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의 시위로 상가 최소 6곳 불타… 경찰 vs 흑인 충돌 재점화 조짐
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2년 만에 또다시 흑인 남성이 경찰의 총격으로 숨지면서 잠잠해지는 듯했던 미국 내 경찰과 흑인 간 갈등이 재점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14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전날 오후 밀워키 북부 지역에서 실빌 K 스미스(23)라는 이름의 흑인 청년이 경찰의 차량 검문을 피해 도주하다 경찰의 총에 맞아 즉사했다. 에드워드 플린 밀워키 경찰서장은 이날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번 총격은 법 테두리 안에서 이뤄졌으며 숨진 스미스에게 상당수 전과가 있었다”고 전했다. 플린 서장은 “경찰이 왜 해당 차량을 검문하려 했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그가 수상하게 행동한 것은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톰 배럿 밀워키 시장도 경찰관의 보디캠(몸에 부착된 카메라) 녹화 장면을 분석한 결과 스미스가 총격 당시 손에 총을 쥐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경찰 발표 직후 밀워키 흑인 밀집 지역에선 스미스의 총격을 규탄하는 폭력시위가 벌어졌다. 최소 200여명이 참가한 항의 시위로 경찰차가 파손되고 주유소와 자동차 부품가게, 은행 지점 등 최소 6곳이 불탔다. 시위자 17명이 체포됐다.
위스콘신주는 시위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자 이날 밀워키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주 방위군을 배치했다. 스콧 워커 위스콘신 주지사는 밀워키카운티 보안관인 데이비드 클라크의 요청에 따라 주 방위군을 흑인 밀집지역 주요 도로에 배치했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이번 사건이 최근 미국에서 경찰을 겨냥한 총격 사건이 이어지는 등 경찰과 흑인 간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벌어진 데 대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밀워키는 흑인 거주자 비율이 40%를 차지하는 도시로 2014년에도 정신질환 병력의 흑인 청년 돈트렐 해밀턴이 경찰의 총격에 사망해 대규모 폭력 시위가 벌어졌다.
밀워키는 미국 내에서 흑백 분리가 가장 심각한 도시로 손꼽힌다. 교도소에 갇혀 있거나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실업자로 살아가는 흑인 인구의 비율이 제일 높으며 백인과 흑인 간 소득 격차 또한 전국 평균보다 50%나 크다. 흑인에 대한 경찰의 과잉 진압 논란이 끊이지 않는 곳이기도 하다. 밀워키의 한 주민은 CNN에 “탄산음료 병을 흔든 뒤 뚜껑을 따면 내용물이 폭발해 넘치는 것과 같은 상황이 지금 이곳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2016-08-1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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