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5일 자정부터 ‘복면금지법’ 시행” 현장에서도 우려 쏟아져

“홍콩 5일 자정부터 ‘복면금지법’ 시행” 현장에서도 우려 쏟아져

민나리 기자
민나리 기자
입력 2019-10-04 13:54
업데이트 2019-10-04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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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집회뿐 아니라 모든 시위에서 금지

최루탄 등에 노출..“법률적 저항 부딪힐 것”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 서울신문 DB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
서울신문 DB
홍콩 정부가 시위대의 마스크 착용을 금지하는 ‘복면금지법’을 5일 0시부터 시행할 것이라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4일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이날 행정회의를 마친 후 오후에 존 리 보안국장과 함께 복면금지법 시행을 발표할 예정이다.

복면금지법은 공공 집회나 시위에서 마스크나 가면 등 얼굴을 가리는 것을 착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으로 미국이나 캐나다, 독일, 프랑스 등 미국과 유럽 15개국에서 시행하고 있다. 캐나다에서는 불법 집회나 폭동 때 마스크 착용을 금지하며 이를 어기면 최고 10년 징역형에 처한다.

SCMP에 따르면 홍콩 정부가 시행하려는 복면금지법은 불법 시위나 폭동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모든 공공 집회나 시위에서 마스크 착용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르면 5일 0시에 실시되는 이 법을 어길 경우 최고 징역 1년이나 2만 5000홍콩달러(약 380만원)의 벌금에 처해질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집회 참여 여부와 상관없이 경찰관이 공공장소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어느 시민에서도 마스크를 벗도록 요구할 수 있어 향후 논란이 예상된다. 이 요구에 불응하면 최고 6개월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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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쏜 실탄 맞고 쓰러진 시위대
경찰 쏜 실탄 맞고 쓰러진 시위대 신중국 건국 70주년 국경일인 1일 홍콩에서 열린 시위에 참가한 시민이 진압 경찰이 쏜 실탄에 맞아 쓰러져 있다. 2019.10.1
SNS 동영상 캡처 로이터 연합뉴스
홍콩 언론은 람 행정장관이 비상 상황 발생 시 행정장관에서 시위 금지, 체포, 검열 등 비상대권을 부여하는 ‘긴급정황규례조례’(긴급법)이 발동해 복면금지법을 시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현장에서는 우려가 쏟아졌다. 시위대 진압에 투입됐던 한 경찰은 “시위대의 마스크 착용 금지는 불필요한 갈등을 불러올 것”이라면서 “지금까지는 경찰에 체포된 시위대만 마스크를 벗으면 됐지만 이제는 마스크를 쓴 시위대는 모두 경찰을 자극하는 것으로 여겨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경찰은 “현실적으로 시위자가 의사의 진단서를 보여주며 감기 때문에 마스크를 썼다고 주장하면 진위를 확인하려면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법안은 법률적 저항에도 부딪힐 가능성이 높다. 홍콩대 사이먼 영 교수는 “마스크 착용을 금지하면 경찰이 쏘는 최루탄에 쉽게 노출될 수밖에 없다”면서 “이는 홍콩 기본법 28조와 인권법 5조가 보장하는 자유와 안전을 누릴 권리에 위배된다”고 말했다.

송환법 반대 시위대의 대변인을 자처하는 단체인 민간기자회는 “긴급법이 발동되면 이는 ‘엔드게임’(endgame)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홍콩 정부는 긴장 상황을 조장해 법률체계를 무너뜨리려고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홍콩 민주화를 지지하는 이른바 민주파 의원이자 법조계 직능대표 데니스 궉은 “복면 착용을 금지하는 긴급법은 홍콩 사회를 전체주의 사회로 끌어내리는 첫걸음이 될 것이며 사회 분열이 심화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궉 의원은 “긴급법은 홍콩 기본법과 국제인권규약이 없던 1922년에 제정된 것”이라며 “홍콩 정부는 1999년 유엔인권위원회에 긴급법 발동 시 입법회 심의를 거칠 것이라고 약속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긴급법을 발동하려면 입법회 심의를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사법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날 저녁 타이쿠, 사틴, 위안랑, 쿤통, 정관오 등 홍콩 시내 11개 지역에서는 복면금지법 시행과 경찰의 고등학생 총격을 비판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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