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프우먼 장영신’… 애경에 화학과 외국어 DNA를 심다 [2025 재계 인맥 대탐구]

‘터프우먼 장영신’… 애경에 화학과 외국어 DNA를 심다 [2025 재계 인맥 대탐구]

박은서 기자
박은서 기자
입력 2025-04-15 01:00
수정 2025-04-15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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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든든한 금융·산업 버팀목 <7>애경

美 유학 때 ‘악바리 인싸’로 유명
여성경제인협회 초대 회장 활약
친족 회사와 내부거래 등 논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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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 희수연(77세) 때 찍은 가족사진. 맨 앞줄 가운데 장 회장, 두 번째 줄 왼쪽부터 장 회장의 첫째 딸 채은정 애경산업 고문의 장녀 안리나·차녀 안세미씨, 장남 채형석 총괄부회장의 차녀 채수연 몽인아트센터 대표·장녀 채문선 탈리다쿰 대표·부인 홍미경 전 AK플라자 고문, 차남 채동석 부회장의 부인 이정은·차녀 채수경·장녀 채문경씨. 뒷줄 왼쪽부터 채 고문의 사위 허희수 SPC그룹 부사장, 채 고문과 남편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 채 총괄부회장의 아들 채정균씨, 채 총괄부회장, 채 부회장. 서울신문 DB
2012년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 희수연(77세) 때 찍은 가족사진. 맨 앞줄 가운데 장 회장, 두 번째 줄 왼쪽부터 장 회장의 첫째 딸 채은정 애경산업 고문의 장녀 안리나·차녀 안세미씨, 장남 채형석 총괄부회장의 차녀 채수연 몽인아트센터 대표·장녀 채문선 탈리다쿰 대표·부인 홍미경 전 AK플라자 고문, 차남 채동석 부회장의 부인 이정은·차녀 채수경·장녀 채문경씨. 뒷줄 왼쪽부터 채 고문의 사위 허희수 SPC그룹 부사장, 채 고문과 남편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 채 총괄부회장의 아들 채정균씨, 채 총괄부회장, 채 부회장.
서울신문 DB


“여성 경영인 1호로서 나쁜 선례가 되지 않았다는 것, 용기를 얻고 꿈을 키운 여성들이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보람을 느낀다.”

장영신(89) 애경그룹 회장이 자서전 ‘스틱 투 잇’에서 밝힌 소회의 일부다. 장 회장은 국내 1호 여성 최고경영자(CEO), 여걸 등 수식어가 많다. 1980년대 외국 기업과 합작사를 만들고 연 창립기념식에서 “한국 기업만은 아니니 태극기를 달지 말라”고 요구받고도 오히려 태극기를 달고 애국가를 불렀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합작사 관계자는 이런 장 회장에게 ‘터프 우먼’이라고 했다.

장 회장은 1936년 7월 서울에서 아버지 고 장회근씨와 어머니 고 문금조씨의 4남 4녀 중 막내딸로 태어났다. 부유했던 어린 시절과 달리 6·25 전쟁 후 집안 형편이 어려워졌다. 외국어에 재능이 있던 그는 전액 장학금을 받는 조건으로 1955년 미국 필라델피아 체스넛힐대 화학과에 진학했다.

그는 ‘악바리’였다. 영어가 익숙하지 않기에 공부를 더 해야 한다면서 처음 1년간 옷을 입은 채로 책을 베고 책상에 누워 잤다. 실험실에서 밤늦게까지 화학 이론과 실험 결과를 연구하는 날도 있었다. 평균 B학점 이상을 받아야 장학금을 유지할 수 있어서다. 그러면서도 대학 합창단원으로 활동하는 ‘인싸’ 기질도 다분했다.

장 회장은 “유학 시절 익힌 영어 덕분에 사업하는 동안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했다. 1973년 제1차 오일 쇼크 당시 원료 공급이 안 돼 삼경화성(현 애경케미칼로 무수프탈산 제조사) 공장이 멈출 위기에 처하자 걸프사의 미국인 사장을 만나 원료 물물교환 중개를 요청했다. 사실 걸프사에 큰 이득이 없는 제안이었는데 걸프사는 그의 제안을 수락했다. 훗날 장 회장은 “통역을 통했더라면 드러나지 않았을 절박한 심정을 전달할 수 있었다”고 했다. 1970년대 일찌감치 직원들에게 원어민 강의를 지원하고 1997년 한국외국어대에 국제회의장을 만들어 기증한 것도 외국어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서였다.

남편 고 채몽인 창업주는 이웃사촌으로 어렸을 때부터 알고 지냈다. 채 창업주는 출장을 핑계로 미국을 여러 번 찾으며 애정 공세를 폈다. 둘은 1959년 6월 서울 중구 신당동 성당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평범한 주부의 길을 택했던 장 회장의 인생이 달라진 건 1970년 채 창업주가 갑자기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나면서였다. 막내(채승석 부회장)를 낳은 지 사흘 만이었다. 경리학원에서 복식부기를 배우며 경영 지식을 쌓았다. 네 아이의 엄마는 1972년 애경유지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경영 참여를 선언하자 처음엔 시댁과 친정, 회사 임원까지 모두 반대하고 나섰다. 결재 서류는 하나같이 어려웠고, 공무원에게 솔직하게 답했다는 이유로 임원에게 혼이 나기도 했다. 유일한 여성으로 참석한 경영인 모임에선 어색함과 부담감에 몸서리를 쳐야 했다. 하지만 장 회장은 경영을 선택이 아닌 ‘해야만 하는 일’로 여기며 포기하지 않았다. 애경은 화학, 화장품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혔고 그는 1987년 회장에 취임했다.

장 회장은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초대 회장은 물론 전국경제인연합회(현 한국경제인협회)와 한국무역협회 부회장을 맡기도 했다.

학구열이 강했던 부모 덕에 장 회장의 형제들은 공부를 잘했다. 장 회장의 큰오빠인 고 장윤옥씨는 감사원 국장을 지냈는데 그의 아들이 현재 포스코그룹을 이끄는 장인화(70) 회장이다. 장영신 회장과는 고모·조카 사이다. 둘째 오빠 고 장성돈 전 애경유지 사장은 서울대 화학과를 졸업했다.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를 지낸 셋째 오빠 고 장위돈씨와 그의 부인 김보겸(84) 우영운수 회장 가족은 장 회장 일가와 사업적으로 밀접한 관계다. 운송·물류회사인 우영운수는 김 회장과 그의 세 아들 장우영(57) JAS 대표, 장지영(55) 사내이사, 장대영(53) 에이엘오 사내이사가 100% 지분을 소유한 애경 계열사다. 이들은 에이엘오(도급·용역업), 비컨로지스틱스(창고·운송업)도 소유하고 있다. 2023년 기준 우영운수와 비컨로지스틱스의 애경그룹 내부 거래 비중은 각각 53.13%, 100%에 이른다.
2025-04-15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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