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社측에 도장맡기는 사외이사…“무조건 찬성”

社측에 도장맡기는 사외이사…“무조건 찬성”

입력 2012-03-12 00:00
업데이트 2012-03-1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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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사외이사 ‘권력형 로비’ 집합소 전락 우려

대기업 사외이사는 한국 사회의 ‘파워엘리트(Power Elite)’가 결집해 있는 대표적 집단이다.

그만큼 사외이사의 역할이 권력형 로비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고 있다.

파워엘리트는 한 사회에서 중요한 의사결정과 집행을 주도하는 사람들이다. 큰 회사 사외이사들의 면면을 보면, 은퇴한 고급 공무원과 판검사, 명문대 교수, 기업인 등이 망라돼 있다.

이들은 이사회 안건에 찬성으로 일관하고 정재계에 로비스트로 나서는 일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주주와 사적인 관계를 형성하다보니 경영감시라는 사외이사 제도의 당초 취지는 뒷전일 수밖에 없다.

일부 사외이사들은 회사측에 도장을 맡겨 안건에 대신 찬성토록 하고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회전문 사외이사’ 절반 이상 재선임

사외이사 제도는 경영진과 개인적인 친분이나 이해관계로 얽히지 않은 사람을 이사회에 앉혀 경영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올해 국내 대기업의 사외이사 추천 계획을 살펴보면 사외이사 제도가 목적에 맞게 운영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 많은 회사가 권력기관 출신의 기존 사외이사를 그대로 다시 뽑기로 했기 때문이다.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의 12월 결산 100대 상장사(시가총액 기준) 가운데 68곳이 이달 주주총회에서 총 182명의 사외이사를 선임할 예정이다.

이 중 같은 회사에서 사외이사로 재선임되는 사람이 96명(52.7%)으로 절반을 넘는다. 현대차, SK이노베이션, LG전자, 현대건설, GS 등 상당한 수의 기업이 임기가 끝난 사외이사 전원을 재선임키로 했다.

‘로비용’이라는 비판을 받아 온 고급 공무원이 여전히 많았다. 장·차관을 포함해 29명에 달했다.

권력기관에서 경력을 쌓은 인물들도 여럿이었다. 전직 검사가 11명, 국세청 출신이 9명, 대기업 규제를 담당하는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간부를 지낸 사람이 8명으로 각각 조사됐다.

재선임을 반복하다보니 겸직이 많았다.

대기업 2곳 이상에서 사외이사를 맡은 인사는 7명이었다. 송재용 서울대 교수는 아모레퍼시픽과 아모레퍼시픽그룹에서 재선임되고 롯데제과에서 신규 선임돼 사외이사 세 자리를 가질 예정이다.

이밖에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대한항공에, 황건호 전 한국금융투자협회 회장이 KB금융지주에 각각 사외이사로 새로 선임돼 눈길을 끌었다.

김한기 경제정의실천연대 경제정책팀장은 “기업들에 바른 소리를 하는 사람들은 절대 다시 선임되지 않는다. 적당히 입맛에 맞는 말을 해주는 사람들만 여러 번, 여러 기업에서 사오이사로 뽑히니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사외이사 독립성·책임성 강화해야”

사외이사가 ‘거수기’ 역할에 그친다는 비판은 계속돼 왔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사회 출석 확인과 의안 찬성을 대신 해달라며 회사 측에 도장을 맡겨놓는 사외이사도 있다. 그들은 거마비를 받고 경력에 한 줄 덧붙이는 것밖에 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대기업들이 사외이사 재선임을 반복하고 있는 점, 상당수 자리를 고위 공직자나 권력기관 출신으로 채운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제도가 제 역할을 못하는 이유를 유추할 수 있다.

독립성 측면에서 자격이 모자란 사람이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관된 지적이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CGS) 송민경 연구원은 “여러 번 재선임되면서 함께 일하다 보면 회사 측과 사적인 친분이 생길 수 있다. 사외이사가 본연의 역할을 못하게 된다”고 말했다.

한 곳에서 사외이사를 오래 맡으면 회사에 관해 속속들이 알 수 있기 때문에 전문성을 길러 신의성실의 의무를 다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그런 의미의 전문성은 독립성이 보장된 후에 강조돼야 한다는 비판이 더 설득력 있게 제시된다.

자본시장연구원 정윤모 연구원은 “경영을 잘 아는 것과 독립적이지 못한 것을 구분해야 한다. 사외이사는 전체 주주 이익을 보호하는 관점에서 안건을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외이사 개개인의 책임성을 강조하는 것은 가장 현실적인 보완책이다. 경영진의 횡령·배임이 드러나는 등 경영상 문제가 불거졌을 때 지금처럼 사외이사를 책임에서 배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정선섭 재벌닷컴 대표는 “사외이사로 참석해서 찬성한 이사회 결의 사항이 나중에 회사에 손해를 끼쳤을 때는 사주 못지않은 책임을 지워야 한다. 사외이사로서 의무조항도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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