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람선 멕시코만서 닷새 표류…4천여명 ‘악몽’

미국 유람선 멕시코만서 닷새 표류…4천여명 ‘악몽’

입력 2013-02-15 00:00
업데이트 2013-02-15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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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로 기관고장…승객들 “배 안은 오물 범벅” 항의

멕시코만을 항해하던 미국 유람선이 화재로 기관 고장을 일으키는 바람에 4천여 명의 승객과 승무원이 바다 한가운데서 닷새간 발이 묶였다가 돌아왔다.

AP통신과 CNN 방송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유람선 운영업체 카니발 소속의 트라이엄프(승리) 호가 지난 10일(이하 현지시간) 멕시코의 유카탄 반도로부터 241km가량 떨어진 해상을 운항하다가 엔진실에 불이 났다.

인명피해는 없었다. 그러나 선박 내 전력 공급이 끊기고 하수 시스템이 고장 나면서 기능이 마비되다시피 했다.

트라이엄프호는 한쪽이 기운 채 보조동력에 의지해 표류하다 예인선의 도움으로 14일 오후 9시15분께 앨라배마주 모빌 항에 도착했다.

애초 출발지이자 도착 예정지인 텍사스주 갤버스턴 항과는 차로 7시간 거리인 곳이다.

이 선박은 7일 갤버스턴 항을 출발해 나흘 뒤인 11일 이곳에 다시 복귀할 예정이었으나, 사고로 발이 묶이면서 원래 일정을 훌쩍 넘겨 가까스로 복귀한 것이다.

그 기간에 14층 높이에 길이 274m의 유람선에 탔던 승객 3천143명과 승무원 1천86명은 생사 여부에 마음졸여야 했다.

휴가를 즐기려던 승객들은 졸지에 유람선에 갇혀 ‘악몽 같은’ 나날을 보내야 했다. 이들은 양변기가 넘치면서 곳곳에 오물이 널려 악취가 진동하는가 하면 먹을 것을 손에 넣으려고 4시간 동안 줄을 서야 했다고 언성을 높였다.

승객인 도나 거츠먼은 “배설물 사이를 지나다녔다”며 배 속의 생활이 “구역질 났다”고 거칠게 불만을 토로했다. 또 다른 승객인 르네 샤나르는 “그들(업체)은 처음부터 우리한테 거짓말을 했다”며 분노를 쏟아냈다.

승객들은 침대 시트로 “도와주세요” 등의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만들어 객실 밖에 내걸기도 했다고 전했다.

예인선의 인도 과정에서 트라이엄프호를 견인하던 줄이 끊어져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유람선사인 카니발 측은 승객들에게 인근 도시로의 교통편을 지원하는 한편 요금을 전액 돌려주고 추가 보상금 500달러와 향후 할인혜택 등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카니발 소속 유람선의 사고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월 이탈리아 근해에서 좌초해 전복되면서 모두 32명이 숨지는 참사를 빚었던 호화 유람선 코스타 콩코르디아호도 카니발 소속이다.

카니발의 게리 카힐 최고경영자(CEO)는 “배 위의 상황이 매우 열악했던 것을 안다”며 “고객들이 보여 준 인내에 감사를 표하며 다시 한 번 사죄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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