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빼고 팔겠다는 다주택 ‘늘공’… 그나마 대답도 없는 ‘어공’

서울 빼고 팔겠다는 다주택 ‘늘공’… 그나마 대답도 없는 ‘어공’

김동현 기자
김동현, 나상현 기자
입력 2019-12-23 01:40
업데이트 2019-12-23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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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부처 1급 이상 4명 중 1명 다주택자

38명 다주택자 중 대부분 세종시 집 내놔
과기부 차관만 종로 단독주택 매각 계획
공동 지분·임대 등록에 시간 필요하기도
강경화·최기영 등 구체적인 처분 안 밝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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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12·16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 발표 이후 직격탄을 맞은 서울 강남권 아파트 시장은 거래가 중단된 가운데 22일 한 시민이 송파구의 부동산 중개업소에 붙은 시세 안내문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의 12·16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 발표 이후 직격탄을 맞은 서울 강남권 아파트 시장은 거래가 중단된 가운데 22일 한 시민이 송파구의 부동산 중개업소에 붙은 시세 안내문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미운털이 박힐 수 있다’는 걱정에 다주택 고위 공직자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집을 내놓겠다고 하지만 서울 아닌 세종이나 지방 집을 팔겠다고 밝혀 정책 취지와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거주지와 관계없이 집값이 오를 만한 서울 강남권의 ‘똘똘한 집’ 1채를 갖고 가겠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정부가 사유 재산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22일 올해 관보에 게재된 고위 공직자 재산공개 자료에 따르면 21개 중앙부처 1급 이상 고위직 141명 중 38명(27.0%)이 다주택자였다. 이 중 상당수는 지난 16일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과 17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발언에 따라 살 집 1채를 남기고, 나머지 집을 팔았거나 팔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먼저 38명 중 세종시에 공무원 특별분양을 받아 다주택자가 된 14명은 대부분 서울이 아닌 세종 집을 팔겠다고 했다.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공무원 특공으로 받은 세종시 아파트를 최근 팔았고, 곽세붕 공정거래위원회 상임위원도 세종 집을 팔아 1주택자가 됐다. 손명수 국토교통부 기획조정실장은 “세종 아파트를 급매물로 내놨다”고 말했다. 주영준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자원실장은 “정부 시책에 따를 것”이라고 말해 조만간 세종 집을 팔 뜻을 내비쳤다.

당장 집을 팔기 쉽지 않은 이들도 있었다. 홍 부총리는 경기 의왕시 아파트와 세종시 분양권을 보유 중인데, 의왕 아파트에는 가족이 거주하고, 세종 분양권은 전매 제한이 걸려 있어 팔 수가 없다. 기재부 관계자는 “김용범 1차관은 아내가 단독주택 지분 25%를 상속받아 다주택자가 됐는데, 형제들이 지분을 나눠 가져 매각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구윤철 2차관도 주택임대사업자로 등록해 놓은 집을 매각해야 해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했다. 3주택자인 박백범 교육부 차관은 “집 2채는 거주용이고, 1채는 임대등록을 해서 못 판다”고 밝혔다.

현재 고위직 중에 ‘서울 집을 팔겠다’는 이는 2개월 전 종로구 단독주택을 내놓은 정병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차관밖에 없었다. 그나마 관료 출신인 ‘늘공’(늘상 공무원)은 정책에 맞춰 집을 팔 계획이지만, 강경화 외교부 장관, 최기영 과기부 장관,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등 비관료 출신인 ‘어공’(어쩌다 공무원)은 집 매각에 대해 밝히지 않고 있다. 건설사 관계자는 “공무원이라도 사유 재산인 집을 팔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면서도 “다만 서울에 집이 여러 채인 이들이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팔지 않겠다고 하니 국민들이 부동산 정책에 불신을 갖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반면 한 부동산 전문가는 “고위 공직자의 집 매각 권고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나온 전형적인 포퓰리즘 정책”이라면서 “잡으라는 집값은 못 잡고 엉뚱하게 사유 재산 침해 논란을 일으키면서 고위 공직자만 잡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주택 11채 이상을 소유한 집 부자는 3만 7487명으로 전년보다 2.1%(756명) 증가했다.

세종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서울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2019-12-23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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