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 인디아 국내선 이코노미석 “고기 기내식 없어요”

에어 인디아 국내선 이코노미석 “고기 기내식 없어요”

임병선 기자
입력 2017-07-12 07:25
수정 2017-07-12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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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국영항공사 에어 인디아의 국내선 이코노미석에서는 고기가 들어간 기내식을 먹기 힘들게 됐다.

인도 정부가 80억달러 빚에 허덕이고 있는 국영항공사 에어 인디아를 민영화하겠다고 여러 차례 공언한 가운데 항공사가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고기가 들어간 기내식 공급을 중단하기로 해 반발하는 여론이 적지 않다고 영국 BBC가 11일 전했다.

인도에서는 먹는 문제가 대단히 민감한 정치적 문제가 된다. 많은 힌두인들은 채식주의자인 반면, 무슬림들은 종종 고기를 먹는다. 이번 조치가 차별적이라고 주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며 바닥을 기는 항공사의 적자 개선에도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반대가 만만찮다.

인도는 세계에서 채식주의자 비중이 가장 높은 나라다. 유로모니터 조사에 따르면 인도 인구의 약 30%가 스스로를 채식주의자라고 여긴다. 3억 9100만명이 채식주의자란 뜻이 된다. 다만 지난 5년 동안 8%가 줄어 상대적으로 고기 먹는 인구가 늘고 있는데 이런 경향에도 반대되는 조치를 취한 셈이다.

인도 대법원은 도축을 목적으로 가축시장에서 소를 거래할 수 없게 한 연방정부 행정명령의 효력을 중지시켰다고 인도 NDTV 등이 이날 보도했다. 국민 다수가 믿는 힌두교에서 신성시하는 소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가 너무 지나치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에는 암소나 황소 제품을 수출해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자칭 자경단원들이 무슬림을 공격하는 일까지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마드후 메논 트위터 캡처
마드후 메논 트위터 캡처
방갈로르에서 활동하는 셰프 겸 음식 평론가인 마드후 메논은 트위터를 통해 이번 결정에 정치가 작동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에어 인디아에서는 채식만 준대. 다음엔 승무원들의 힌디어 전용 강제겠네. 그 다음은 이륙 직전 국가가 흘러나오면 전원 기립해야 할테고’라고 이죽거렸다.

그러나 아쉬아니 로하니 에어 인디아 회장 겸 운영국장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쓰레기를 줄이고 비용을 절감하며 서비스를 개선하고 혼동 가능성을 제거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단거리 국제 노선에서 “음식은 그저 덤일 뿐이며 많은 관심을 기울일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에어 인디아의 라이벌인 비스타라 항공사는 트위터에 ‘치킨 오아 베제테블 우리는 선택권을 여러분께 드립니다’라고 재빨리 광고전을 펼쳤다. 비스타라 항공사 트위터 캡처
에어 인디아의 라이벌인 비스타라 항공사는 트위터에 ‘치킨 오아 베제테블 우리는 선택권을 여러분께 드립니다’라고 재빨리 광고전을 펼쳤다.
비스타라 항공사 트위터 캡처
하지만 이 항공사의 라이벌인 비스타라는 이런 에어 인디아의 노력이 오히려 고객의 선택 폭을 좁힌다고 재빨리 지적했다. 약간의 돈을 아낄 수 있겠지만 80억달러의 막대한 빚더미에 치킨이나 양고기를 쓰지 않아 절약하는 돈은 조족지혈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지난달 에어 인디아의 지분을 매각하는 데 원칙적으로 동의한 뒤 얼마나 많은 지분을 매각해 빚 중 얼마를 탕감하는 게 적정한지를 결정하는 위원회를 가동하기로 했다. 타타 선스 재벌과 인디고 그룹이 에어 인디아의 지분 인수에 관심을 갖고 있다. 2012년에만 58억달러의 적자를 냈고 세금으로 대부분 이를 메웠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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