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셔츠 만지자 병 낫고 무덤에 기도하니 딸 깨어나”… 교황이 인정한 M세대 첫 성인 [포착]

“티셔츠 만지자 병 낫고 무덤에 기도하니 딸 깨어나”… 교황이 인정한 M세대 첫 성인 [포착]

이정수 기자
이정수 기자
입력 2025-09-07 07:04
수정 2025-09-07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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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伊 소년 카를로 아쿠티스 시성식
온라인 통해 가톨릭 신앙 전파한 공로
19년 전 15세 나이에 백혈병으로 사망
“약자 위해 물건 아낌없이 주던 아이”
사후 기적 2건 공식 승인돼 복자 추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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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현지시간) 바티칸에서 교황 레오 14세가 집전하는 시성 미사에서 성인 반열에 오르는 카를로 아쿠티스의 생전 모습. 9년 전 15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그는 2건의 기적을 일으켰다고 가톨릭 교회는 승인했다. 미국 가톨릭 방송 EWTN 방송화면 캡처
7일(현지시간) 바티칸에서 교황 레오 14세가 집전하는 시성 미사에서 성인 반열에 오르는 카를로 아쿠티스의 생전 모습. 9년 전 15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그는 2건의 기적을 일으켰다고 가톨릭 교회는 승인했다. 미국 가톨릭 방송 EWTN 방송화면 캡처


19년 전 백혈병을 앓다 15세 나이로 세상을 떠난 이탈리아 소년 카를로 아쿠티스가 7일(현지시간) 교황 레오 14세가 집전하는 시성 미사에서 성인 반열에 오른다.

가톨릭뉴스에이전시(CNA), AF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거행되는 미사에서 카를로 아쿠티스는 밀레니얼 세대(M세대·1981~1996년생) 첫 성인으로 추대된다.

그는 온라인을 통해 가톨릭 신앙을 전파한 공로로 비공식적으로 하느님의 인플루언서(God’s influencer)라는 별명으로도 불린다.

어릴 때부터 부모님께 컴퓨터 프로그래밍 책을 사달라고 부탁하고 가족이 가지고 있던 작고 오래된 컴퓨터로 독학해 수세기에 걸쳐 가톨릭 교회가 인정한 전 세계 100가지 이상의 성체 기록을 정리한 웹사이트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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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백혈병으로 사망한 이탈리아 소년 카를로 아쿠티스가 이탈리아 아시시에 있는 무덤에 안치된 모습. 시신은 그의 모습을 본뜬 밀랍 모형으로 덮혀 있다. 2025.3.1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2006년 백혈병으로 사망한 이탈리아 소년 카를로 아쿠티스가 이탈리아 아시시에 있는 무덤에 안치된 모습. 시신은 그의 모습을 본뜬 밀랍 모형으로 덮혀 있다. 2025.3.1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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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현지시간) 바티칸에서 한 여성이 최초의 밀레니얼 세대 성인으로 추대되는 카를로 아쿠티스의 사진이 새겨진 휴대전화와 가방을 들고 있다. 2025.9.6 로이터 연합뉴스
6일(현지시간) 바티칸에서 한 여성이 최초의 밀레니얼 세대 성인으로 추대되는 카를로 아쿠티스의 사진이 새겨진 휴대전화와 가방을 들고 있다. 2025.9.6 로이터 연합뉴스


그의 부모는 특별히 독실한 신자가 아니었으나, 카를로 아쿠티스는 열렬한 신앙심을 보였다. 1991년 런던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부모와 함께 이탈리아 밀라노로 이주한 그는 매일 미사를 드렸으며 괴롭힘을 당하는 아이들과 노숙자들에게 음식과 침낭을 가져다주는 등 친절함을 베풀어왔다.

그는 동시에 평범한 10대 소년이기도 했다. 어머니 안토니아 살자노는 “비디오 게임과 축구,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는 등 다른 10대들과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아이였다”며 “다만 마음의 문을 하느님께 열었다”고 말했다.

아버지 안드레이 아쿠티스는 “신 두 켤레를 사준다고 하면 아들은 ‘한 켤레면 충분하다. 그 돈으로 먹을 게 없어 굶주리는 사람들을 돕자’고 말하던 아이였다”며 “언제나 자기 물건을 아낌없이 나눴다”고 아들을 회상했다.

