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올 첫 동해안 더비
홍명보 울산, 김기동 포항 감독 미디어데이
“승리가 팬들에게 가장 큰 선물” 동상이몽
프로축구 K리그1 동해안 더비를 이틀 앞둔 11일 서울 축구회관에서 홍명보 울산 감독과 원두재, 김기동 포항 감독과 신진호가 화상으로 연결된 가운데 미디어 데이가 열리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저희는 포항 입단 동기에요. 같이 방을 쓰기도 했어요. 당시 김 감독은 체격에 비해 아주 기술적인 축구를 했는데 선수로, 지도자로 크게 성공할 줄 알았죠.”(홍명보) “저는 고졸 연습생이고, 홍 감독님은 이미 국가대표라 감히 바라볼 수 없는 스타여서 말 걸기도 함들었지요. 하하.”(김기동)
홍명보(52) 울산 현대 감독과 김기동(49) 포항 스틸러스 감독은 1991년 포항제철(현 포항 스틸러스) 입단 동기였다고 한다. 홍 감독은 이미 국가대표로 활약하던 스타라 구단 사이에 쟁탈전이 벌어질 정도였다. 14년 현역 시절의 절반을 보낸 K리그에서는 오로지 포항 유니폼만 입고 뛰며 포항의 레전드가 됐다. 김 감독은 잠재력은 풍부했지만 구단 내 쟁쟁한 멤버가 많은 탓에 리그 경기에 나서지 못하다가 유공(현 제주 유나이티드)으로 팀을 옮겨 프로 데뷔전을 치렀다. 약 10년 만에 다시 포항으로 돌아와 8시즌을 뛰며 역시 포항의 레전드가 됐다. 돌고 돌아 홍 감독은 K리그 초보 감독으로, 김 감독은 3년차 감독으로 오는 13일 서로를 마주한다. 공교롭게도 포항스틸야드에서 열리는 ‘동해안 더비’를 통해서다.
홍명보 울산 감독.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홍 감독은 포항에 대해 “특정 선수에 치우치지 않고 모든 선수가 유기적인 플레이를 하는 게 강점”이라며 “김 감독이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이끌어 와서 어떤 선수 한 명이 빠져도 문제가 생기지 않을 정도의 조직력을 가진 훌륭한 팀”이라고 치켜세웠다. 그러면서 “상승세를 타고 있는 송민규도 좋은 선수이지만 (울산에서 뛰다 포항으로 돌아가) 우리의 장단점을 잘 알고 있는 신진호 또한 조심해야 할 선수”라고 덧붙였다.
김 감독은 “다른 건 모르겠지만 울산 만은 잡아줬으면 좋겠다는 포항 팬들의 메시지를 인지하고 있다”고 말하며 승리 의지를 불태웠다. 김 감독은 홍 감독 체제의 새로운 울산에 대해 “클럽 월드컵 때부터 경기를 지켜보며 짧은 시간 안에 원팀을 만든 게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공수 전환이 빠르고 블록 사이에서 패스가 세밀해졌는데 그런 부분을 조심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울산 중원의 핵심 윤빛가람에 대해서는 “맨투맨이 아니라 팀워크로 그 선수의 장점을 무력화 하겠다”고 예고했다. 두 감독 모두 “승리가 팬들에게 가장 큰 선물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기동 포항 감독.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최근 10경기만 놓고 보면 울산이 6승4패로 우위에 있다. 지난 시즌에도 울산이 2승1무1패로 앞섰다. K리그1 첫 두 차례 대결에서 4-0, 2-0으로 이겼고, FA컵 준결승전에서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승리했다. 그러나 울산은 K리그1 우승 경쟁이 치열하던 시즌 막판 마지막 대결에서 0-4로 대패하는 바람에 끝내 전북 현대에게 우승을 내주게 됐다. 포항과 울산의 이번 대결이 더욱 흥미진진한 이유다.
3연승으로 1위를 달리고 있는 울산은 이적생 이동준을 앞세워 구단 사상 첫 개막 4연승에 도전한다. 17년 만의 개막 3연승에 도전했다가 제주에 일격을 당하며 2승1패로 4위가 된 포항은 송민규를 앞세워 울산을 공략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동해안 더비를 처음 경험하는 이동준과 2018년 데뷔했으나 울산전 득점이 없는 송민규가 동해안 더비 첫 골을 기록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