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이어 중학교 교과서까지…역사·영토 도발 이어질 듯

초등학교 이어 중학교 교과서까지…역사·영토 도발 이어질 듯

입력 2015-04-06 15:10
업데이트 2015-04-06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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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발표된 일본의 중학교 교과서 검정 결과에는 독도 영유권 주장을 강화해 온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의 의향이 진하게 반영됐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일본의 모든 중학생이 독도가 일본 고유의 영토이고 한국이 불법으로 점거하고 있다는 주장을 배우게 된다.

역사와 영토에 대한 인식을 형성하는 중학생들이 이런 주장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고 이는 장차 한국과 일본 간에 심각한 갈등을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 독도 영유권 주장, 명확해지고 많아졌다

독도가 일본 땅이라는 주장이 일본의 교과서에 실린 것이 새로운 일은 아니지만 갈수록 그 수위가 높아지는 것이 최근 두드러진 현상이다.

2011년 검정을 통과해 현재 사용 중인 일본 중학교 지리, 공민(사회) 역사 교과서는 18종 가운데 11종(지도에만 표기한 것까지 포함하면 14종)이 독도에 관한 기술을 담았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독도가 일본 영토라는 주장을 전제로 기술했으나 ‘한국이 불법으로 점거’하고 있다고 표현한 것은 4종뿐이었다.

그러나 이번 검정 결과 불법 점거 표현을 담은 교과서는 18종 가운데 13종으로 대폭 늘었다.

과목별로 차이가 있으나 지리 과목은 전체 4종 교과서가 모두 “일본 고유의 영토”와 “한국의 불법 점거”라는 내용을 반영해 일본의 모든 중학생이 내년부터 이런 주장을 사실로서 교육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공민 교과서도 전체 6종이 모두 독도가 일본 고유 영토라고 기술했고 이 가운데 5종이 한국이 불법 점거했다는 주장을 함께 담았다.

역사 교과서는 8종이 모두 1905년 시마네(島根)현 고시로 독도를 자국 영토로 편입했다고 설명했다.

역사 교과서들은 에도(江戶)시대 초기에 일본인이 독도 인근에서 조업했다는 내용이나 한국이 1952년 이승만 라인을 설정한 것 등 역사적 경위를 소개하며 독도 영유권을 구체적으로 주장했다.

일본의 중학생들은 서로 다른 과목을 통해 독도가 자국 영토라는 주장을 복합적으로 교육받게 될 것이며 이는 영토에 대한 한국과 일본의 인식 차를 키우고 일본 내에서 독도 영유권 주장을 확대 재생산하는 씨앗이 될 것으로 우려된다.

◇ 역사 교과서 검정 과정에서 여러 곳 수정…면밀한 분석 필요

검정 과정에서 역사 교과서에 관한 수정 의견이 다수 제시됐으며 교과서 업체가 스스로 기존의 서술을 변경한 것도 다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부 기술에서는 후퇴한 부분과 개선된 부분이 함께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일제가 한반도에서 실시한 토지조사사업이 ‘근대화를 명목으로’ 한 것이었다고 기존과 같은 표현을 사용한 교과서가 검정 의견에 따라 ‘근대화를 목적으로’로 변경됐다.

문부과학성은 명목이라는 표현이 다른 노림수가 있는 것처럼 읽힌다고 이유를 설명했지만 결국에는 미화(美化)라는 지적이 예상된다.

간토(關東)대지진 당시 발생한 조선인 학살의 희생자 수가 ‘수천 명’이라는 기존의 기술은 ‘통설이 없다’는 것으로 대체되는 경우가 있었다.

난징(南京) 대학살에 관해서는 출판사들이 ‘다수의 포로나 주민을 살해하고’라는 현행 교과서의 서술을 ‘포로나 주민을 연루시켜 많은 사상자가 생기고’라고 변경했고 ‘일본의 만행이라고 비난받는다’는 부분을 삭제했다.

이는 학살을 누가 행했는지에 관한 관심을 희석하는 조치로 볼 수 있다.

난징 대학살에 관해 잘못된 사실(희생자 수)이 퍼져 있어 일본의 명예가 손상된다고 우익 세력이 목소리를 높이는 최근 일본 사회의 분위기도 내용에 영향을 준 것으로 추정된다.

현행 중학교 교과서에 없는 일본군 위안부 관련 설명이 다시 등장한 것은 주목된다.

진보성향의 시민단체가 주축이 된 마나비샤의 역사교과서는 1990년대 김학순 할머니의 증언을 계기로 전쟁 중 여성에 대한 폭력 등에 관해 조사가 이뤄졌고 1993년에 고노담화가 발표됐다는 내용을 소개했다.

도쿄서적이 강화도 조약이 불평등했고 일본이 힘으로 조선을 개국한 것이라고 기술한 점은 기존 교과서보다 그나마 나아진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럼에도 역사 교과서의 서술 내용에 관해서는 면밀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며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 아베 정권, 교육에 노골적으로 개입…시모무라 문부상 주도

이번 검정 결과는 아베 정권이 영토 교육 강화, 이른바 ‘자학사관 극복’ 등을 내세우며 교육에 대한 개입을 노골화한 결과로 보인다.

