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도 안 먹은 알제리… ‘물’ 먹을 뻔한 독일

물도 안 먹은 알제리… ‘물’ 먹을 뻔한 독일

입력 2014-07-02 00:00
업데이트 2014-07-02 0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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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마단 기간’ 알제리 연장가서야 물 마셔

종료 휘슬이 울리자 선수들을 차례로 껴안았다. 눈물이 모두 말라버렸을 것 같았던 눈에선 어느새 뜨거운 두 줄기가 흘러내렸다.

1일 포르투알레그리의 베이라히우 경기장에서 열린 브라질월드컵 독일과의 16강전을 마친 바히드 할릴호지치(62) 알제리 감독은 연장 120분 혈투 끝에 1-2로 무릎을 꿇은 선수들을 위로하느라 바빴다. 그러나 그는 경기 뒤 공식 기자회견에 나타나지 않아 그 이유를 궁금하게 만들었다. 선수단 및 협회와의 불화설, 언론과의 갈등 끝에 그는 대회가 끝나면 물러날 예정이었다. 차기 사령탑으로 내정된 인물이 조별리그 경기를 지켜보는 굴욕도 감내했던 그가 착잡하게 대회를 마감해야 하는 심경을 드러낸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라마단 기간이라 전후반 내내 물을 마시지 못하다 연장전을 앞두고서야 몇 모금 들이켠 알제리 선수들은 사상 첫 8강과 함께 옛 서독의 ‘꼼수’로 16강행이 좌절됐던 32년 전 ‘히혼의 수모’를 갚고 말겠다는 열망을 그라운드에 그대로 쏟아냈다.

대회 개막 전만 해도 한국의 1승 제물로 꼽혔던 알제리는 강력한 우승 후보 독일에 한치도 물러서지 않았다. 전반 중반까지 독일 수비진을 농락하듯 흔들어 마누엘 노이어 골키퍼로 하여금 수십 차례 페널티지역 바깥까지 뛰쳐나와 공을 걷어 내게 만들었다. 알제리 선수들은 공격할 때와 막을 때를 명확히 구분해 플레이했다. 전반 초반 독일에 맞불을 놓은 뒤 중원에서 압박에 매달리다 독일 수비가 올라오면 어느새 빠른 역습으로 뒷공간을 파고들었다. 할릴호지치 감독이 연장 후반을 앞두고 선수들에게 기를 불어넣는 장면이 압권이었다. 그 독려가 힘이 됐을까. 연장 후반 내내 쓰러지고 넘어지며 일어설 힘조차 없어 보이던 알제리 선수들은 추가시간 쏜살같이 독일 진영을 헤집은 끝에 기어코 압델무멘 자부가 만회골을 뽑아냈다.

할릴호지치의 이른바 ‘맞춤 전술’은 혀를 내두를 지경이었다. 조별리그 한국과의 2차전과 러시아와의 3차전, 이날 독일과의 16강전까지 선발진을 계속해서 4~6명씩 바꾸면서도 팀이 흔들리지 않았던 것은 어쩌면 그가 대회 전부터 두 개의 팀을 만들겠다고 작심해 조련한 결과로 보였다. 내분이 일고 있다는 팀은 차돌처럼 단단했고, ‘사막의 여우’란 별명에 걸맞게 사령탑은 빼어난 용병술에 지략까지 갖추고 있었다. 이날 독일전은 우리가 얼마나 무지한 채로 알제리에 맞섰는지 깨닫게 하고, 할릴호지치가 다음 월드컵 때 어느 나라를 지휘할지 궁금하게 만든 한 판이었다.

임병선 전문기자 bsnim@seoul.co.kr
2014-07-02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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