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광부 300명이 죽었는데… 살인죄 아닌 과실치사라니”

“광부 300명이 죽었는데… 살인죄 아닌 과실치사라니”

입력 2014-05-20 00:00
업데이트 2014-05-20 04:12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터키 광부들, 경영진 혐의에 반발 “조사관 바비큐 접대” 등 증언도

터키 당국이 지난 13일 탄광 폭발사고와 관련해 광산업체 관계자 25명을 체포했다. 사고 탄광의 광부들은 광산업체가 안전점검을 허술하게 실시했고, 이를 보고하는 직원에게 불이익을 가하는 조직문화를 만들었다고 폭로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18일(현지시간) 터키 검찰은 사고가 난 소마 지역 탄광업체를 보유하고 있는 소마 지주회사 관계자 25명을 체포했다. 이들은 업무상 과실로 다수를 사망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 중 경영진 3명은 구속됐다. 터키 지역 언론은 체포된 관계자 중엔 탄광 관리자 외에도 오너, 기술자문, 설계 기사, 근무편성 책임자 등이 포함돼 있다고 보도했다. 이들의 혐의가 유죄로 확정되면 터키 법은 이들을 3~15년형에 처할 수 있다.

하지만 이 회사의 광부들은 검찰의 이 같은 혐의 적용에 반발했다. 광부들은 이들이 과실 치사가 아닌 살인 혐의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고의로 안전수칙을 위반했다는 주장이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다수의 광부들의 증언을 토대로 이를 확인했다.

소마 탄광의 광부 세파 쾨켄(30)은 “가스 농도를 측정하는 기계는 항상 위험 수위인 붉은색을 가리키고 있었다”면서 “항상 가스 농도가 높았기 때문에 메탄가스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없었다”고 말했다.

사고에서 살아남은 다른 광부는 조사관들이 방문하면 안전 대책이 미흡한 갱도 입구를 가리는 역할을 맡았었다고 말했다. 조사관들도 1.5~2㎞ 되는 갱도를 300m까지만 조사하는 등 직무에 태만했으며, 탄광 관리자들은 점검을 마친 조사관들에게 양고기 바비큐를 대접했다.

안전에 관한 문제를 제기하면 불이익을 당하는 문화가 형성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쾨켄은 이전에 일하던 탄광에서 2007년 동료 한 명이 숨지자 이에 대해 진상규명을 요구하다 직장을 잃고 소마 탄광에 들어왔다. 광부들은 소마 탄광도 ‘직무 태만’이라는 명목으로 일당을 지급하지 않는 등 안전문제를 제기하는 광부들에게 불이익을 줬다고 증언했다.

일부 광부들은 정부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란 아이도글루(31)는 “당국의 안전점검만 제대로 이뤄졌다면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어찌됐든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2014-05-20 21면
많이 본 뉴스
내가 바라는 국무총리는?
차기 국무총리에 대한 국민 관심이 뜨겁습니다. 차기 국무총리는 어떤 인물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대통령에게 쓴 소리 할 수 있는 인물
정치적 소통 능력이 뛰어난 인물
행정적으로 가장 유능한 인물
국가 혁신을 이끌 젊은 인물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