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NSA 도청 파문 일파만파…안팎에서 거센 역풍

미국 NSA 도청 파문 일파만파…안팎에서 거센 역풍

입력 2013-10-29 00:00
업데이트 2013-10-29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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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방들 분노에 오바마 “정보활동 재검토 착수” 진화 시도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도청 의혹 파문이 일파만파로 번지면서 감시 대상으로 거론된 우방국들은 물론 미국 정계 내부에서도 반발이 거세다.

도청 표적이 된 유럽 국가들의 비난 여론이 식을 줄 모르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외국 정상들에 대한 도청 중지와 NSA 활동에 대한 재검토를 시사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반발을 누그러뜨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우리가 테러리스트?” 우방들 ‘활활’

NSA의 감시 대상이 된 우방들의 분노는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가장 격한 반응을 내보이는 나라는 독일이다.

독일은 내달 18일 의회 임시회의를 소집해 NSA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 도청 의혹을 다루는 한편 정보당국 수장과 총리실 대표 등을 미국에 보내 해명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독일 대표는 미국이 첩보동맹 관계에 있는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과 맺은 것과 비슷한 수준의 상호 스파이 행위 방지 협정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6천만 건에 달하는 전화가 NSA에 도청당했다는 스페인 정부도 제임스 코스토스 주 스페인 미국대사를 불러 해명을 요구했다.

코스코스 대사를 면담한 이니고 멘데스 데 비고 스페인 유럽부 장관 겸 유럽의회 의원은 “부적절하고 용인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워싱턴을 방문중인 엘마르 브록 유럽연합(EU) 의회 외교위원장도 “메르켈 총리를 10년 넘게 도청하는 식의 스파이 활동은 용납할 수 없다”며 미국의 도청행위가 독일법 위반이라고 성토했다.

이밖에 미주기구(OAS) 산하 미주기구인권위원회(IACHR)의 펠리페 곤살레스 대표는 미국이 안보활동을 할 적법한 필요가 있더라도 그것이 개인의 권리를 침해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이런 가운데 영국 일간지 가디언을 통해 NSA의 대규모 정보수집 활동을 보도해온 글렌 그린월드 기자는 CNN 방송에서 NSA의 도청을 두고 “테러와 관련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메르켈 총리가 테러리스트란 말인가”라고 비판했다.

◇ 미 의회 내부서도 역풍

비판 여론은 도청 대상이 된 나라들뿐만 아니라 미국 내부에서도 일고 있다.

다이앤 파인스타인(민주·캘리포니아) 미국 상원 정보위원장은 이날 성명을 통해 우방을 상대로 한 도청 행위를 강하게 비판하고 NSA 활동을 의회 차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파인스타인 위원장은 전직 중앙정보국(CIA) 요원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로 드러난 NSA의 정보수집 활동을 적극적으로 옹호해 온 대표적 인물이다.

파인스타인 위원장은 “프랑스와 스페인, 멕시코, 독일 등 우방국 정상을 겨냥한 정보수집에는 전적으로 반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10여 년간 해온 특정 감시활동에 대해 상원 정보위원회는 충분한 정보를 얻지 못했다”며 “첩보 프로그램 전반에 대한 재검토를 통해 정보당국이 실제로 무엇을 하는지를 의원들이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이 다른 국가와 적대관계에 놓이거나 이런 종류의 감시행위가 꼭 필요한 긴급한 상황이라면 몰라도 우방국 정상들의 전화통화나 이메일 내용을 수집해서는 안된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오바마 “정보활동 재검토”…도청관행 중단 시사

나라 안팎의 여론이 갈수록 나빠지자 다급해진 미국 정부는 ‘달래기’에 나섰다.

오바마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미국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NSA의 정보수집이 국가 안보를 위한 것임을 강조하면서 첩보활동에 대한 재검토 작업에 착수했다고 말했다.

그는 “국가안보 활동은 미국민의 안전을 위한 것이다. 나는 선의를 바탕으로 결정을 내리며 수집된 모든 정보의 마지막 사용자는 바로 나”라며 “다만 그들(정보 당국)은 지나치게 광범위한 문제에 관련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가 정책 방향을 제시하고 있지만 최근 수년간 정보당국의 역할이 확대하고 발전해온 것을 목격했다”며 “이 때문에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이 반드시 해야 할 일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자 (관련 활동을) 점검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가디언은 NSA 활동 재점검을 맡은 전문가단에 처드 클라크 전 백악관 대테러담당 보좌관과 마이클 모렐 전 중앙정보국(CIA) 차장 등이 포함돼 있으며 연말까지 보고서 제출과 공개 등 점검 과정이 모두 마무리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도 익명의 정부 고위 관계자를 인용, 정부가 우방국 정상들에 대한 도청 행위를 중단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신문에 “정보당국의 감시 관련 정책에 변화가 있었으며 각국 정상에 대한 도청 등을 중심으로 추가적인 변동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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