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티모르 국립대학교(UNTL)에서 여러 대학의 학생들이 국회의원용 SUV 65대를 구매하려는 의회의 계획에 항의하고 있다. 2025. 9.15 AFP 연합뉴스
동남아시아의 최빈국 동티모르에서 국회의원들에게 새 차량을 지급한다는 계획이 알려지자 이에 분노한 대학생들이 항의 시위에 나섰다.
17일(현지시간) AFP 통신에 따르면 지난 15일부터 이틀 동안 동티모르 수도 딜리에서 시위가 일어났다. 대학생 2000명은 국회의사당 인근에서 정부 차량에 불을 질렀고, 경찰관들을 향해서는 돌멩이를 던졌다.
일부는 집회 현장 인근에서 “도둑을 막아라”라고 쓴 현수막을 들기도 했다. 시위대 대부분은 딜리에 있는 대학교 재학생들로 경찰은 최루탄을 쏘며 진압에 나섰다. 이들은 국회의원 65명에게 도요타 새 차량을 지급하는 계획에 대해 항의하기 위해서 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동티모르 국립대학교(UNTL)에서 여러 대학의 학생들이 국회의원용 SUV 65대를 구매하려는 의회의 계획에 항의하는 시위 중 경찰이 쏜 최루탄에서 도망치고 있다. 2025.9.15 AFP 연합뉴스

동티모르 국립대학교(UNTL)에서 여러 대학의 학생들이 국회의원용 SUV 65대를 구매하려는 의회의 계획에 항의하고 있다. 2025. 9.15 AFP 연합뉴스
국회의원의 차량 구매 비용이 포함된 예산안을 승인한 동티모르 정당들은 시위가 격화하자 해당 계획을 취소해 달라고 의회에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위대는 차량 구매 계획이 공식적으로 폐기될 때까지 집회를 계속한다는 입장이다.
한 동티모르 활동가는 “차량 구매 결정을 취소해야 한다”며 “그 결정은 국회의장이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위에 참여한 대학생은 “이 결정을 취소하지 않으면 우리는 끝까지 맞서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동티모르 딜리에서 국회의원용 SUV 65대 구매 계획에 항의하는 대학생들이 세운 정부 차량을 소방관들이 진압하고 있다. 2025.9.16 AFP 연합뉴스

동티모르 딜리의 한 거리에서 대학생들이 국회의원용 SUV 65대를 구입하려는 의회의 계획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2025.9.16 AFP 연합뉴스
동티모르 정부는 시위 중에 일어나는 폭력에는 단호하게 대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제 하무스오르타 동티모르 대통령은 “정부나 의회가 잘못했을 때 시위로 항의할 수 있다”면서도 “폭력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동티모르는 450년 동안 포르투갈의 식민 지배를 받다가 1975년 독립을 선언했지만 이내 인도네시아에 점령당했다. 인도네시아의 식민 지배를 받은 24년 동안 학살당하거나 실종된 동티모르인은 2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후 동티모르는 유엔이 감독하는 국민투표를 거쳐 2002년 공식적으로 독립했다. 141만명이 사는 동티모르는 동남아 국가들 가운데 최빈국으로 꼽힌다. 인구의 40%가량은 빈곤층이며 불평등, 영양실조 등 사회 문제가 심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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