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시행 한 달 앞으로<2>] VIP 고객인데 공무원 가족은 선물 못 주나?

[김영란법 시행 한 달 앞으로<2>] VIP 고객인데 공무원 가족은 선물 못 주나?

신융아 기자
신융아 기자
입력 2016-08-29 22:32
수정 2016-08-30 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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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은 ‘선물 열공 중’

협회는 지침서 제작
개별 금융사는 TF 꾸려
당국은 행동강령 마련


“VIP 고객에게 선물을 보냈는데 알고 보니 남편이 공무원이었다면 김영란법 위반인가요?”

“(은행 직원이) 거래처 대표에게 추가 거래를 요청하며 10만원 상당의 식사음주를 제공하는 것은 괜찮나요?”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을 앞두고 금융권에서도 질문이 쏟아지고 있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연합회, 여신금융협회, 금융투자협회 등은 김영란법과 관련해 회원사들의 궁금한 점을 취합해 국민권익위원회에 전달한 뒤 답변이 오는 대로 지침서를 만들 예정이다. 개별 금융사들도 법무팀 아래 태스크포스(TF)를 따로 꾸리거나 법률전문가를 초청해 강연을 계획하고 있다.

은행원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은 이 법이 어디까지 적용되는가 하는 점이다. 대상이 너무 포괄적이고 내용도 너무 세부적이다 보니 고객을 만나거나 행사를 준비할 때마다 일일이 확인을 받고 진행해야 안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VIP 고객들에게 5만원이 넘는 명절 선물을 보냈는데 공교롭게도 해당 고객이나 그 배우자가 공무원이면 낭패를 보게 된다. 이 때문에 금융권에서는 VIP 고객 정보를 ‘직업’까지 다시 파악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직업은 개인정보라 구체적인 공개를 꺼리는 고객이 많아 파악이 쉽지 않다”면서 “설사 파악이 된다고 하더라도 김영란법 대상 고객만 빼고 보내는 것도 공평하지 않다는 지적이 있어 전체적으로 (선물) 단가 인하를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일단 첫 사례만 되지 말자는 생각으로 다들 조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조사 관련 질문은 권익위가 이미 답변을 했음에도 여전히 많이 나온다. 사례가 워낙 많기 때문이다. 가장 많이 나오는 질문은 공무원 상(喪)에 회사 명의로 조화를 보내고 10만원의 조의금을 따로 내도 되느냐는 것이다. 10만원까지 허용되는 ‘경조사비’에는 부조금과 꽃 등 부조금을 대신하는 선물, 음식까지도 모두 포함되기 때문에 화환과 조의금을 합쳐 10만원이 넘으면 안 된다. 하지만 조화를 회사 명의로 보냈다면 사회 관행을 고려할 때 개인과는 별개로 봐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김영란법이 직접 적용되는 금융 당국은 일찌감치 스터디에 들어갔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5월부터 김영란법보다 더 강화된 기준의 공무원 행동강령을 따로 마련해 직원들마다 책상에 붙여 숙지하도록 했다. 9월 28일 이후에는 아예 저녁 약속을 잡지 않는 등 몸을 사리고 있다. 내년부터 업무추진비도 10%가량 줄어들 전망이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2016-08-30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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