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2주택자 전세 과세, 월세 가속화 우려”

전문가 “2주택자 전세 과세, 월세 가속화 우려”

입력 2014-03-05 00:00
업데이트 2014-03-05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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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세 이어 전세까지 과세…”임대사업자 진퇴양난”다주택자 규제 완화와 ‘엇박자’ 지적…소규모 임대사업자 세부담 완화는 바람직

정부가 5일 발표한 임대시장 선진화 방안 보완대책에 대해 전문가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2주택 보유자로 연 2천만원 이하 임대소득자에 대해 세부담이 늘어나지 않도록 과세 방법을 조정하기로 한 것은 다행이지만 임대인들이 느끼는 불안감을 잠재우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번 보완책이 종전에 임대사업자 등록을 하고 성실하게 소득세를 내온 사람들이 세부담이 늘지 않도록 대책을 강구하겠다는 것이어서 소득세 자체를 내지 않던 상당수 집주인은 여전히 과세에 대해 부담감을 느끼고 있어서다.

특히 2주택 보유자의 전세 보증금에 대해서 과세하기로 한 것은 ‘과세 대상이 많지 않다’는 정부의 설명에도 월세 전환을 가속화하고 임대사업 자체를 위축시킬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김종필 세무사는 “임대소득이 연 2천만원 이하 소규모 임대사업자 중 일부는 분리과세에서 연 14%의 단일세율을 적용할 경우 종전보다 세금을 더 많이 내야 하는 문제가 있었다”며 “이들에 대해 세 부담이 늘어나지 않도록 필요경비율을 높이고 기본공제를 확대한 것은 바람직한 조치”라고 말했다.

특히 2천만원 이하 소액 임대소득자는 과거 신고하지 않은 소득에 대해서도 과세하지 않기로 하면서 집주인들의 불안을 덜어줬다는 평가다.

이 때문에 일부 임대사업자는 올해 5월에 지난해 월세 소득분에 대한 소득세 신고를 하고 임대사업자로 전환하는 효과도 기대된다.

그러나 종전에 세금을 안 내던 사람들은 정부의 과세 방침이 여전히 부담스럽다. 특히 임대소득이 연 2천만원 이상으로 분리과세 대상에서 제외되는 집주인들은 근로소득 등과 합해 종합과세하기 때문에 세 부담이 더 커 걱정이 많다.

김종필 세무사에 따르면 월 임대소득이 250만원인 경우 필요경비(660만원)을 제외한 임대소득 2천340만원에 대해 본인의 근로소득을 합한 소득세율 구간(6~38%)에 따라 적게는 386만원, 많게는 978만원의 임대소득세를 추가로 부담해야 할 것으로 예상됐다.

2주택자의 전세 임대소득(간주임대료)에 대해 월세와 마찬가지로 과세 대상에 포함하기로 한 것에 대해서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종전에는 3주택 이상 보유자만 간주임대료에 대해 과세했지만 앞으로는 본인이 거주하고 있는 집을 제외하고 다른 한 주택만 전세를 놓아도 공시가격 3억원 초과 주택에 대해서는 과세가 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전국의 전용면적 85㎡ 이하이면서 공시가격(기준시가) 3억원 초과 주택은 많지 않고 근로소득이 없으면 납부할 세금은 더 적다”며 과잉 우려를 경계하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걱정이 더 앞서는 분위기다.

강남 개포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강남은 소형이라도 공시가격 3억원 이상 주택이 많아서 웬만하면 과세 대상이 된다”며 “월세를 놓으면 앞으로 그 수입에 대해 철저히 소득세를 매기겠다고 하면서 전세까지 과세를 강화하면 임대사업자는 그야말로 진퇴양난 아니냐”라고 꼬집었다.

송파구 잠실의 한 중개업소 사장도 “새로 집을 구입한 뒤 기존 집이 잘 팔리지 않아 전세를 놓는 경우도 많은데 갑자기 전세에 대해 과세를 하면 집주인들의 심리적 부담이 커질 것”이라며 “그나마 나와 있는 전세까지 회수되는 거 아닌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부동산114 함영진 리서치센터장은 “2주택 보유자의 전세에 대한 과세방침은 전세의 월세 전환 속도를 가속화할 공산이 크다”며 “이번 조치가 전세시장에 더 큰 혼선을 주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전세 보증금이 자산보다는 부채 성격이 강한데 과세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냐는 지적도 있다.

국민은행 박원갑 부동산전문위원은 “통계청 자료를 보면 2012년 기준으로 국내 다주택자가 136만5천명이고, 이 가운데 약 85%에 해당하는 115만4천명이 2주택자”라며 “국내 다주택자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2주택자들까지 건드렸다는 점에서 시장에 작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박 위원은 “서울의 경우 간주임대료 과세 대상에서 제외(중소형이면서 공시가격 3억원 미만) 아파트가 생각보다 많지 않을 것”이라며 “전세보증금을 받아 금융기관 등에 여유자금으로 굴리기보다는 그 돈을 발판으로 다른 집을 샀거나 부채 갚는 용도로 사용해 실제 소득은 없을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부의 당초 의도와 달리 이번 선진화 대책이 되레 매매 거래와 민간 임대시장을 위축시키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크다.

박원갑 위원은 “월세 과세 2년 유예조치는 시장의 불안감을 다소 가라앉힐 수는 있겠지만 불안감을 완전히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라며 “주택을 매입해 임대사업을 하려던 사람들이 투자를 보류해 매매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등 그동안의 규제 완화 정책과 배치되는 ‘엇박자’ 정책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유엔알 컨설팅 박상언 대표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는 결국 부자들을 민간 임대사업자로 끌어들여 전·월세 시장을 안정시킨다는 의도였는데 이번 임대시장 선진화 방안은 정부 정책의 물줄기가 갑자기 180도 바뀐 느낌”이라며 “그동안 정부 정책과 이번 2·26 대책 및 보완책이 서로 상충된 탓에 임대업자들의 혼란만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건설산업연구원 김현아 연구위원은 “앞으로 집을 한 채 이상 가진 사람이 전세든 월세든 임대사업 하려면 앞으로 세부담부터 의식하게 됐다”며 “임대시장 불안이 지속하고 있는데 정부가 과세를 서두르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임대사업에 대한 소득세 부과는 필요하지만 시장에 미치는 충격을 고려해 점진적으로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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