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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료 대수술] 저소득층 과부담·고소득자 무임승차 해소될까

[건보료 대수술] 저소득층 과부담·고소득자 무임승차 해소될까

입력 2017-01-23 09:30
업데이트 2017-01-23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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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회사 그만두고 집에서 쉬는데 건강보험료가 회사 다닐 때보다 두 배로 나왔어요. 건보공단에 전화하니까 6개월 안 내면 급여제한에 1년 안 내면 압류 절차 들어간답니다. 소득에 따라 부과해야지 놀고 있는데 정말 미칠 노릇입니다.”

#2 “지역보험은 월셋집에 소득 100만원 정도인데 월보험료 10만원 넘은 지 오래됐습니다. 근근이 살며 매달 내기 힘듭니다. 직장보험과 제발 형평성을 맞춰주세요.”

건강보험료를 두고 쏟아지는 불만의 목소리들이다. 그만큼 건보료를 거두는 방식에 문제가 많다는 얘기다.

실제로 ‘건보료 민원’ 건수는 2013년 5천729만건, 2014년 6천39만9천건, 2015년 6천725만5천건 등으로 매년 늘고 있다. 해마다 전체 건보공단 민원의 80% 이상은 보험료 관련 민원이 차지하고 있다.

그래서 건보료 부과체계를 놓고서는 공정하지도, 공평하지도 않다며 ‘불합리’, ‘불공정’이란 말이 꼬리표처럼 따라붙는다.

형평성에 어긋난 부과체계를 고쳐야 한다는 요구가 높은 것은 당연하다.

보건복지부는 월급 이외의 다른 소득(이자소득, 임대소득 등)이 있는 고소득 직장인과 피부양자의 보험료를 올리고 저소득 지역가입자에게는 최저보험료를 도입해 부담수준을 단계적으로 낮추는 내용의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안을 마련, 23일 국회에서 공청회를 열어 공개했다. 지난 2015년 1월 말 그간 추진하던 개편안을 느닷없이 백지화한 지 2년 만이다.

◇ 고소득 피부양자는 보험료 한 푼 안 내는데

현행 건보료 부과체계의 골격은 1989년에 만들어졌다. 당시 정부는 모든 국민을 건강보험에 들도록 하면서 보험료 부과기준을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로 나눠 달리 적용했다.

직장가입자에게는 근로소득에다 보험료를 매기고 절반은 근로자 본인이, 절반은 사업자가 부담하도록 했다. 하지만 소득 파악률이 떨어지는 지역가입자에게는 소득과 재산, 자동차 등에 점수를 매겨 소득을 ‘추정’한 후 보험료를 부과해 전액 내도록 했다. 소득자료 보유율이 10%대에 불과했던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는 고육지책이었다.

나아가 17년 전인 2000년 들어서면서는 지역가입자를 연간소득 500만원을 기준으로 두 그룹으로 쪼개 500만원 초과 세대는 종합과세소득·재산·자동차에, 500만원 이하 저소득 세대는 생활수준과 경제활동참가율(성, 연령, 재산, 자동차로 평가)로 평가한 이른바 ‘평가소득’과 재산, 자동차 등을 가지고 점수를 매겨 보험료를 부과했다.

이렇게 되면 소득이 거의 없는 빈곤 가구에도 건보료가 부과되는 부작용이 나타난다.

2년 전인 2014년 세상을 떠난 ‘송파 세 모녀’는 실제 소득은 없었지만, 지하 단칸방의 보증금 500만원, 월세 50만원이 소득으로 평가돼 월 5만원 정도의 건보료를 내야 했다.

반면 부모와 배우자, 자녀 등 직계존비속뿐 아니라 형제자매까지 광범위하게 소득과 재산이 일정 기준 이하이기만 하면,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로 등록해 보험료를 내지 않고 보험혜택을 누릴 수 있게 했다. 이처럼 기준이 느슨하다 보니, 피부양자는 2003년 1천602만9천명에서 2014년 6월 현재 2천54만5천명으로 10년 사이 28.2% 증가했다.

