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Z세대 경제 불평등 반발
아시아 이어 남미·아프리카로
트럼프 가족 돈벌이 논란 커져
한국 정치, Z세대 무서워해야
우리나라에서 비행기로 8시간 이상 걸리는 네팔에서 반정부 시위가 벌어져 수도 카트만두에서 전국으로 확산했다는 소식을 접한 건 지난달 초순. 평소 후원하며 현지 소식을 나눠 온 네팔 주재 선교사 부부를 통해서였다. 그들이 전한 시위 상황은 생생하고 긴박했다.“9월 4일 네팔 정부는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26개의 소셜미디어(SNS)를 전면 금지했습니다. 이유는 부정부패로 얼룩진 정부에 대한 시민들의 성토를 막기 위함이었습니다. 국민의 자유를 억압당한, 특히 Z세대 청년층은 이 결정에 강하게 반발함으로 청년층의 주도하에 ‘부패와 불의에 맞서 자유와 정의를 되찾겠다’는 구호 아래 전국적으로 시위를 벌였습니다. 이에 경찰들이 시위대를 향해 총을 발포해 20명의 젊은 청년들이 죽었습니다. 분노한 시위대는 대통령궁을 비롯해 정부 시설과 경찰서, 장관들의 집을 불태우고 비리와 연관된 힐튼호텔과 큰 슈퍼마켓도 불태워 버렸습니다. 결국 군대는 국민에게 총구를 겨누지 않겠다고 선언했고 총리와 내무장관 등 20명 이상이 사퇴하거나 도피한 것으로 알려져 네팔은 현재 무정부 상황과 같습니다. 이 사태가 오래 가게 되면 가뜩이나 삶이 어려운 네팔 국민들이 경제적 어려움에 처하게 될 것입니다.”
그들은 이어 “이 상황이 속히 정리돼 국민들이 안정을 찾고 일상생활로 돌아갈 수 있기를, 더이상 정부가 부정부패의 온상이 되는 것이 아닌 진정으로 국민을 생각하고 국민 편에 서는 정부가 세워질 수 있기를 기도 부탁한다”고 했다. 이에 “몸조심하시라”고 답한 뒤 그동안 시위 관련 뉴스에 상대적으로 무심했던 내 자신을 탓하며 외신 등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특히 선교사 부부가 전한 현지 상황 중 반정부 시위의 중심에 Z세대가 있음에 주목했다.
MZ세대에서 더 젊은 층인 Z세대는 1990년대 후반~2010년대 초반 태어난 10대 중반~20대 후반을 가리킨다. 태어날 때부터 SNS를 접해 디지털에 익숙하며 이를 통해 세상과 소통한다. 정치에 관심 없어 보이지만 불평등과 불공정, 기후변화, 젠더, 인권 등 문제에 적극적이다. 기후변화 대응 시위에 앞장선 스웨덴의 그레타 툰베리 등이 대표적인 Z세대다.
네팔 시위도 관료들과 그 가족의 부정부패에 따른 부의 축적, 공금 오용 의혹이 불거지는 등 ‘네포티즘’(족벌주의)의 특권이 SNS 등을 통해 알려지면서 Z세대의 심기를 건드린 결과다. 특히 ‘네포키즈’(특권층의 자녀들)의 부 과시에 이어 이를 가리려는 SNS 차단이 Z세대를 폭발하게 했다. 네팔의 청년 실업률은 20%가 넘고 상당수는 돈을 벌기 위해 해외로 나간다.
Z세대의 시위는 네팔뿐 아니라 전 세계 진행형이다. 인도네시아, 네팔에서 시작된 그들의 시위는 아시아에서 남미, 아프리카 등으로 확산하고 있다. 시위 촉발 배경은 조금씩 다르지만 주로 정부의 부정부패와 엘리트주의, 경제·실업난, 인터넷 검열 등에 대한 분노다.
그렇다면 미국은 어떤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가족이 무소불위 권력을 통해 막대한 부를 축적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을 딴 향수와 부부 이름의 밈 코인, 두 아들이 주주인 비트코인 기업, 알뜰폰 사업, 해외 부동산 개발 등 셀 수가 없다. 최근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손녀가 백악관에서 자신의 의류 브랜드 화보를 찍어 돈벌이에 나섰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트럼프 대통령 일가가 국내외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이해 충돌’ 우려가 커지는데도 의회 등 어디서도 견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관세 전쟁에 따른 물가 상승과 여전한 고용 불안 등은 2018년 미 국방부가 만들었다는 ‘2025년 Z세대 반란’ 워게임 시나리오를 떠올리게 한다. 권력층 부패와 경제난 등에 대한 Z세대의 불만이 임계점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정치는 안심해도 되나. 여야 가릴 것 없이 내란 후유증을 극복하고 부강하고 평화로운 나라를 다음 세대에 물려주기 위한 막중한 책임이 있다. ‘네 탓’, ‘막말’ 정치만 할 때가 아니다. 양극화와 실업난을 해소하고 기후위기, 젠더 등 이슈에 적극 대응해 젊은이들이 미래를 꿈꿀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Z세대가 두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김미경 논설위원

김미경 논설위원
2025-10-14 3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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