2020년 프란치시코 교황은 카를로 아쿠티스의 선종 후 일어난 2건의 기적을 승인했고 그를 복자(축복받은 자)로 추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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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교회 최초의 밀레니얼 세대 성인으로 추대되는 카를로 아쿠티스의 모습이 담긴 태피스트리가 6일(현지시간)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 정면에 설치되고 있다. 2025.9.6 로이터 연합뉴스
가톨릭 교회 최초의 밀레니얼 세대 성인으로 추대되는 카를로 아쿠티스의 모습이 담긴 태피스트리가 6일(현지시간)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 정면에 설치되고 있다. 2025.9.6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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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현지시간)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열린 야외 기념 강론에 참석한 교황 레오 14세가 다음날 성인으로 추대될 카를로 아쿠티스의 사진을 든 신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2025.9.6 AP 연합뉴스
6일(현지시간)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열린 야외 기념 강론에 참석한 교황 레오 14세가 다음날 성인으로 추대될 카를로 아쿠티스의 사진을 든 신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2025.9.6 AP 연합뉴스


첫 번째 기적은 2013년 브라질 마투그로수두술주(州)에서 일어났다고 한다. 희귀 췌장 기형을 앓던 7세 소년이 지역 성당에 있던 성유물인 카를로 아쿠티스의 티셔츠를 만진 후 완치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당시 함께 온 아이의 할아버지는 ‘(희귀질환 증상인) 손자의 구토를 멈추게 해달라’고 빌었고, 아이는 티셔츠를 만졌다. 이후 구토는 멈췄고 이듬해 아이가 완치됐다는 검사 결과를 받았다고 성당 측은 전했다.

두 번째 기적은 2022년 한 여성이 카를로 아쿠티스가 안치돼 있는 이탈리아 아시시로 찾아오면서 행해졌다고 한다. 코스타리카 출신인 여성은 대학생인 딸이 피렌체에서 자전거 사고로 머리를 심하게 다쳐 생사를 오가자 카를로 아쿠티스의 무덤을 찾았다. 사고 6일째에 딸의 쾌유를 위해 무덤에서 기도하자 같은 날 딸은 의식을 회복했고 열흘 뒤엔 중환자실에서 퇴원했으며 2개월 후 완치됐다.

카를로 아쿠티스는 2006년 10월 급성 전골수성 백혈병 진단을 받고 불과 열흘 만에 사망했다. 어머니는 아들을 그리워하면서도 “우리가 고통을 떠나 하느님께 헌신한다면, 우리도 어떤 면에서는 작은 구원자가 될 수 있다”며 “죽음은 작별 인사일 뿐 모든 것의 끝은 아니다. 카를로가 늘 말했듯 죽음은 진정한 삶의 시작”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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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현지시간) 스위스 경비대원이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 정면에 걸려 있는 카를로 아쿠티스 태피스트리 앞에 서 있다. 2025.9.6 로이터 연합뉴스
6일(현지시간) 스위스 경비대원이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 정면에 걸려 있는 카를로 아쿠티스 태피스트리 앞에 서 있다. 2025.9.6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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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아시시의 한 상점에 카를로 아쿠티스의 기념품이 판매되고 있는 모습. 2025.4.10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탈리아 아시시의 한 상점에 카를로 아쿠티스의 기념품이 판매되고 있는 모습. 2025.4.10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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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현지시간) 바티칸에서 교황 레오 14세가 집전하는 시성 미사에서 성인 반열에 오르는 카를로 아쿠티스의 생전 모습. 9년 전 15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그는 2건의 기적을 일으켰다고 가톨릭 교회는 승인했다. 미국 가톨릭 방송 EWTN 방송화면 캡처
7일(현지시간) 바티칸에서 교황 레오 14세가 집전하는 시성 미사에서 성인 반열에 오르는 카를로 아쿠티스의 생전 모습. 9년 전 15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그는 2건의 기적을 일으켰다고 가톨릭 교회는 승인했다. 미국 가톨릭 방송 EWTN 방송화면 캡처


2018년 가톨릭 교회는 그의 덕행을 인정해 가경자(영웅적인 성덕이나 순교 사실이 인정된 ‘하느님의 종’에게 잠정적으로 붙이는 존칭) 칭호를 부여했다. 그의 유해는 아시시에 있는 산투아리오 델라 스폴리아치오네 성지로 옮겨졌다. 그는 생전 존경하던 중세 성인 성 프란치스코의 고향인 아시시를 자신의 마지막 안식처로 삼아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를로 아쿠티스는 생전 평소 모습대로 아디다스 트레이닝복에 청바지, 나이키 운동화를 신은 모습으로 안치돼 있다. 시신 위에는 그의 모습을 본뜬 밀랍 모형이 놓여 있다. 그가 안치된 장소에는 매일 수천명의 신도들이 모여드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이날 바티칸에서 열리는 행사는 지난 5월 미국 출신 첫 교황이 된 레오 14세가 선출 이후 처음으로 집전하는 시성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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