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부차관보 비공개 청문회 중 급습
4시간 30분 중단·재개 반복… 결국 연기탄핵 찬성 여론 커지자 위기감 느낀 듯
청문회장서 기자회견
미국 공화당 하원의원들이 23일(현지시간) 민주당 하원의원들이 주도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탄핵조사 청문회장에 난입해 기자회견을 열고 비공개 탄핵 조사에 참여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워싱턴 AP 연합뉴스
워싱턴 AP 연합뉴스
23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한 ‘우크라이나 의혹’ 탄핵조사 비공개 증언에서 불리한 증언이 계속 나오자 공화당 의원들이 회의를 방해하기 위해 집단 행동에 나섰다. 이 때문에 회의는 4시간 30분 이상 중단됐다 재개되는 파행이 벌어졌다.
25명가량의 공화당 하원의원들은 이날 오전 하원의 3개 관련 상임위가 국방부 부차관보에 대한 비공개 증언을 진행하던 회의실을 급습했다. 이들은 회의장에 진입하는 과정에서 의회 경호 인력들의 신분증 확인 과정을 무시하기도 했다. 이어 여야 의원들 간 고성과 반말이나 다름없는 비아냥이 오가며 회의장 안팎은 ‘여의도 정치’를 연상하게 하는 아수라장이 됐다.
공화당 의원들은 비공개회의에 참석할 수 있게 해 달라며 탄핵조사를 주도하는 민주당 애덤 시프 하원 정보위원장을 향해 고함을 질렀다. 공화당 하원 원내 2인자 스티브 스칼리스 의원은 “(민주당이) 옛 소련 스타일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이들의 실력 저지에 결국 시프 위원장은 얼마 후 “증언을 무기한 연기한다”고 말한 뒤 회의실을 떠났다.
이날 회의실 급습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1일 각료회의에서 공화당 의원들에게 좀더 적극적으로 대응해 달라고 ‘야성’을 요구한 뒤 이틀 만에 나왔다.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대통령과 하원의원들이 22일 2시간 30분 정도 회의를 했고, 이 자리에서 실력 저지 계획을 공유했다고 전했다. 공화당 짐 조던 의원은 “무엇이 진행되는지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한 불만이 마침내 비등점에 도달한 것”이라고 말했다.
표면적으로 민주당 주도의 비공개 조사에 대한 공화당의 불만이 팽배한 데 따른 것이지만 탄핵 찬성 여론이 높아지는 등 사태가 악화되고 있다는 위기감이 여당을 중심으로 커지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날 공개된 퀴니피액대의 여론조사 결과 절반을 넘는 55%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조사를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공개로 일정을 진행한 이유에 대해 민주당은 탄핵조사 초기이기 때문에 증인들이 말을 맞추는 것을 피하기 위한 조치라고 해명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2019-10-25 1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