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사고기 기장, ‘대형 참사’ 막고 자신은 숨져

대만 사고기 기장, ‘대형 참사’ 막고 자신은 숨져

입력 2015-02-05 14:26
업데이트 2015-02-05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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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푸싱(復興)항공 소속 소형 항공기의 추락사고로 3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했지만, 사고기 기장의 노력으로 인명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는 평가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사고기가 이동한 동선을 보면 랴오젠쭝(廖建宗·42) 기장이 20여 층 높이의 아파트 단지와 고층 사무빌딩을 피하려고 세 차례 급회전했으며, 마지막에 하천 불시착을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고 대만 현지 매체들이 관측했다.

항공기가 이륙한 시각이 4일 오전 10시52분께(현지시간)로 기장이 당시 사무실에 출근해 일하고 있을 시민의 안전까지 염두에 두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항공기 기장 출신인 왕이런(汪逸仁)은 언론 인터뷰에서 “항공기 조종이 안 되는 상황이 닥치면 어떤 조종사든지 당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이번 사고기의 기장은 짧고 긴박한 시간에서도 가장 최선의 선택을 했다”고 평가했다.

라오쯔창(饒自强) 비행교관도 대만 매체와 인터뷰에서 “조종하기 어려운 여건에서 건물과 충돌을 피하려고 했던 것으로 관측된다”면서 “기장이 의도적으로 지룽(基隆)천에 불시착하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5일 오전 기중기로 건져 올린 동체에서 기장과 부기장이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 것으로 보도되자 순직한 기장의 희생정신을 추모하는 분위기가 일고 있다.

합동 장례식장을 찾은 커원저(柯文哲·55) 타이베이시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추락기의 기장과 부기장이 도심 건물과 충돌을 피하려고 한 것으로 안다”면서 “그들은 타이베이 시민을 살렸다”며 랴오 기장의 희생정신을 기렸다.

장례식에 참석한 랴오 기장의 모친도 “부모로서 아들이 비행하는 것을 늘 걱정해 왔다”면서 “비록 사고로 아들을 잃었지만, 승객과 시민들의 생명을 지키려고 노력한 아들의 죽음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또한 쑹산(松山)공항 인근지역에서 사고기를 목격한 지역 주민들도 “고도를 높이지 못한 항공기가 주변 건물을 피하면서 비행하는 모습을 목격했다”면서 “기장은 더 큰 참사를 막기 위해 순직했다”고 평가했다.

대만 현지 매체들은 랴오젠쭝 기장의 배경을 조명 보도하고 있다.

랴오 기장의 가정형편은 넉넉지 못했다. 그의 부모는 대만 중부지역의 한 야시장 가판대에서 의류를 팔면서 생활을 이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어려운 가정형편을 돌보려고 수차례 공군 조종사 응시 끝에 합격, 1997년부터 10년 만기 복무기간을 채우고 전역했다. 전역 후 중화(中華)항공사를 거쳐 푸싱항공사에서 근무하면서 가족과 회사를 위해 늘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였다고 소개했다.

푸싱항공사 관계자는 랴오 기장은 올해 기장 7년차로 4천900여 시간의 여객기 비행경력이 있는 기장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번 푸싱항공기 추락사고로 타이베이 도심과 인접해 있는 쑹산공항 이전 문제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타이베이시는 2000년 전후부터 공항 주변 안전문제와 지역 개발을 위해 도시 북부에 위치한 공항을 이전해야 한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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