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서진 석기, 기와 조각, 파편 형태의 청자와 토기….
발굴 조사 현장에서는 생각보다 많은 유물이 나온다. 그중 일부는 국가가 관리하는 유물로 분류돼 박물관 수장고로 옮겨지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이른바 ‘A급’ 유물은 아니지만, 오랜 시간과 역사를 품고 있는 이런 유물에 예술가의 상상력이 더해지면 어떠할까.
국가유산청은 한국문화유산협회와 함께 16일까지 서울 중구 덕수궁 일대에서 예담고 프로젝트 전시 ‘땅의 조각, 피어나다’를 선보인다고 4일 밝혔다.
예담고는 발견되거나 발굴한 유물 중 국가 귀속유산으로 선정되지 않은 유물을 보관·관리·활용하는 시설이다.
현재 충청권역(대전 사진포터널), 호남권역(전주 신리터널), 해양권역(목포 청해사), 영남권역(함안 모곡터널) 등 4개 권역에서 운영되고 있다.
전시는 각 예담고에서 보관 중인 유물을 활용했다.
궁중 연희나 의례에 쓰기 위해 만든 꽃인 궁중채화(宮中綵花) 전통을 이어온 최성우 국가무형유산 보유자, 화예가(플로리스트) 레오킴 등 8명이 작업에 참여했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발굴, 보존, 해석, 창작, 공유로 이어지는 유물의 여정을 재조명함으로써 유물이 ‘살아 있는 현재의 문화’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자리”라고 소개했다.
최성우 궁중채화 보유자는 토기들이 흙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발굴의 순간을 화려한 꽃으로 보여준다. 곳곳이 부서진 토기와 만개한 꽃이 나란히 놓여 눈길을 끈다.
레오킴 작가는 호남권역 예담고에서 주로 보관 중인 기와 조각을 중심으로 한 작품을, 섬유공예가 김은하 씨는 해양권역 예담고의 청자를 소재로 ‘생명의 재생’을 표현한 작품을 선보인다.
불교미술과 전통 회화 복원 및 창작 작업을 해 온 김호준·최지원 씨는 유물의 ‘빈 곳’을 메웠다. 조각나거나 깨어진 자리를 복원해 전통 회화를 더한 점이 시선을 끈다.
이 밖에도 친환경 소재로 제작한 화병과 토기를 결합한 공예 작품, 석기를 활용해 씨앗의 생명력을 형상화한 유리공예 작품 등이 관람객 앞에 소개된다.
전시가 열리는 동안 덕수궁 함녕전 회랑에는 유물을 직접 만져볼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된다. 7일 덕홍전에서는 레오킴 작가가 창작 과정과 작품을 소개할 예정이다.
국가유산청은 “예담고가 유물을 눈으로만 보던 방식에서 벗어나 만지고 경험하면서 거리를 좁히는 ‘새로운 문화 향유의 장’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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