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버드나무/이용악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버드나무/이용악

입력 2019-05-09 17:10
업데이트 2019-05-10 03:26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버드나무 / 이용악

누나랑 누이랑
뽕 오디 따러 다니던 길가엔
이쁜 아가씨 목을 맨 버드나무

백년 기대리는 구렝이 숨었다는 버드나무엔
하루살이도 호랑나비도 들어만 가면
다시 나올 상 싶잖은
검은 구멍이 입 벌리고 있었건만

북으로 가는 남도치들이
산길을 바라보고선 그만 맥을 버리고
코올콜 낮잠 자던 버드나무 그늘

사시사철 하얗게 보이는
머언 봉우리 구름을 부르고
마을선
평화로운 듯 밤마다 등불을 밝혔다

-

함경도라는 말보다 북관이란 말을 좋아한다. 북관이라고 말하면 키가 크고 광대뼈가 불끈 솟은 남정네들 생각이 난다. 두만강 건너 대륙으로 이어지는 초원의 향기도 난다. 내 남은 꿈은 북관까지 도보 여행을 하는 일이다. 해남 땅끝에서 걷기 시작해 반도를 종단할 생각을 하면 가슴이 뜨거워진다. 짚신 두 축을 메고 걷다가 해가 지면 마을의 느티나무 밑에 천막을 치고 별을 보다 잠이 들 것이다. 이용악은 북관 사내다. 일제강점기, 북으로 가는 남도치들이 길 걷다 버드나무 아래 잠드는 모습이 그에겐 안쓰러웠겠지만 내겐 꿈결처럼 느껴진다.

곽재구 시인
2019-05-10 30면
많이 본 뉴스
‘민생회복지원금 25만원’ 당신의 생각은?
더불어민주당은 22대 국회에서 전 국민에게 1인당 25만원의 지역화폐를 지급해 내수 경기를 끌어올리는 ‘민생회복지원금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민주당은 빠른 경기 부양을 위해 특별법에 구체적 지원 방법을 담아 지원금을 즉각 집행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국민의힘과 정부는 행정부의 예산편성권을 침해하는 ‘위헌’이라고 맞서는 상황입니다. 또 지원금이 물가 상승과 재정 적자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지원금 지급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찬성
반대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