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최빈국서 키우는 우주를 향한 꿈

아프리카 최빈국서 키우는 우주를 향한 꿈

오상도 기자
입력 2016-03-23 13:32
수정 2016-03-23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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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티오피아 제1천문대 이달 개장

 “우리의 최종 목표는 외계인과 만나는 것이 아닙니다. 에티오피아인을 우주로 보내는 것이죠. 내 생애 동안 볼 순 없겠지만 언젠가 실현 가능한 목표입니다.”(기온 아세나피·전기공학자)

 세계 최빈국 중 하나인 아프리카 에티오피아에서 우주탐사의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이달 초 개장한 엔토토산의 제1천문대(해발 3200m)는 동아프리카 유일의 우주 연구시설로 기록됐다. 2004년 출범한 에티오피아우주과학자협회도 벌써 1만명 넘는 회원을 끌어모았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에티오피아의 우주탐사에 대한 ‘이상 열기’를 21일(현지시간) 상세히 전했다. 이곳의 민간 과학자들이 펼치는 야심 찬 도전은 천문대 개설을 거쳐 인공위성 발사와 우주인을 우주로 보내는 우주 탐험으로 귀착된다.

주변국에선 부정적인 시각이 팽배하다. 오랜 내전으로 피폐해진 에티오피아에는 사치일 따름이라며 비판 일색이다. 이곳에선 인구 9600만명 중 1000만명 가까운 국민이 아사 위기에 처해 있다. 첨단 장비와 돈도 부족하다.

 하지만 지난해에만 219명의 학생이 24개 연구시설에서 박사학위 프로그램에 진입했고, 한 곳의 종합대학에 포스트닥터(박사 후) 과정이 개설됐다. 전국 각지의 60여 개 학교에선 관련 클럽을 운영 중이다.

 이곳 과학자들의 도전은 마치 하얀 눈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카리브해 섬나라에서 봅슬레이팀을 꾸리는 듯한 모험(영화 ‘쿨 러닝’)과 같다고 신문은 평가했다. 대다수 비용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에티오피아계 부호들이 갹출한다. 정부는 뒤늦게 수도 아디스아바바 인근의 제1천문대 운영 비용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을 따름이다.

우주과학자협회는 최근 에티오피아 정교회의 성지인 랄리벨라의 해발 4200m 고지에 제2천문대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사막에 자리해 연중 최소 320일가량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을 관측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세계 최고 천문대인 칠레의 아타카마와 쌍벽을 이룰 것이란 기대감 덕분에 미국 연구기관들이 투자 의사를 밝혔다.

 에티오피아 과학자들의 남다른 열정 뒤에는 농업 생산성을 끌어올려 빈곤에서 탈출하려는 노력이 숨어 있다. 우주과학자협회장인 솔로몬 벨라이 테세마는 “반세기 동안 악화된 가뭄과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투자”라며 “다들 미쳤다고 하지만 생존을 위한 몸부림으로 봐 달라”고 말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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