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공계 청년 70% “해외 가겠다”… 이대론 미래 없다

[사설] 이공계 청년 70% “해외 가겠다”… 이대론 미래 없다

입력 2025-11-04 00:49
수정 2025-11-04 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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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공계 석박사 43% “3년 내 해외 이직”
AI 인재 순유출국 벗어날 대책 서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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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방한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가 GPU 26만개의 한국 우선 공급 계획을 밝히며 인공지능(AI) 연구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지만 정작 많은 이공계 인재들이 해외 이직 고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은행은 국내 이공계 인력의 42.9%가 향후 3년 내 해외이직을 검토 중이라는 조사 결과를 3일 발표했다. 사진은 지난달 31일 경북 경주 예술의전당 원화홀에서 젠슨 황 CEO가 기자간담회 중인 장면. 연합뉴스
최근 방한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가 GPU 26만개의 한국 우선 공급 계획을 밝히며 인공지능(AI) 연구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지만 정작 많은 이공계 인재들이 해외 이직 고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은행은 국내 이공계 인력의 42.9%가 향후 3년 내 해외이직을 검토 중이라는 조사 결과를 3일 발표했다. 사진은 지난달 31일 경북 경주 예술의전당 원화홀에서 젠슨 황 CEO가 기자간담회 중인 장면. 연합뉴스


우리나라 이공계 인재들이 국내가 아니라 해외에서 설자리를 찾고 있다. 한국은행이 이공계 석박사급 1916명을 대상으로 설문해 어제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이공계 인력의 42.9%가 향후 3년 내 해외 이직을 고려하고 있었다. 해외 이직을 고려하는 비율은 20대가 72%, 30대가 61%로 젊은 세대일수록 높았다. 정부가 ‘인공지능(AI) 3대 강국’을 외치고 있지만 정작 이를 구현할 핵심 동력인 이공계 인재들은 여전히 나라 밖으로만 눈을 돌리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해 한국의 AI 인재 유치 순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35위로 최하위권이었다. 인구 1만명당 -0.36명으로 AI 인재 순유출국이 되며 룩셈부르크(+8.92명), 독일(+2.13명), 미국(+1.07명) 등 AI 인재 유입국과 대비를 이뤘다. 역설적으로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구개발(R&D) 투자는 5.0%로 OECD 2위를 차지했다. 막대한 R&D 예산을 쏟아붓고 있건만 인재를 붙들어 두지 못하니 결론적으로는 밑 빠진 독에 물을 붓고 있는 셈이다.

한국은행 조사 결과 해외 이직을 원하는 가장 큰 이유는 상대적으로 열악한 경제적 보상이었다. 해외 석박사급 인력이 10년 차에 3억 8000만원을 받을 때 국내에서는 9700만원에 그쳤다. 더욱이 박사 학위를 받고도 미래를 걸 수 있는 일자리를 국내에서 찾기 어려운 것 또한 문제다. 대기업 연구소는 극소수이고 정부출연연구원 정원은 제한적인 데다 정년 연장으로 기존 연구진이 오래 머물면서 신규 채용 기회는 더욱 줄었다. 청년 실업률이 6%대인 가운데 고급 인력인 박사들마저 박사후연구원이나 단기 프로젝트를 전전하며 불안정한 삶을 이어 가야 하는 것이 현실이 됐다.

국내 이공계 연구 생태계 붕괴에는 정부 정책의 책임이 적지 않다. 정부 R&D 과제는 대부분 3년 이하 단기 프로젝트로 설계돼 연구자들은 용역 과제 따기에 급급하다. 논문 편수에만 매달리는 정량적 평가에 창의적 연구 설계는 기피할 수밖에 없다. 노벨상 수준의 연구, 원천기술 개발에 목말라하면서도 정책은 거꾸로인 것이다.

정부는 뒤늦게나마 인재 유출 방지와 유치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민관 합동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켰다. 단기적으로 우수 인재 유입 숫자만 늘리는 것이 능사일 수는 없다. 신진 연구자부터 석학까지 “한국에서는 연구할 맛이 난다”는 말이 나오도록 연구 환경의 토양을 개선해야 한다.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세계 세 번째 규모로 확보한들 이를 활용할 인재가 없으면 시너지를 기대할 수가 없는 일이다.
2025-11-04 3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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