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CEP 적극 나서며 美 주도 TPP 견제·협력 고민할 듯

한국과 중국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사실상 타결되면서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태평양 자유무역지대(FTAAP) 구축에도 속도가 붙을지 주목된다.

한국과 중국은 2012년 5월 이후 30개월가량 진행해 온 한중 FTA 협상에 마침표를 찍고 10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실질적인 타결’을 선언했다.

중국은 한국과 FTA를 체결하면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이후 10번째 국가(지역)와 관세 장벽을 허물고 자유무역을 하게 된다.

중국이 FTA를 체결한 나라들에는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과 파키스탄, 싱가포르 등 아시아 국가가 중추를 이룬다. 여기에 세계 무역비중 8위의 한국이 가세하게 되는 셈이다.

이처럼 아시아국들과의 FTA 체결에 성과를 거두면서 ‘더 넓은 곳’으로 향하는 중국의 행보가 빨라진 전망이다. 중국은 이제 아시아를 넘어 태평양으로 향하고 있다.

중국은 베이징에서 열린 이번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장관급 회의에서 FTAAP 구축 구상의 로드맵을 마련, 참가국의 동의를 얻는 데 성공했다.

이 로드맵은 ‘FTAAP 실현에 관한 공동 연구를 시작해 2016년까지 결과물을 도출할 수 있도록 독려한다’고 밝힘으로써 본격적인 출발을 선언했다.

아시아·태평양지역에 자유무역지대를 건설하는 일은 한국, 중국,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국과 미국, 캐나다, 러시아, 멕시코, 칠레 등 세계 주요 21개국으로 구성돼 있는 APEC의 최종 목표이기도 하다.

또한 중국은 현재 미국, 일본, 유럽연합(EU) 등 여러 국가들과 FTA 체결을 위한 다양한 모색을 하고 있다

한국과의 FTA 협상이 마무리되면서 중국이 주도하고 2015년 완성을 목표로 하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을 위한 협상이나 한국·중국·일본 3국 FTA 협상에도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다.

중국은 ASEAN과 한·중·일, 호주, 인도 등 16개국의 역내 무역 자유화를 위한 RCEP를 동아시아에서의 경제영역 확장을 위한 발판으로 삼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한중일은 지난 9월 베이징에서 FTA 제5차 협상을 하고 상품과 서비스, 투자 분야를 비롯한 18개 분야에 걸쳐 논의를 진행했다. 이달 제6차 협상을 이어갈 예정이다.

중국 난카이(南開)대학 APEC연구센터 류천양(劉晨陽) 주임은 최근 중국 언론에 “FTAAP를 구축한다는 것은 수많은 APEC 회원국들이 모두 하나의 목표를 갖고 건설 과정과 방법에 동의해야 가능하다”면서 장기 전략 차원에서 단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그러면서 “일본과 캐나다가 참여한 뒤 미국과 입장차를 보이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보다 RCEP의 진도가 더 빠르다”고 진단했다.

미국이 주도하는 TPP 대신 중국이 주도하는 RCEP를 확대 발전시키는 방법으로 FTAAP를 구축해 나가는 것이 실현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중국이 자국 중심의 RCEP 완성과 FTAAP 구축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는 데에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먼저, 세계 1위의 경제대국인 미국과 세계경제의 주도권을 잡으려고 경쟁하면서 입장이 각기 다른 이해 당사국의 동참을 어떻게 이끌어낼 지가 관건이다.

현재 TPP 협상에 미국, 멕시코,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칠레, 페루, 베트남,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브루나이, 일본 등 12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모두 APEC 회원국이지만 일부 국가는 여전히 참여를 저울질하고 있다.

한국은 TPP 참여여부를 아직 결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지난 7월 방한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으로부터 한국의 FTAAP 참여를 요청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시 주석은 지난 9일 APEC 최고경영자(CEO) 회의에서도 “이 시대에는 새로운 큰 틀과 새로운 꿈이 필요하다”며 ‘아태의 꿈’(亞太夢想) 실현을 위해 지역국가들이 함께 노력해 나가자고 역설하며 FTAAP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아시아의 맹주 자리를 되찾으려는 일본은 RCEP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TPP에도 참여했지만 중국 주도의 FTAAP 구축에는 견제 차원의 대응에 나설 공산이 크다.

이처럼 강대국들의 주도권을 둘러싼 신경전과 이해 당사국들의 국익을 고려한 선택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상황이어서 중국의 발걸음이 가볍지만은 않아 보인다.

중국이 RCEP에 한층 속도를 내면서 TPP를 견제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RCEP와 TPP의 통합으로 FTAAP 구축을 앞당기는 시도에 나설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미국과 세계를 이끄는 ‘투 톱’이라는 점을 상호 인정하는 ‘신형 대국관계’를 바탕으로 갈등을 키우기보다 협력할 수 있는 부분을 넓혀나가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어 FTAAP의 향배에 관심이 쏠린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