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러 추가 제재·우크라 군사지원 법안’ 서명키로 의회, 러 제재 강화 초당적 촉구…케리 “푸틴 손에 달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 국영기업 등에 대해 추가 제재를 가하고 우크라이나에 무기 등 군사 지원을 확대하는 법안에 서명하기로 했다.또 미국 의회도 여야를 떠나 한목소리로 러시아에 대한 제재 강화를 요구하는가 하면 오바마 행정부 고위 관료들도 러시아를 상대로 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그잖아 루블화 가치 폭락 등 금융시장 불안으로 경제가 위기 상황에 빠져들면서 1998년 국가 디폴트(채무불이행)가 재연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는 러시아를 매섭게 몰아붙이는 형국이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16일(현지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이번 주말 이전에 미국 의회가 최근 통과시킨 ‘우크라이나 자유 지원 법안’에 서명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어니스트 대변인은 “백악관이 법안에 지속적인 우려를 표명해온 것은 사실이지만, 러시아를 상대로 한 전략을 수행할 대통령의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승인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애초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는 유럽 국가들과 보조를 맞춰야 한다면서 신중한 입장을 밝혔으나 이 법안을 러시아를 더 밀어붙일 지렛대나 카드로 쓰기로 한 것으로 풀이된다.
백악관 요청에 따라 법안 심의 과정에서 러시아에 대한 제재가 의무 규정이 아니라 대통령이 필요할 때 동원할 수 있는 자유재량 사항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법안은 내년부터 2년간 우크라이나에 대전차포, 방공 레이더, 전술 정찰 무인기(드론) 등 3억5천만 달러 상당의 무기를 제공하고 군사고문을 파견하는 한편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천연가스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도록 지원하라는 게 골자다.
또 러시아가 추가 도발하거나 옛 소련 국가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에 가스 공급을 줄일 경우 국영 에너지·방산 기업에 추가 제재를 가할 수 있게 했다.
법안은 정치적으로 사분오열된 미국 상·하원에서 모두 극히 이례적으로 구두투표를 거쳐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민주·공화 양당 의원들은 법이 가결처리되자마자 오바마 대통령에게 즉각 서명하라고 촉구했다.
존 베이너(공화·오하이오) 하원의장은 성명을 내고 “이 초당적인 법안은 우크라이나 국민의 대의명분에 대한 미국 의회의 강력한 지지를 담은 것으로, 오바마 대통령은 즉각 서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로버트 메넨데즈(민주·뉴저지) 상원 외교위원장도 “미국 의회는 당을 떠나 국제 질서를 계속 흐트러뜨리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맞서 우크라이나 정부 및 국민과 강력하게 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메넨데즈 위원장은 “우크라이나의 영토 통합성은 반드시 복구돼야 하며 푸틴은 불안정을 초래하는 그의 행위가 자국에 얼마나 심각하고 중대한 결과를 가져다줄지 알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오바마 행정부는 러시아에 대한 압박 강도를 한층 높였다.
조 바이든 부통령은 전날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전화 통화하면서 친러시아 분리주의 세력이 동부 우크라이나 주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봉쇄하지 못하게 러시아가 나서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바이든 부통령은 아울러 우크라이나 정부의 휴전 선언을 환영하는 한편 경제적 지원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런던을 방문 중인 존 케리 국무장관도 추가 제재 여부는 러시아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그는 “푸틴 대통령으로 하여금 우크라이나에 대한 다른 선택을 유도하려는 게 제재의 목적”이라며 “러시아가 최근 건설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제재는 이미 수개월 전에 해제될 수 있었고, 크렘린의 결단에 따라 며칠 안에 걷힐 수도 있다”며 “조만간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모든 세력이 확실하고 명확한 길을 만들어내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어니스트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러시아 경제는 푸틴의 손에 있다. 국제사회는 그동안 러시아가 기본적 국제 규범을 존중한다는 의지만 보여준다면 제재 강도를 낮추고 경제에 대한 압박도 완화하겠다는 점을 강조해왔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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