2016년 7월 기준 피부양자는 전체 건강보험 가입자의 41%인 2천49만명으로 전체 가입자 10명 중 4명꼴이다.

이 과정에서 일부 고소득·고액자산을 가진 피부양자에게조차 보험료를 거두지 않으면서 무임승차 논란을 낳았다. 현행 제도에서는 이자·배당 수익과 연금소득, 기타·근로소득이 각각 연간 4천만원을 넘지 않고, 과표재산이 9억원 이하면 피부양자로 등재될 수 있다. 이럴 경우 수십억 자산가여도 보험료는 한 푼도 내지 않을 수 있다.

실제로 2016년 8월 기준 퇴직 후 5대 공적연금(국민·공무원·군인·사학·우체국)을 받으면서도 자녀 등 직장에 다니는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로 등록돼 보험료를 내지 않는 사람은 총 171만3천754명에 달했다. 이들 가운데 월 200만원 이상의 ‘고액 연금’ 수급자도 14만5천명에 육박한다.

이로 말미암아 고소득 피부양자가 보험료를 한 푼도 안 내는 반면 저소득 지역가입자는 과중한 보험료를 부담하는 상황이 빚어지는 등 심각한 형평성 문제를 야기했다.

◇ 생활고로 건보료 못 내는 장기체납 180만명

이처럼 실제 소득이 없거나 적은 지역가입자에게 성과 연령, 재산, 자동차 등에 보험료를 매기다 보니 보험료를 내지 못하는 장기체납자가 수두룩하다.

지난해 6월 기준으로 건보료를 6개월 이상 장기체납한 경우는 135만2천815세대다. 이 중에서 연 소득이 500만원 이하인 경우가 118만3천여 세대로, 전체의 88%를 차지했다. 인구수로는 179만4천여명이 건강보험 혜택의 제한을 받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소득이 발생하지 않는 거주용 임대 주택 전세금에 보험료를 부과하는 등 불합리한 부과체계가 저소득 세입자에게 경제적 부담을 가중하고 보험료 장기 연체를 양산하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생활고로 장기간 건강보험료를 내지 못하는 생계형 체납세대는 줄어들지 않고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저소득 체납세대는 2012년 12월 105만 세대, 2013년 12월 104만1천 세대, 2014년 12월 101만7천 세대, 2015년 7월 98만1천 세대 등으로 100만 세대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 지역건보료 덜 내려고 위장취업까지

불공평한 부과체계로 지역가입자를 중심으로 건보료 민원과 항의가 끊이지 않는다. 소득이 전혀 없어도 주택·자동차 등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비싼 보험료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은퇴나 실직 후 소득이 없는 상태에서 직장가입자에서 지역가입자로 자격이 바뀐 사람들은 보험료가 2배 이상으로 오르며 ‘건보료 폭탄’을 맞았다고 아우성치기 일쑤다.

실제로 건보공단이 은퇴자 약 15만명의 건강보험료 변동을 조사한 결과, 퇴직 전보다 보험료가 오른 사람이 전체의 61%나 됐다. 이들은 평균 4만4천원이던 보험료가 은퇴 이후 12만9천원으로 올랐다.

이 때문에 많은 재산과 소득이 있는 일부 지역가입자는 고액 보험료 부담을 회피할 목적으로 저임금 근로자로 위장 취업하는 등 불법을 저지르는 일도 심심찮게 벌어진다.

이를테면 박모씨는 재산이 116억(건물 10억7천만원, 토지 105억), 소득이 5억6천175만원(종합소득 5억5천692만원, 근로소득 483만원)이어서 실제로는 월 237만원의 보험료를 내야 하지만, 직장가입자로 둔갑해 월 6만180원의 보험료만 낸다.

건보공단에 따르면 2012~2016년 최근 5년간 건강보험 직장가입자격 허위취득자 적발 건수는 총 8천386건에 달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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