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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독자 살해한 여인의 사연

3대독자 살해한 여인의 사연

입력 2011-01-07 00:00
업데이트 2011-01-07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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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데이서울 73년 7월 1일호 제6권 26호 통권 제 246호]

한 여인의 원한이 어린 목숨을 앗아갔다. 불장난처럼 시작했던 한 남자의 사랑행각이 어린 자식마저 잃어버리는 비극을 빚어냈다. 부산(釜山) 동래(東萊)에서 일어난 3대 독자 유괴 살인사건이 남겨 준 교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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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후회는 없다’고 말하는 강양.
‘그래도 후회는 없다’고 말하는 강양.

첫눈에 봐서 예쁘장하게 생긴 얼굴이다. 오뚝한 콧날에 큼직한 눈망울, 파란 무늬의 원피스속으로 비치는 가슴이 풍만한 인상을 주고 있다.

저렇게 예쁜 여자가 끔찍한 사건을 저지를 수가 있을까?-22일 현장검증에서 태연스레 범행을 재연하며 후회는 없다고 내뱉는 강()모 여인(24·부산시 동래구)을 본 시민들의 얘기다.

지난 16일 하오 2시께, 부산 동래의 대폿집 H관 접대부로 있는 강양은 그의 정부인 이()모씨(41·부산시 동래구)3대독자 동형(東炯)(7)을 학교에서 돌아가는 길에 유괴, 동래 금강(金剛)공원으로 데려가 과도로 찔러 죽인 뒤 달아났다가 범행 5일만인 21일 경찰에 잡혀 유괴살인혐의로 구속했다.

18살 때인 68, 고향인 전북 익산(益山)에서 무단가출, 술집을 전전하며 지내던 강양이 이씨를 알게 된 것은 가출 이듬해인 69년 초, 경기도 안양읍(현 안양시)내 수정옥의 접대부로 있을 때부터다.

당시 안양(安養)읍 산림계장으로 근무하던 이씨가 어느 업자로부터 술대접을 받는 자리에서 그날 밤 강양의 서비스도 함께 받았던 게 인연.

그러나 이 독직사건 때문에 이씨는 그뒤 파면을 당하게 되었고 끝내는 귀여운 자식을 잃는 불행까지 맞게 됐던 것.

이씨는 강양을 알고 나서부터 거의 매일 강양의 술집에서 살다시피 했다.

그러다가 이씨가 파면을 당하게 되자 이들은 함께 전남 목포(木浦)로 내려가 강양이 술집 접대부로 나가면서 생활을 꾸려나갔다.

그뒤 이씨가 지금 근무하고 있는 D기업에 취직을 하게 되자 강양도 따라서 부산으로 갔다.

강양은 역시 접대부로 일하면서 월 2천 원짜리 사글세방을 얻어 자취를 하며 지냈다. 이때까지도 이씨는 거의 강양집에서 살다시피 했고. 이씨의 부인 한()모씨(37)는 이를 참다못해 위자료 150만원만 주면 아예 자기가 나갈 테니 강양과 함께 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이씨는 강양이 임신할 때마다 굳이 낙태수술을 종용했다.

그동안 강양이 받은 낙태수술만도 5.

다시 임신을 하게 된 강양이 나도 아기를 갖고 싶다. 이번만은 낳도록 해달라고 이씨에게 애걸했다.

그러나 이씨의 대답은 마찬가지, 병원에 가서 낙태를 하라는 얘기뿐.

사건이 나기 사흘 전인 13, 강양은 수술을 받기 위해 적십자병원으로 가서 이씨 회사로 전화를 걸었다. 병원으로 좀 나와 주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기 위해서.

그러나 이씨는 이때 안양에 근무할 때 저지른 독직사건이 다시 확대, 일이 복잡하게 됐기 때문에 그 일을 해결하기 위해 사무실을 비우고 없었던 때.

그런 내용을 모르고 혼자 악에 받친 강양은 이씨의 마음이 완전히 변한 것으로 판단하고 그에게 복수하기로 결심. 그 방법으로 이씨의 아들을 생각했다.

임신할 때마다 아기를 못 낳게 하는 앙심이었는지도 모른다. 이틀 동안 이씨의 아들 동형군이 다니는 초등학교에 나가 얼굴을 확인한 뒤 16일 오전 서면 적십자병원에서 낙태수술을 받고 병원을 나오는 길로 학교로 갔다.

집으로 돌아가는 동형군에게 자기는 이모라고 거짓말로 꾀어 범행 장소인 금강공원으로 데려갔다. 청량음료 2병과 달걀 등을 사서 먹인 뒤 다정스레 이야기를 나누던 강양은 미리 준비한 과도로 동형군의 등을 마구 찔렀다.

칼에 찔린 이군이 이모야!부르면서 강양의 품으로 파고들자 강양은 정신없이 또 마구 찌르고 다시 목을 졸라 죽였다.

숨이 끊어지자 근처 바위틈에 시체를 숨기고 책가방 등은 숲 속에 버리고서 집으로 돌아가 누워 있었다.

누가 뭐래도 나는 그때 수술을 받고 집에 누워있었다알리바이를 성립시키기 위해 수술한 아픈 몸을 이끌고 범행을 저질렀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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