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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서 잊힐 권리 인정’구글 판결에 찬반 후폭풍

‘온라인서 잊힐 권리 인정’구글 판결에 찬반 후폭풍

입력 2014-05-14 00:00
업데이트 2014-05-14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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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 보호 판결” vs “인터넷 검열·악용 우려”고객 삭제요구 쇄도하면 업체 비용 급증 전망도

유럽연합(EU)내 최고 재판소인 유럽사법재판소(ECJ)가 구글의 인터넷 검색결과에 나오는 자신의 개인정보에 대한 삭제 권리를 인정한 것은 ‘온라인상의 잊힐 권리’를 적극 인정한 획기적인 판결로 평가된다.

이에 따라 구글 이용자는 구글에 자신의 정보를 지워달라고 요구할 수 있게 된다. 이는 현재까진 소송을 통해 가능했다. 만약 구글이 요구를 거부하면 국가기관 등을 동원해 이를 강제할 방법도 생긴다.

판결은 EU 28개국 5억 주민에게 적용된다. 유럽 검색시장 1위인 구글이 당장 영향을 받지만 다른 검색엔진 ‘빙’의 마이크로소프트, 야후, 페이스북 등도 모두 직간접적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그러나 이 판결이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데다가 범죄자, 정치인 등이 자신의 과거를 세탁하는 데에 악용될 수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업체들의 추가 비용 부담문제도 제기되며, 어떤 상황에서 어디까지 잊힐 권리가 인정돼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 부적절·과도한 개인정보 삭제 요구권리 인정

외신들에 따르면 ECJ는 13일(현지시간) 내놓은 판결문에서 “(게시될 당시의 목적과는 다르게) 부적절하거나, 연관성이 떨어지거나 과도한 개인정보”에 대해 정보 당사자가 구글을 상대로 삭제를 요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구글 사용자는 자신의 이름 등을 검색했을 때 나오는 뉴스나 판결문, 다른 문서 등에 대해 이를 더는 검색 결과에 나타나지 않게 하거나 링크(접근 경로)를 지워달라고 구글에 요구할 수 있게 된다.

만약 구글이 거부할 경우 개인은 관련 정부기관에 요청해 이를 강제 집행하도록 할 수도 있다. 다만, 이는 공공의 이익과 크게 관련이 없는 정보만 해당되며 해당 정보를 담은 웹사이트 자체를 지우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이번 판결 자체가 그 자체로 어떤 법률을 새로 만들어내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현재 EU집행위원회가 추진 중인 ‘정보보호강화법 개정안’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 법안은 독립된 정보보호 기관 설립, 기업의 개인정보 수집 제한 등이 골자다.

또 판결에선 구글을 검색 결과로 나오는 개인정보에 대한 ‘관리자’(controller)로 명시했다. 이는 추후 고객에 대해 정보수집 행위를 통보하는 등 새로운 의무가 부과될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법조계는 보고 있다.

◇ “사생활 보호가 비즈니스에 우선” vs. “범죄자·정치인 악용 우려”

이날 판결은 지난 2011년 스페인의 마리오 코스테자 곤잘레스라는 한 개인이 낸 소송에서 비롯됐다. 그는 자신의 압류 주택이 경매에 넘어간다는 1998년 신문 기사가 여전히 구글 검색에 나온다며 구글을 상대로 법정 싸움을 벌였다.

곤잘레스는 판결 결과에 대해 “나는 공공의 이익과는 상관도 없으면서 개인의 존엄과 명예를 훼손하는 정보를 삭제하기 위해 싸운 것”이라며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하버드 로스쿨의 조너선 지트레인 교수는 판결에 대해 “개인에게 자신에 대한 검색결과에 대해 부분 거부 조항을 준 것과 같다”고 뉴욕타임스(NYT)에 평가했다.

’인터넷 개인 권리’의 저자 폴 버넬은 “이번 판결은 개인의 사생활에 대한 권리를 검색엔진의 비즈니스 모델과 일부 표현의 자유보다 더 우선시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번 판결에 반발하는 목소리 역시 거세다. 자신의 기록을 삭제할 수 있도록 한 권리가 오래된 아동 성범죄 기록 등 공공의 이익과 관련된 정보를 없애버리는 용도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페이스북, 구글 등이 주요 회원인 ‘컴퓨터·커뮤니케이션 산업협회’는 성명을 내고 “엄청난 규모의 ‘사적 검열’의 문이 열렸다”며 “정치인이나 무언가를 숨기려는 사람에 의해 악용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도 사설에서 “’잊힐 권리’가 힘있는 자들이 ‘과거를 덮는 권리’가 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마치 ‘쓰나미’처럼 밀려들 고객의 삭제 요구에 검색엔진 회사들의 각종 비용이 감당할 수 없이 치솟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궁극적으로는 판결로 인해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 역시 나온다.

판결에 대해 구글은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야후도 성명을 내고 “검열의 그림자가 없는 자유롭고 공개된 인터넷 환경”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 ‘잊힐 권리 어떻까지 인정’ 모호…논란 지속될 듯

ECJ의 이번 판결은 그러나 구글이 어떤 삭제 요청은 수용하고 어떤 요청은 거절할 수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조건을 달지 않았다. ‘공공의 이익과 개인의 사생활에 대한 권리의 균형이 있어야 한다’란 다소 모호한 원칙만 적시했다.

이 때문에 이 권리가 어떤 상황에서, 어디까지 인정돼야 하느냐를 놓고는 앞으로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NYT는 “가령 사업가가 10년전 파산 기록을 삭제하는 게 정당한지, 아니면 이 기간이 5년이면 괜찮은 것인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런 세부사항은 각 국가의 법원이나 입법부가 정할 문제이며 이는 수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그 사이 구글 등 검색엔진들이 새로운 법정 다툼을 시작할 수도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내다봤다.

이번 판결은 유럽뿐 아니라 다른 지역으로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비록 판결의 효력은 유럽에 한정되지만, 인터넷은 국경이 구분된 곳이 아닐 뿐더러 일부 다른 나라도 이미 비슷한 움직임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경우 내년부터 ‘온라인 지우개법’이 시행된다. 이 법은 캘리포니아 청소년들이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 등에 올린 사진·글이 이후 직장 생활 등에 문제가 되면 해당 업체에 삭제 요청을 할 수 있게 했다.

그러나 AP통신은 미국에서는 수정헌법 제1조에 따라 미국 연방차원에서는 비슷한 판결이 나오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1791년 채택된 수정헌법 제1조는 정보·의견의 자유로운 출판 및 보도(언론의 자유)를 보장하는 내용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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