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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쿠데타> 후퇴 거듭하는 민주주의

<태국 쿠데타> 후퇴 거듭하는 민주주의

입력 2014-05-27 00:00
업데이트 2014-05-27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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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에서 또다시 쿠데타가 발생해 동남아시아 정치, 경제의 중심인 이 나라의 민주주의 후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프라윳 찬-오차 육군참모총장이 주도한 이번 쿠데타는 쿠데타가 빈발하는 이 나라에서 19번째 발생한 것이며, 마지막 쿠데타인 2006년 쿠데타에 이어 8년 만에 재발했다.

그동안 쿠데타는 군인들 사이의 파벌 싸움과 권력 쟁탈전의 결과로 일어난 경우가 대부분이었으나 2006년과 이번 쿠데타는 민간정부를 전복시켰다는 점에서 민주주의 훼손 우려가 더 크다.

마지막 두 쿠데타는 모두 탁신 친나왓 전 총리 정권을 무너뜨리려고 단행됐다. 태국 정치사상 한 정치인이 두 번의 쿠데타를 당하기는 처음이다.

군부가 탁신 정권을 붕괴시킨 것은 탁신 진영이 기득권 세력의 권력을 침식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경찰 간부에서 재벌, 정치인으로 변신해 총리를 두번 지낸 탁신은 태국 경제와 정치사에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그는 저가 의료보험, 산간벽지 개발 등 저소득층을 위한 복지, 경제 정책을 펴 농민과 노동자들로부터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탁신 진영이 2001년 이후 치른 선거마다 승리해 입법부와 행정부를 장악하자 왕실, 군부, 관료, 기업가, 중산층 등 기득권 계층은 탁신 정권을 몰아내려고 온갖 시도를 벌여왔다.

기득권 계층은 2006년 쿠데타 후에는 탁신 진영이 선거에 승리해 정권을 잡더라도 이를 견제할 수 있도록, 입법부와 행정부의 권한을 제한하는 한편 사법부와 국가반부패위원회(NACC) 등 감시기관의 기능을 대폭 강화했다.

실제로 헌법재판소, 대법원, NACC 등은 친탁신 정당을 2차례 해산하고, 친탁신 진영 총리 3명을 해임했다.

잉락 친나왓 전 총리도 3년 전 행사했던 국가안보위원회 위원장 인사권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내려 해임됐다.

기득권 계층과 중산층은 보수 민주당이 지난 20년 동안 한 번도 총선에서 승리하지 못한 데 이어, 앞으로도 선거 승리 가능성이 보이지 않자 아예 선거를 하지 말자고 요구하고 있다. 교육 수준과 납세 실적에 따라 투표권을 차등화하자는 주장도 펴고 있다.

반탁신 진영이 지난해 말부터 7개월째 시위를 계속했는데도 탁신 정권이 물러나지 않자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켰으며, 군부는 정치 제도를 바꾸고 총선을 실시하겠다는 입장이다.

군부는 앞으로 친탁신 진영이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더 줄이고, 입법 및 행정 권력 견제 장치를 더 강화하는 쪽으로 정치제도 바꿀 것으로 보인다.

군부는 친탁신 정권을 붕괴시킨 데서 멈추지 않고 개혁의 이름으로 탁신 진영에 불리하도록 제도와 규정을 바꿀 것으로 관측된다.

정치 전문가들은 탁신 지지 지역인 북부, 동북부에서 선출할 수 있는 의원 수를 줄이는 대신, 민주당 지지 지역인 방콕과 남부의 의원 수를 증가시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치권이 국민 대중의 요구를 외면한 채 이처럼 기득권 유지에 급급한 한 민주주의 후퇴는 계속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친탁신 진영은 교육 수준이 높은 방콕 중산층과 지식인들로부터 부정부패, 권력남용 등으로 비판받아왔다. 티티난 퐁수디락 쭐라롱껀대학교 정치학 교수는 “탁신 진영의 부정부패, 권력남용에 반대하는 이들은 선거를 통해 승리하려고 노력해야 한다”며 “선거만이 정치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정치권이 권력 쟁탈전을 멈추고, 계층 간 화해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시위, 쿠데타 등 정치 불안이 당분간 반복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군부가 친탁신 정권을 몰아내면, 친탁신 진영이 반격하고, 친탁신 정권이 들어서면 다시 기득권 계층의 공격이 시작된다는 것이다.

까셋삿대학교 앙꾼 홍까나누깨우 사회학과 교수는 “평등 의식이 약해지고, 다양성을 수용하지 않는 데서 정치적 위기가 비롯된다”며 “교육의 정도나 신분과 상관없이 모든 국민이 정치적으로 같은 권리를 갖고,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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