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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그룹, 부채비율 10대그룹 최악…재무구조 ‘빨간불’

한진그룹, 부채비율 10대그룹 최악…재무구조 ‘빨간불’

입력 2015-01-12 07:27
업데이트 2015-01-12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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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부채비율 1천% 육박…유상증자로 해결 어려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재무구조가 나빠지면서 한진그룹의 부채비율이 10대그룹 중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12일 산업계와 금융투자업계에선 한진그룹이 대한항공과 한진해운의 재무구조를 개선하지 않으면 무너진 다른 재벌그룹처럼 심각한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더구나 한진그룹은 지주회사로의 전환으로 올해 7월까지 그룹 순환출자구조 해소 작업을 마쳐야 하는 만큼 재무 변동성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 한진그룹 부채비율, 10대그룹 중 최악…3년 새 2배로 불어

재벌닷컴이 2010∼2013년 10대그룹의 부채현황을 조사한 결과 한진그룹의 부채비율이 2013년말 기준 452.4%로 10대그룹 중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0대그룹에서 두 번째로 높은 한화그룹 144.8%의 3배에 달한다. 삼성그룹(43.0%)과 포스코그룹(54.3%), 현대차그룹(65.7%), 롯데그룹(65.8%), SK그룹(86.8%), LG그룹(99.4%) 등의 그룹과 비교하면 5∼10배나 높은 수준이다.

문제는 삼성·현대차·SK·LG·포스코 등 나머지 그룹들의 부채비율이 2010년 이후 개선되거나 소폭 높아지는 데 그쳤으나, 한진그룹의 부채비율은 10대그룹 중 유일하게 가파르게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진그룹의 부채비율은 2010년 248.3%, 2011년 381.9%, 2012년 437.3%, 2013년 452.4% 등으로 3년 만에 배에 육박할 정도로 급등했다.

이 그룹의 부채총액은 ▲ 2010년 23조9천억원 ▲ 2011년 29조7천억원 ▲ 2012년 30조8천억원 ▲ 2013년 32조4천억원 등으로 3년 새 8조5천억원이 불어났다. 부채총액에서 장·단기 차입금은 2013년 15조원으로 2012년의 11조6천억원보다 3조4천억원이 증가했다.

◇ 대한항공·한진해운 부채비율 1천% 안팎…불 끄기 나서

한진그룹의 재무구조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본격적으로 나빠졌다.

당시 재무평가 결과가 기준에 미달한 한진그룹은 2009년부터 주채권은행과 재무구조 개선 약정을 맺고 재무개선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원활한 구조조정의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오히려 재무 여건이 나빠진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한진그룹은 올해 7년째 주채권은행과 재무구조 개선 약정을 맺고 재무 관리를 받아야 할 전망이다.

한진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대한항공의 재무 상태는 작년 한진해운 인수로 더 악화됐다.

대한항공의 부채총액은 2013년 말 18조7천억원에서 작년 9월 말 19조3천억원으로 6천억원 증가했다. 이 중 차입금은 5조6천억원으로 9개월 만에 1조2천억원이 늘어났다. 부채비율도 같은 기간 823.3%에서 837.0%로 13.7%포인트 높아진 데 이어 작년 말 기준으로는 1천%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됐다.

이처럼 재무구조가 나빠진 여파로 신용등급이 지속적으로 강등되자 대한항공은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한 자금 조달마저 어려워졌다.

대한항공은 급한 불을 끄고자 창사 이래 최대인 5천억원 규모로 주주배정 방식의 유상증자에 나서기로 했다. 주요 주주인 한진칼 등 자회사들이 대한항공의 증자에 참여하고 조양호 회장 등 오너 일가는 주주명단에서 빠져 있어 부담을 지지 않는다.

김용건 한국신용평가 팀장은 “유가하락에 따른 영업수익성 개선과 S-Oil 지분 매각 자금 유입, 유상증자 등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대한항공의 부채비율은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 한진그룹 구조조정 실패 땐 부실그룹 전철 밟을 수도

이번 대한항공의 유상증자 결정에도 금융계와 산업계 안팎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일시적으로 재무제표가 개선된다고 하더라도 뼈를 깎는 구조조정에 나서지 않으면 근본적인 재무구조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한신평은 칼호텔네트워크와 왕산레저개발 등을 통한 호텔·레저 사업 투자를 강화하는 점이 한진그룹의 재무부담을 높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지주회사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정석기업-한진-한진칼-정석기업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를 7월까지 해결해야 하는 만큼 추가 자금 부담이 생길 것으로 전망했다.

더구나 대한항공은 깊은 불황에 시달리는 자회사 한진해운을 추가 지원해야 할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한진해운은 자구계획 이행에도 채무상환 부담이 여전히 과중하며 부채비율이 지난해 9월 말 기준 1천108.3%에 이르는 등 취약한 재무상태가 지속하고 있다.

삼성증권은 대한항공의 최근 유상증자에도 이 회사의 신용 위험이 사라졌다고 보기는 이르다고 12일 평가했다.

최종원 삼성증권 연구원은 “1년 안에 만기가 도래하는 차입금이 4조8천억원, 회사채는 1조원”이라면서 “미국 로스앤젤레스 호텔 건설 비용과 이 호텔 사업 주체인 자회사 한진인터내셔널(HIC)에 대한 지급보증 부담도 지고 있으며, 유동성 위험 상태인 한진해운에 대한 재무지원도 계속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결국 부동산 매각, 업황 회복 및 비용 절감에 의한 영업 현금 흐름 개선만이 이 회사의 신용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그는 진단했다.

정선섭 재벌닷컴 대표는 “한진그룹은 지난 6년간 적극적인 구조조정에 나서지 않아 재무위험을 키웠다”며 “더 늦어지기 전에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하지 않으면 동부 등 다른 그룹처럼 악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금융당국이 재무구조 개선 약정을 맺고도 개선계획을 이행하지 않은 그룹에 대해 채권단이 경영진 교체 권고나 금리 인상 등의 제재를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한진그룹은 구조조정의 고삐를 바짝 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한항공이나 한진해운 등 주력 계열사가 어려움에 빠진 상황에서 조 회장 등 오너 일가가 지원에 나서지 않는 것은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며 “그룹이 심각한 상황에 직면하면 오너 일가도 부실 책임을 분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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