서 보여준 특유의 ‘오징어춤’을 추며 스스로 흥에 겨워하는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끊임없이 몸을 흐느적대며 춤추는 그를 보며 관객들은 웃으며 열광했다.

요크는 세 곡을 부른 뒤 “하이(안녕)”라며 입을 떼 “여러분을 만나게 돼서 반갑다(I’m pleased to meet you)”고 인사했다. 또 다음 한 곡을 끝내고는 “감사합니다, 신사숙녀 여러분(Thank you very much, ladies and gentlemen)”이라며 영국식으로 감사 인사를 했다.

이어 또 한 곡을 더 부르고는 열광하는 관객들을 보며 “이건 평범하지 않다(This is unusual)”고 감탄했다.

객석에서 터져나오는 환호성이 무대의 마이크를 통해 공명해 공연장 전체로 울려 퍼질 정도였다.

히트곡 ‘카르마 폴리스(Karma Police)’를 부를 때는 모든 관객이 함께 부르는 ‘떼창’이 이뤄졌다.

라디오헤드는 ‘이디오테크’(Idioteche)’까지 17곡을 부르고 무대를 떠났지만, 미동도 하지 않고 라디오헤드를 연호하는 관객들에게 이끌려 멤버들은 다시 무대로 나와 7곡을 더 불렀다.

한국 관객들의 열광적인 반응에 톰 요크는 공연 후반 입고 있던 까만 셔츠를 풀어헤치며 춤을 췄고 마지막 곡을 부를 때는 재킷을 아예 벗어던져 버렸다. 마지막 앙코르곡 ‘패러노이드 안드로이드(Paranoid Android)’는 팬들의 아쉬움을 조금은 달래줬다.

이날 공연을 본 관객 박모(36) 씨는 “라디오헤드는 기대한 모든 것을 보여줬다. 완벽한 공연이었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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