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피해 12만여건 분석해보니
개인의 신용정보를 빼내 돈을 가로채는 ‘피싱 사기’는 서울 강남에 사는 30대 여성에게, 금융대출 사기는 주로 지방에 사는 40대 남성에게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인당 피해 금액은 피싱 사기가 1130만원으로, 대출 사기 피해금액(450만원)보다 배 이상 컸다. 인구 10만명당 발생 건수도 피싱 사기가 175건으로, 대출 사기(142건)보다 23.2% 많았다.연령대별 피싱 사기 피해자는 30대(28.2%)가 가장 많았고, 40대(21.1%)와 50대(15.4%), 20대(14.1%) 순서였다. 성별로는 여성(54.3%)이 더 많았다. 특히 20대(인구 10만명당 207건)와 30대(289건) 젊은 여성의 피해가 컸다.
지역별로는 서울(인구 10만명당 258건)과 대전(195건), 경기(175건) 등 대도시에서 많이 발생했다. 서울에서는 강남구(427건)와 서초구(390건)가 은평구(176건)와 중랑구(150건)보다 피해 발생 빈도가 배 이상 높았다.
금감원 관계자는 “첨단 금융 사기는 무작위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거주 지역과 연령, 개인정보의 노출 빈도 등에 영향을 많이 받는 것 같다”면서 “서울 강남에 사는 30대 여성의 피싱 피해가 많은 것도 인터넷쇼핑과 홈쇼핑을 통해 개인정보 노출 가능성이 높기 때문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이어 “피싱 사기는 개인정보를 통해 금융 자금을 빼내 오는 만큼 비교적 소득이 높은 대상을 겨냥하고, 대출 사기는 소득이 낮지만 현금 수요가 필요한 사람을 주로 노린다”고 설명했다.
피해자가 피싱 사기임을 깨닫고 은행에 지급 정지를 요청하는 데 걸린 시간은 평균 15시간이었다. 조치 실효성이 있는 1시간 이내는 21.5%에 그쳤다. 금감원 측은 “고령층 피해는 숫자로는 절대적으로 낮지만 피해 증가율이 빠르고 피해 금액도 크다”면서 “그럼에도 피해 인지도가 떨어져 세심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2014-11-12 1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