아베 총리는 ‘침략의 정의는 정해진 것이 아니다’고 주장하며 과거 일본의 제국주의 정책을 정당화하는 듯한 발언을 하고 지방정부 행사인 다케시마(竹島·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의 명칭)의 날 행사 때 최초로 중앙정부 당국자를 파견하는 역사·영토 도발을 시도해왔다.

이런 인식은 교육 분야에서도 드러났다.

일본 정부는 작년 1월 교과서 검정기준과 교과서 제작 및 교사의 지도 지침인 학습지도요령 해설서(이하 해설서)를 개정해 교과서 내용에 큰 변화가 있을 것임을 예고했다.

올해 1월 개정한 교과서 검정기준은 근현대에서 통설적인 견해가 없으면 이런 사실을 명기해야 하며 정부의 통일된 견해와 최고재판소(대법원)의 판례가 있으면 이를 바탕으로 교과서를 서술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새 해설서는 독도에 대한 영유권 주장을 구체적으로 담았다.

기존의 지리 과목 해설서는 일본과 한국 사이에 독도에 관한 ‘주장에 차이가 있다는 점을 다루라’고 했는데 작년 1월 해설서 개정 때 독도에 관해 ‘한국에 여러 차례 항의하고 있다는 사실을 정확하게 다루라’고 바뀌었다.

공민 과목 해설서는 독도를 명시하지 않은 채 해결되지 않은 영토문제가 남아 있고 평화적 해결을 위해 노력한다는 내용에서 ‘우리나라(일본) 고유의 영토인 북방영토와 다케시마에 관해 미해결 문제가 남아 있다’는 것으로 변경됐다.

결국, 이번에 검정을 통과한 교과서는 검정기준 및 해설서 개정의 영향을 받은 셈이다.

개정작업은 아베 총리의 측근이며 비슷한 역사 인식을 지닌 시모무라 하쿠분(下村博文) 문부과학상이 주도했다.

그는 1997년 ‘일본의 앞날과 역사 교육을 생각하는 의원 모임’ 설립에 참여했고 아베 총리가 이 모임의 전신인 ‘일본의 앞길과 역사 교육을 생각하는 젊은 의원 모임’의 사무국장을 맡는 등 두 사람은 역사 인식에서 ‘바통’을 주고받았다.

시모무라 문부과학상은 2007년 3월25일 제1차 아베 내각의 관방 부(副)장관 재직 중 ‘라디오니혼’의 한 프로그램에서는 “종군간호부나 종군기자는 있었지만, 종군위안부는 없었다”며 “위안부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부모가 딸을 파는 일이 있었을 뿐 일본군이 관여한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고 식민지배와 침략을 사죄한 무라야마(村山)담화와 일본군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河野)담화가 일본 정부의 통일된 견해가 아니라고 한때 주장했다가 발언을 수정·철회하기도 한 인물이다.

◇ 교과서 검정은 역사·영토 도발의 시작

교과서 검정 결과는 아베 정권의 영토·역사 도발의 일부이며 이는 다른 분야에서도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아베 정권은 독도의 영유권을 주장하는 홍보 영상을 만들어 인터넷으로 유포하고 있으며 외교청서(외교백서)와 방위백서에 독도가 자국 영토라는 주장을 꾸준히 반영하고 있다.

초당파 국회의원 단체인 ‘일본의 영토를 지키기 위해 행동하는 의원연맹(이하 의원연맹)’ 등으로 구성된 ‘다케시마·북방영토 반환요구운동 시마네현민회의’는 작년에 도쿄 복판에서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집회를 열었으며 여기에는 고토다 마사즈미(後藤田正純) 내각부 부(副)대신(차관)이 참석해 일본 정부의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작년 12월 자민당의 중의원 선거 교육 분야 공약에는 교과서에 영토에 관해 충실히 기재하겠다는 것 외에도 “우리나라의 주권과 영토를 확고히 지키는 체제를 정비하는 동시에, 법과 사실에 기초한 일본의 주장에 대해 국내외에서 적극적으로 보급·계발·홍보하는 활동을 실시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독도를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자민당이 2012년 중의원 선거 공약에 ‘다케시마의 날’을 중앙정부 행사로 승격하는 방안을 담은 것에 비춰본다면 독도 도발이 앞으로도 이어지리라는 것이 명확해 보인다.

이번에는 그다지 쟁점이 되지 않았지만, 내년부터 일 년 간격으로 이어질 고교 교과서 검정에서는 일본군 위안부 관련 서술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스켄(數硏)출판은 검정과 별도로 고교 공민 교과서에 등장하는 “강제 연행된 사람들이나 ‘종군 위안부’들에 의한 소송이 이어지고 있다”는 기술을 “국가나 기업에 대한 사죄요구나 보상을 요구하는 소송이 제기됐다”는 표현으로 바꾸는 등 위안부라는 용어를 삭제한 교과서를 올해 4월부터 사용하도록 새로 내놓을 계획이다.

아베 정권은 ‘정부가 발견한 자료에는 군, 관헌에 의한 강제연행을 직접 보여주는 것과 같은 기술은 발견되지 않았다’는 견해를 유지하고 있으며 피해 배상과 사죄보다는 ‘잘못된 내용을 바로잡아 일본의 명예를 회복해야 한다’는 시각에서 이런 흐름을 직·간접적으로 조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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