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국영 파키스탄항공(PIA)이 이달 초 추락사고로 47명의 사망자를 낸 기종의 운항을 재개하면서 염소를 죽여 제물로 바치는 의식을 치러 논란이 일고 있다.

20일 파키스탄 일간 익스프레스트리뷴 등에 따르면 PIA측은 지난 18일 수도 이슬라마바드 외곽에 있는 베나지르 부토 공항에서 물탄으로 가는 쌍발 터보 프로펠러기 ATR-42 여객기의 이륙에 앞서 기체 앞에서 흑염소 한 마리를 죽여 피를 내는 의식을 치렀다.

항공사 측은 최근의 항공 참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안전을 기원하는 취지에서 의식을 치른 것으로 알려졌다.

PIA는 앞서 7일 이슬라마바드 인근 하벨리안 산악지대에서 ATR-42 기종 여객기가 추락해 승객과 승무원 등 47명이 사망하자 지난 12일부터 같은 기종의 운항을 전면 중단하고 안전점검을 실시했으며 1주일만인 이날 해당 기종의 운항을 재개하던 참이었다.

의식을 치르는 모습을 담은 사진이 현지 언론과 트위터 등으로 확산하면서 네티즌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

사진 속에는 여객기 바로 앞에 공항경비대원이 배치된 가운데 PIA 직원들이 앉아 염소를 잡고 있는 모습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기사 댓글과 소셜미디어에는 PIA가 안전대책보다 미신에 더 신경 쓴다며 PIA를 질타하는 글이 빗발쳤다.

일부는 “제물을 바치는 게 항공기 안전 관리를 소홀히 한다는 뜻은 아니지 않나”며 PIA를 두둔하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시험을 앞둔 학생이 공부는 하지 않고 밤새 시험 잘 보게 해달라고 기도하는 격”, “PIA는 서기 800년에 살고 있나”, “세계의 웃음거리가 될 일을 했다”는 등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비난이 잇따르자 PIA는 이번 의식이 경영진이 결정한 것이 아니며 일부 현지 직원이 운항 재개에 감사하는 뜻에서 스스로 한 것이라며 거리를 뒀다.

하지만 PIA 조종사협회의 한 간부조차 “직원들이 신의 가호를 찾기 시작한 것 자체가 뭔가 심각하게 잘못됐음을 뜻한다”면서 이번 조치를 비판했다.

PIA 직원 행동위원회의 한 위원은 1980년대 프랑스에서 처음 개발된 ATR-42가 여객기로는 현재 세계 여러 항공사에서 퇴역했음에도 PIA가 10여대를 운용하고 있는 것을 현지 언론에 문제로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