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 그리고 인간 이순신을 보다

영웅, 그리고 인간 이순신을 보다

윤수경 기자
윤수경 기자
입력 2025-11-30 23:55
수정 2025-12-01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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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공 탄신 480주년·광복 80주년 특별전… 국보 6건 15점 등 258건 369점 선보여

국립중앙박물관 ‘우리들의 이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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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우리들의 이순신’ 전시에서 한 관람객이 국보인 ‘난중일기’ 친필본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우리들의 이순신’ 전시에서 한 관람객이 국보인 ‘난중일기’ 친필본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두렵다. 그러나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살아있는 한 내가 조선을 지킬 것이다.”

집채만 한 검푸른 파도가 연이어 몰아치는 바다의 모습이 전시장에 펼쳐진다. 두렵다고 고백하면서도 흔들리지 않는 결심을 읊조리는 목소리는 관람객의 마음을 요동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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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공 이순신(1545~1598)
충무공 이순신(1545~1598)


불가능의 순간을 가능으로 만든 이름, 충무공 이순신(1545~1598). 전쟁 영웅을 넘어 인간 이순신의 면모를 살피는 전시가 마련됐다.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은 이순신 탄신 480주년과 광복 80주년을 기념해 특별전 ‘우리들의 이순신’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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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 임진장초. 이순신이 1592년 4월부터 1594년 1월까지 임금에게 올린 장계 61편을 후대에 베껴 써서 엮었다. 국립중앙박물관
국보 임진장초. 이순신이 1592년 4월부터 1594년 1월까지 임금에게 올린 장계 61편을 후대에 베껴 써서 엮었다.
국립중앙박물관


●국보 친필 ‘난중일기’, ‘임진장초’ 포함

전시는 이순신 종가 등 국내외 45곳에서 온 국보 6건(15점), 보물 39건(43점) 등 258건(369점)에 달하는 유물을 통해 이순신을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친필본 ‘난중일기’, 장계(狀啓·전투 경과를 비롯한 중요한 일을 임금에게 보고한 글) 61편을 후대에 모아 엮은 ‘임진장초’, 이순신이 직접 지은 시 ‘석 자 칼로 하늘에 맹세하니 산하가 두려워 떨고, 한 번 휘둘러 쓸어버리니 피가 산하를 물들인다’를 새긴 ‘이순신 장검’, 이순신을 천거했던 류성룡이 쓴 임진왜란 회고록인 ‘징비록’ 등이 포함됐다.

전시의 서사는 이순신의 승리, 시련, 성찰, 사후의 기억으로 이어진다. 삼도수군통제사로서 한산도에서 군대를 키우며 승리를 이끌었던 지휘관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파직과 백의종군을 거쳐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 복귀한 뒤 “저에게는 아직도 전선이 12척이 있습니다”라고 말하며 출전해 명량대첩의 기적을 만들고 노량해전에서 총탄에 쓰러졌던 영웅의 모습은 언제 봐도 가슴을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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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장용 칼인 이순신 장검. ‘석 자 칼로 하늘에 맹세하니 산하가 두려워 떨고, 한 번 휘둘러 쓸어버리니 피가 산하를 물들인다’라는 글이 쓰여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의장용 칼인 이순신 장검. ‘석 자 칼로 하늘에 맹세하니 산하가 두려워 떨고, 한 번 휘둘러 쓸어버리니 피가 산하를 물들인다’라는 글이 쓰여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침략국 일본 시각에서 본 유물도 전시

이순신의 인간적인 면모도 만날 수 있다. 1594년 1월 1일 새해를 맞으며 쓴 일기에는 “어머니를 모시고, 같이 한 살을 더했다. 이는 전쟁 중이라도 행복한 일”이라고 언급한다. 또 1597년 막내아들의 죽음을 알리는 소식에는 “마음은 죽었고, 껍질만 남았구나. 목 놓아 서럽게 울부짖을 뿐이다. 하룻밤이 1년 같다”라고 썼다.

침략국 일본의 유물을 통해 임진왜란이라는 역사적 사실을 서로 다른 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다는 것도 이번 전시의 특징이다.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초상화, 울산왜성전투도 등이 전시됐다. 스웨덴에서 건너온 작품도 있다. 일본군 정벌의 공적을 담은 그림인 ‘정왜기공도병’의 전반부는 스웨덴 동아시아박물관에, 후반부는 국립중앙박물관이 각각 소장하고 있었는데, 이번 전시에서 이 병풍이 한 공간에서 다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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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량해역에서 출수된 지자총통 파편. 해군사관학교박물관과 국립광주박물관에서 따로 보관했는데 이번 전시를 통해 두 파편이 하나의 총통이라는 게 드러났다. 국립중앙박물관
노량해역에서 출수된 지자총통 파편. 해군사관학교박물관과 국립광주박물관에서 따로 보관했는데 이번 전시를 통해 두 파편이 하나의 총통이라는 게 드러났다.
국립중앙박물관


●스웨덴서 온 반쪽 병풍, 국중박서 완성

전시장 곳곳에 관람객의 오감을 자극하는 영상과 음향도 마련됐다. 배를 세로로 자른 듯, 거북선 내부를 소개한 영상은 관람객의 이해를 돕는다.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된 내용을 바탕으로 구성된 거북선 탑승인원(125명)의 역할과 선내 위치를 소개한다. 또 진동이 느껴지는 의자에 앉아 영상을 마주하면 탄환과 화살이 비와 우박처럼 퍼붓는 전투 현장을 현장에서 관찰하는 것 같은 기분도 느낄 수 있다.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이순신이 남긴 기록은 전쟁과 자신 내면의 기록이자, 인간이 시련을 견디는 방식에 대한 기록”이라며 “이번 전시가 어려움을 이겨내고자 하는 모든 이들의 마음을 지지하는 응원의 기록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내년 3월 3일까지.
2025-12-01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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