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행복기금, ‘빚더미’ 악순환 끊을까

국민행복기금, ‘빚더미’ 악순환 끊을까

입력 2013-10-29 00:00
업데이트 2013-10-29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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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의 대표적 서민지원 공약인 국민행복기금이 이달 채무조정 개별신청을 마감하면서 반환점을 돌게 된다.

정부는 이달 말까지 신청자 21만명 가운데 지원 대상으로 확인된 18만9천명에 대한 채무조정을 하고 다음 달부터는 금융사에서 연체채무를 일괄 매입해 채무조정을 실시할 계획이다.

희망모아·한마음금융 등 이전에 실시된 다른 채무조정 프로그램과 달리 참여 금융사가 4천여곳으로 늘어 효율적 채무조정이 이루어졌다는 점 등은 성과로 평가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빚 일부를 탕감받았지만 나머지 채무를 갚을 소득기반이 없어 서민들이 연체자 꼬리표를 완전히 떼지 못하는 ‘빚의 악순환’이 지속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개별신청 채무조정 18만9천명…4천곳 금융사 참여

정부가 저신용·저소득 서민층을 위한 대규모 채무조정에 나선 것은 행복기금이 처음이 아니다.

1990년대 말 외환위기 이후 한국 경제가 제 모습을 찾는 과정에서 가계대출과 신용카드 사용이 급격히 늘어났고, 1998년 말 193만명 수준이던 금융채무불이행자(신용불량자) 또한 5년 만인 2004년 3월 말 392만명으로 두 배가 됐다.

결국 정부는 2004년 3월 현재 2개 이상 금융기관에 6개월 이상·5천만원 미만 연체채무가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마음금융 프로그램을 시행했다.

대환대출을 받은 뒤 새 대출금을 8년에 걸쳐 장기적으로 분할상환하고 이자와 원금을 30% 깎아주는 이 프로그램에 18만4천명(2조원)이 신청서를 냈다.

한마음금융 대상자 중 대환대출 미신청자의 연체채권을 30여개 금융기관에서 일괄매입한 것이 2005년 시작된 희망모아 사업이다.

올해 3월까지 약 52만명(5조원)이 채무조정 지원을 받았다.

박근혜 정부는 올해 2월 말 현재 6개월 이상·1억원 미만 다중채무자의 채무조정을 돕는 행복기금을 출범시켰다.

특히 행복기금은 국내 시중은행과 여신전문회사·저축은행·상호금융회사·대부업체 등 모두 4천213개 금융회사가 협약에 가입해 채무조정에 참여했고 올해 7월 9조9천억원(94만명)의 연체채권을 양수했다.

협약에 가입한 금융사를 늘려 여러 금융사에서 빚을 진 서민층을 효과적으로 지원했다는 점이 기존의 채무조정 프로그램과 다른 점으로 평가받는다.

신제윤 금융위원장도 이달 24일 열린 행복기금 성과점검 세미나에서 “4천여개 금융회사의 참여로 다중채무자 지원에 따르는 ‘수인(囚人)의 딜레마’를 극복했다”고 강조했다.

’수인의 딜레마’는 개별 금융회사 차원의 채무조정을 할 경우 대출자가 빚을 탕감받은 뒤 늘어난 상환여력을 다른 금융사의 채무변제에 활용함으로써 빚을 깎아준 금융사가 불이익을 보게 되는 상황을 뜻한다.

◇도덕적 해이·’은행행복기금’ 논란 여전

다만 행복기금을 둘러싼 여러가지 논란 가운데는 아직 해결되지 않은 점도 많다.

가장 큰 논란은 채무조정 지원을 받은 서민들이 남은 빚을 다 갚고 경제적으로 재활할 수 있도록 행복기금이 제 역할을 다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정부는 현재 350만명의 금융채무불이행자가 있으며 이 가운데 114만명가량은 기초생활수급자이거나 나이가 많아 빚을 질 경우 상환능력이 부족한 것으로 보고 있다.

나머지 불이행자 가운데 65만명은 일할 능력은 있지만 돈벌이가 거의 없어 역시 채무조정만으로는 충분한 지원이 되지 않는 사람들이다.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갚을 돈을 깎아주는 식의 지원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소득을 창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주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하지만 채무자의 빚 상환능력을 높이고자 고용노동부가 직업상담과 취업알선을 해주는 ‘취업성공패키지’ 프로그램에는 지원 대상자 가운데 686명만이 참여했다.

캠코(자산관리공사)의 취업 알선 프로그램에는 2만4천명이 구직상담을 했지만 390명만 지원을 받았고, 채무조정 신청자를 대상으로 하는 중기청의 창업교육 프로그램 ‘소상공인 재기 힐링캠프’도 20명이 교육을 수료했을 뿐이다.

거듭된 채무조정으로 인해 서민층에서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여전하다.

정부는 9월 말까지 행복기금 채무조정 약정을 체결한 9만5천926명의 재무상태를 분석한 결과 1인당 평균 연소득이 522만6천원, 채무가 1천188만9천원이었다며 이들이 공적 지원이 절실히 필요한 서민층임을 강조했다.

하지만 올해 7월 미소금융 연체율이 7.6%, 햇살론 대위변제율이 9.4%에 달하는 등 각종 서민금융 상품의 연체율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점은 이런 우려에 무게를 더한다.

부실채권 상환으로 추가 이득이 발생하면 이를 금융사에 돌려주는 ‘사후정산 방식’은 서민층의 주머니를 쥐어짜 금융기관 좋은 일을 시키는 것이라는 논란이나 정부가 애초 약속했던 학자금대출 채무조정은 아직 요원하다는 지적도 현재진행형이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 관계자는 “사후정산 방식은 금융사의 참여를 늘려 채무조정 혜택을 넓히기 위한 것이었다”며 “한국장학재단 학자금대출 채무조정은 관련 법안이 국회에 상정돼 있어 채무조정 신청을 내년 1월까지로 연장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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