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자 해방구’ 역할 하던 게이클럽…과거에도 증오범죄 표적

‘동성애자 해방구’ 역할 하던 게이클럽…과거에도 증오범죄 표적

입력 2016-06-14 13:54
업데이트 2016-06-14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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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3년 뉴올리언스 게이바 방화 등 수 차례 공격 받아

미국 플로리다 주 올랜도 게이 나이트클럽에서 발생한 총기난사 사건으로 현지 성소수자를 비롯한 전 세계가 충격에 빠졌지만, 미국에서 성소수자를 상대로 한 증오범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특히 성소수자들에게는 일종의 ‘해방구’ 역할을 해온 게이클럽과 게이바는 과거에도 여러 차례 증오범죄의 표적이 되곤 했다.

1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미국 내 게이클럽을 노린 공격의 역사는 1973년 뉴올리언스 게이바 ‘업스테어 라운지’ 방화사건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32명이 숨졌지만 범인은 결국 잡히지 않았고, 일부 교회는 희생자들을 매장하는 것조차 거부했다.

당시 화재진압에 나섰던 소방관 아서 램버트는 2013년 인터뷰에서 이 사건에 대해 “끔찍했다”며 “그들은 말 그대로 산채로 불탔다”고 증언했다.

1997년 애틀랜타의 레즈비언바 ‘어더사이드 라운지’에서는 폭탄이 터져 5명이 부상했다.

이 사건은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경기장 등에서 폭탄을 터뜨린 극우파 에릭 루돌프의 소행이었다.

게이 형제를 두고 있던 루돌프는 법정에서 동성애를 드러내고 사회가 이를 인정하도록 하는 어떠한 시도도 단호히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2000년 버지니아에서는 전직 해병대 로널드 에드워드 게이가 바에서 껴안고 있던 두 남성을 보고 총을 쏴 1명이 죽고 6명이 다쳤다.

게이는 경찰에 ‘게이’라는 이름이 자신을 반(反)동성애 농담의 표적이 되도록 한 데 화가 났다며, 자신이 동성애자를 살해하는 임무를 수행했다고 말했다.

2014년에는 무사브 모하메드 마스마리가 시애틀의 한 게이클럽에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붙이는 사건도 있었다. 사상자는 나오지 않았지만, 당시 클럽 안에는 크리스마스이브를 맞아 현지 성소수자 단체 대표를 비롯한 700여 명이 있었다.

미국 동성애자 인권 운동의 발상지인 뉴욕 그리니치 빌리지의 게이바 ‘스톤월 인’(Stonewall Inn)에서도 2010년과 올해 3월 성소수자를 겨냥한 폭력, 성폭력 사건이 있었다.

이처럼 미국에서 게이클럽은 그동안 지속해서 위협에 노출됐지만, 이번 올랜도 총기난사 사건은 그중에서도 피해자가 역대 최대 규모라는 점에서 현지 성소수자 공동체는 어느 때보다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성소수자들에게 게이클럽은 단순히 즐기는 공간을 넘어 사회적 편견과 따가운 시선에서 벗어나 그들의 정체성을 자유롭게 드러낼 수 있는 “피난처” 같은 곳이기 때문에 더 그렇다.

미니애폴리스에서 게이클럽을 운영하는 켄 달링은 AP에 “클럽은 LGBT(레즈비언·게이·양성애자·성전환자) 공동체에는 엄청나게 중요하다”며 “우리가 우리 자신일 수 있고, 관계를 발전시키고, 공동체와 함께할 수 있게 하는, 우리의 역사가 있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게이인 제이미 브라운은 올랜도 참사 이후 게이클럽은 예전과 같을 수 없을 것 같다며 “피난처가 더럽혀졌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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