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의회 ‘과거사 집단성명’ 파장…아베, 고개 숙일까

미 의회 ‘과거사 집단성명’ 파장…아베, 고개 숙일까

입력 2015-04-24 08:58
업데이트 2015-04-24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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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이하 현지시간) ‘국빈급 방미’를 앞둔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향해 미국 워싱턴 조야에서 그야말로 전방위적인 압박이 가해지고 있다.

2007년 하원 위안부 결의안 통과를 주도했던 한인단체들이 8년 만에 다시 뭉치기 시작한 데 이어, 미국 의회에서는 지한파 의원들 주도의 ‘연판장’까지 등장했다.

이번 ‘연판장’ 사태는 방미를 앞둔 국가지도자를 직접적으로 겨냥한 초당파적인 집단행동이라는 점에서 외교적으로 적지않은 파장을 몰고 올 가능성이 있다.

무엇보다도 이번 연명 서한은 참여 규모(25명) 못지않게 의원들의 면면이 나름의 상징성과 무게감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특히 하원의 외교정책을 관장하는 에드 로이스(공화·캘리포니아) 외교위원장이 막판 동참한 것이 의미 있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로이스 위원장은 기본적으로 아베 총리의 과거사 인식에 부정적 입장을 보이면서도 직책상 대외적으로는 중립을 표방해왔다. 지난달 아베 총리에 대한 상·하원 합동연설 허용문제를 논의하는 과정에서도 로이스 위원장은 “내가 관여할 사안이 아니다”라며 한발 비켜 서 있었다.

그러나 로이스 위원장이 참여한 것은 한인들의 목소리를 의식한 측면도 있지만, 그보다도 이번 기회에 과거사 문제를 분명히 매듭짓고 가야 한다는 상황판단을 했기 때문이라는 게 워싱턴DC 소식통들의 설명이다.

하원의 수장이자 같은 당 소속인 존 베이너 하원의장이 의원들에게 신중한 언행을 주문한 가운데, 로이스 위원장을 비롯한 공화당 의원이 8명이 가세했다는 점에 워싱턴 외교가는 주목하고 있다.

한 외교소식통은 “서명에 참여한 공화당 의원들로서는 나름대로 ‘결단’을 내린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연명 서한은 지난해 6월 일본의 고노 담화 재검토를 비판하는 연명 서한에 참여했던 의원 18명(민주 15명·공화 3명)이 주축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마이크 혼다(민주·캘리포니아) 의원을 비롯한 친한파 의원들이 적극적으로 뛰고 워싱턴 정신대대책위원회 이정실 회장과 시민참여센터 김동석 상임이사 등 한인단체 관계자들이 이를 측면 지원했다는 후문이다.

다만, 이번 서한의 메시지는 ▲역사를 직시하고 ▲(과거 식민지배와 침략에 대한 통절한 반성과 사죄를 담고 있는) 무라야마 담화와 고노 담화를 공식으로 재확인하고 인정하며 ▲치유와 화해의 비전을 갖고 주변국과의 관계를 개선하라는데 그치고 있다. 아베 총리의 공식적인 사과와 참회를 요구하는 우리 정부와 여론과는 차이가 있다.

그러나 미국 의회 내에서 의원들이 연명 서한 형태로 특정 정부수반을 향해 집중적이고 단합된 메시지를 보냈다는 것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한 외교소식통은 “개별적인 자기 입장이 강한 미국의 의원 25명이 연명 서한을 낸다는 것은 전례가 드문 일”이라고 말했다.

미 의원들의 이런 움직임은 한국·미국·중국·대만 시민사회단체가 연대해서 아베 총리의 공개 사죄를 요구하고 나선 것과 맞물려 더 큰 울림을 낳고 있다. 이들 단체는 아베 총리의 워싱턴 방문기간인 오는 28∼29일 미 의사당 앞에서 700여 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항의집회를 열고 아베 총리의 위안부 범죄 반성 및 사죄를 요구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오는 29일 일본 총리 사상 최초로 상·하원 합동연설에 나서는 아베 총리로서는 과거사 언급을 놓고 상당한 압박감을 느낄 수밖에 없어 보인다.

아베 총리는 이번 연설에서 ‘미국에는 사과하되, 주변국에는 두루뭉술한 반성의 뜻을 표하는’ 언급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돼왔다. 이번 연설을 앞두고 일종의 예고편으로 인식돼온 22일(인도네시아 현지시간) 반둥 연설에서 아베 총리는 과거 전쟁행위를 ‘반성’한다고 하면서도 가장 중요한 ‘사과’를 하지 않았다.

특히 역대 담화를 관통하는 핵심어인 ‘식민지배’와 ‘침략’이라는 단어조차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미국 의원들이 이처럼 집단으로 목소리를 내면서 아베 총리로서는 과거사 문제에 더 분명한 ‘답’을 내놓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만일 아베 총리가 반둥연설과 같은 수준에서 주변국에 대한 과거사 문제를 가볍게 넘어간다면 예기치 못한 후폭풍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주변국이 수긍할만한 과거사 언급을 하지 않은 채 ‘두루뭉술하게’ 넘어갔다가는 자칫 예기치 못한 역풍이 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아베 총리는 최대한 막판까지 미국 내부의 여론동향을 주시하면서 최종 연설 문안을 다듬을 가능성이 크다고 외교소식통들은 전했다. 한 외교소식통은 “솔직히 아베 총리의 과거사 언급에 대한 주변국과 미국 내 지식인들의 기대치가 높지 않은 편”이라며 “그러나 아베 총리로서는 다시 연설문을 들여다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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