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금 까먹는 퇴직연금 왜?

원금 까먹는 퇴직연금 왜?

입력 2011-12-13 00:00
업데이트 2011-12-13 00:20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연 1200만~4600만원의 소득자가 이달 말까지 개인연금 상품에 300만원을 납입하면 49만 5000원을 소득공제 받을 수 있습니다.”

연말을 앞두고 금융권이 연금상품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금융감독원과 국세청 역시 소득공제 활용법으로 연금저축 가입을 적극 홍보했다. 하지만 이미 개인연금 상품에 가입한 고객들은 물가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익률에 실망하고 있다. 올해 퇴직연금 대부분은 원금을 까먹는 수익률을 기록했다.

12일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사적연금 시장 규모는 지난해 말 187조원에서 올해 말 250조원으로 급성장했다. 이처럼 당국이 양적 성장에 치중하는 사이 수익률 등 질적 관리에는 소홀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로존 재정위기로 인한 세계적 경기침체와 저금리 기조가 사적 연금 수익률을 떨어뜨린 요인으로 꼽힌다. 연금 운용자들이 안정을 추구하며 채권에 주로 투자했고, 이에 따라 수익률이 낮아졌다는 것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저금리 기조가 유지된 것도 수익률을 낮춘 원인이 됐다. 문제는 저금리 기조가 장기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연금저축 상품 설계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한 보험사의 연금저축보험의 경우 연 5.0%대가 넘는 이율에 기초해 상품을 설계했다. 현재 3.0~4.0%대인 시중은행 정기예금 금리보다 높아 현실성이 떨어진다. 고객이 기대하는 수익률과 실제 거둬들이는 수익률의 차이가 클 것으로 짐작되지만, 10~40년이 지난 뒤에야 고객은 그 차이를 깨닫게 된다.

실제로 개인연금 가입자들은 자신이 받게 될 월 지급액에 대해 제대로 설명을 듣지 못하거나 부풀려진 액수를 듣고 가입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한 금융회사 직원은 “정부 스스로 국민연금을 불신해 개인연금에 소득공제를 해주며 권장하는 것”이라면서 “노후 대비 없이 국민연금만 믿고 있기는 불안해서 개인연금에 가입했다.”고 동기를 밝혔다. 연 소득이 8800만원 이상으로 35%의 세율을 적용받는 한 변호사는 “세 부담이 높아서 소득공제 상품을 선호한다.”면서 “개인연금 수익률이 적다고 해도 소득공제 받는 부분을 감안하면 다른 금융상품보다는 수익률이 높은 셈”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소득공제 혜택에 집중한 고객들은 이 혜택이 금융회사의 수수료 수익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눈치채지 못하고 있다. 은행들의 경우 상품 수익률에 관계없이 원금의 1% 정도를 연 수수료로 떼는 구조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운용사가 수수료나 받으며 원금을 보관해주는 정도에 그쳐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2011-12-13 16면
많이 본 뉴스
‘민생회복지원금 25만원’ 당신의 생각은?
더불어민주당은 22대 국회에서 전 국민에게 1인당 25만원의 지역화폐를 지급해 내수 경기를 끌어올리는 ‘민생회복지원금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민주당은 빠른 경기 부양을 위해 특별법에 구체적 지원 방법을 담아 지원금을 즉각 집행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국민의힘과 정부는 행정부의 예산편성권을 침해하는 ‘위헌’이라고 맞서는 상황입니다. 또 지원금이 물가 상승과 재정 적자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지원금 지급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찬성
반대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