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시라이 혐의 부인 ‘희생양’ 이미지 부각 전략?

보시라이 혐의 부인 ‘희생양’ 이미지 부각 전략?

입력 2013-08-22 00:00
업데이트 2013-08-22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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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한 공방 예고…재판 기간·형량에도 영향 전망

보시라이(薄熙來) 전 중국 충칭시 당 서기가 22일 재판 시작과 동시에 주요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나섰다.

지난시 중급인민법원에 따르면 보시라이는 검찰의 공소 사실을 인정하느냐는 재판장의 물음에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하나씩 말하겠다”며 순순히 범죄 혐의를 인정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보시라이는 “법관들이 우리나라의 법률 절차에 따라 이번 문제를 합리적, 공정하게 심판하기를 희망한다”며 ‘전의’를 다지기도 했다.

보시라이는 첫 번째 혐의부터 전면 부인했다. 다롄국제발전공사 총경리 탕샤오린(唐肖林)으로부터 3차례에 걸쳐 111만 위안(약 2억300만원)을 받았다는 검찰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보시라이는 “탕샤오린이 3차례 돈을 줬다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탕샤오린의 사업에 도움을 주려 한 것은 사실이지만 자신이 당 서기로 재직하던 다롄시 전체의 이익을 위한 것이었지 특정인을 위한 행동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과거 중앙기율조사위원회의 조사를 받을 때 책임을 진다는 뜻에서 본심과 달리 이를 인정했다”며 “당시 나는 자세한 사정도 몰랐고 머릿속이 텅 비어 있었다”고 말했다.

탕샤오린이 건넸다는 111만 위안 부분은 검찰이 기소한 전체 뇌물·횡령액 2천679만 위안(약 49억원)에 비춰보면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이에 검찰은 “피고인이 본 법정에서 사실대로 진술하지 않고 있다”며 “탕샤오린이 3차례에 걸쳐 피고인에게 돈을 준 것을 증거로서 증명하겠다”고 반박했다.

보시라이가 혐의 하나하나를 다투겠다는 의지를 보임에 따라 이번 재판은 검찰과 피고인 사이에 치열한 법정 다툼이 불가피해졌다.

보시라이의 선택은 자신이 부패 인사가 아니라 정치적 투쟁의 희생양임을 부각시키려는 전략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순순히 죄를 인정하고 형을 감경받는 대신 범행을 부인하는 마지막 정치적 ‘도박’을 감행했다는 것이다.

보시라이의 이런 전략은 자신에 대한 동정 여론을 불러 일으킴으로써 법원, 나아가 중국 지도부에게 압박을 가하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 내 일각에서는 보시라이가 고도의 정치적 계산에 따른 행동을 한 것이라기보다는 판결상의 불이익을 감수하고 마지막 자존심을 지키겠다는 결심을 한 게 아니냐고 해석하는 이들도 있다.

보시라이의 범행 부인은 이번 재판의 진행 기간과 판결 결과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중국 고위층 인사들의 재판은 피고인이 주요 혐의를 인정한다는 전제하에 하루나 이틀에 걸쳐 매우 신속하게 진행되는 것이 보통이다.

보시라이의 아내 구카이라이(谷開來)와 왕리쥔(王立軍) 전 충칭시 공안국장의 재판도 각각 하루와 이틀 만에 심리가 종결됐다.

이에 비해 보시라이 재판은 사안이 복잡한데다, 피고인이 주요 혐의마저 부인하고 있어 재판 일정이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또한 피고인이 혐의를 부인하는 상황에서 유죄가 인정되면 정상참작의 여지가 적어져 형량도 가중될 수 있다.

6천460만 위안(약 119억원)의 뇌물을 챙긴 류즈쥔(劉志軍) 전 철도부장이 최근 사형유예 판결을 받으면서 보시라이가 이보다는 수위가 낮은 15년 안팎의 징역형을 선고받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지만 새로운 중요 변수가 돌출한 셈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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