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지방재정 건전성 강화의 처방/김현호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지역발전실장

[열린세상] 지방재정 건전성 강화의 처방/김현호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지역발전실장

입력 2011-12-20 00:00
업데이트 2011-12-20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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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호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지역발전연구실장
김현호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지역발전연구실장
2011년 12월도 10여일 남았다. 뒤돌아 보면 2011년 국가적으로 중요한 화두 가운데 하나가 재정 건전성이 아니었나 싶다. 초등학생 무상급식의 내용과 방식을 두고 예기치 않은 서울시장 선거가 있었고, 서울시의 집행부가 바뀌었다. 신문이나 방송은 말할 것도 없고 전국의 장삼이사(張三李四)가 국가부도에 처한 외국을 반면교사(反面敎師) 혹은 정면교사(正面敎師)로 삼아 우리의 재정 건전성을 화제에 올렸었다.

내년의 중요한 화두 역시 재정 건전성이 되지 않을까 싶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11년 사회조사’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자녀세대의 계층 상승 가능성이 낮다.”는 비관적인 전망을 지닌 사람이 42.9%에 이를 정도로 심화되고 있는 우리사회의 양극화뿐 아니라 고령자 및 아동·장애인·실업자 등에 대한 복지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그리고 내년에는 복지와 관련한 이런저런 공약이 봇물을 이룰 수 있는 국회의원 선거와 대통령 선거가 예정되어 있다. 이런 점에 견주어 볼 때, 정부는 물론이거니와 특히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집행 건전성을 한층 향상시킬 필요가 있다.

우리 지자체들은 1991년 재정자립도가 79.1%였으나 불과 10년 만인 올해에는 51.9%로 겨우 50%대에 턱걸이하고 있는 형편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도덕적 해이에 버금갈 정도로 예산 낭비가 심각한 수준이다. 지자체 차원에서는 예산의 효율성을 논하다가도 중앙에서 예산이 온다고 하면 운영 부실이 뻔히 보이는데도 우선 재정투자를 하고 본다. 빈집에 황소가 들어오면 소도 잡아 먹는 격이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보기가 공공시설물이며, 문화시설 투자가 특히 그러하다. 문화수준 함양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명목으로 2011년 현재 전국에 2083개의 문화기반시설이 건립되어 있고, 여기에 특산품이나 각종 체험·학습을 겨냥한 전시관·테마관 등을 합치면 그 숫자는 이보다 훨씬 많다. 일회성으로 끝나고 마는 드라마나 영화의 세트장도 전국에 48개나 건립되어 있다. 세트장 건립비용이 평균 50억원이라고 해도 2400여억원의 재정이 투입된 셈이다. 대부분이 운영비조차 충당하지 못하고 있어 지방재정의 건전성을 훼손하고 있다.

지자체의 재정투자에 대한 책임성을 강화하고 재정 건전성을 강화시키기 위해 정부는 내년부터 ‘사전경보 시스템’을 가동할 예정이다. 예산 대비 채무비율이 40%를 넘으면 지자체의 재정투자에 대해 제동을 걸겠다는 구상이다. 지자체 재정 파산 제도를 도입해 운용하고 있는 일본이나 미국에 비해서 강도가 낮은 셈이다. 사후적 처방성격이 강한 이 같은 ‘저강도(低强度) 정책’에 더해 문화시설 등 지자체의 공공시설이 건립되기 이전 단계의 처방도 중요하다. 특히, 재정투자에 대한 ‘사전 타당성 분석’의 독립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그래야 타당성이 떨어지는 사업이 걸러질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지자체가 건립하는 공공시설의 사전 타당성 분석은 ‘용역관계’에 의해 수행되고 있다. 지자체가 용역을 발주하고 전문기관이 건립의 타당성을 따지는 관계에서는 공정한 결과의 산출을 기대하기가 어렵다. 지자체 공공시설 투자센터의 건립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여기에는 한국개발연구원 공공투자관리센터의 ‘예비 타당성 조사’가 견본(見本)이 된다. 중앙부처 투자사업에 대한 조사비용을 정부가 직접 지원함으로써 조사의 독립성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산편성 단계에서는 ‘지방재정법’ 개정으로 2011년 9월부터 의무화한 ‘주민참여예산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주민이 예산편성에 직접 참여하여 공공시설 투자사업과 지역 특성·여건의 부합성을 따져 봄으로써 집행부의 오류를 바로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보다 근본적·거시적인 차원에서는 일자리를 통한 복지 창출 등의 처방이 필요할 것이지만, 공공시설에 대한 과도한 투자가 지자체의 재정상황을 압박하고 또 그럴 개연성이 상당히 농후함을 고려할 때, 2012년의 재정 건전성을 보다 강화화기 위한 촘촘한 장치 개발을 통해 한발 앞선 대비가 필요하다.

2011-12-2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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